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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직장의신2 08화

왕따라고요? 축하드립니다, 진짜 인재입니다

혼자일수록, 더 강해진다

by 한금택

“깊이 생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 니콜라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누구나 고독한 외톨이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ENFP냐 ENFJ냐 따지며 웃다보면 금방 친해지는 것이 사람이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함께 밥도 먹고 서로 친하게 지내면 도움도 많이 된다. 누구보다 빠르게 회사 돌아가는 뉴스들을 접할 수 있다. 회계팀 이과장이 영업팀하고 싸웠다는 이야기, 회장님이 이번에 유럽으로 여행 가셨다는 세세한 정보들까지 말단직원에게까지 빠르게 흘러들어간다. 무리의 힘이다.

상대적으로 이 무리에 끼지 못한 동료 선후배들은 겉보기에는 패배자로 보인다. 중심에 서지 못하고 들러리로 침묵한다. 군중속의 고독을 느낀다. 그래서 성격이 맞지 않음에도 어떻게든 이 무리에 속하기 위해 노력한다. 주말 산악회도 참가하고, 늦은 저녁 술자리도 참석해서 무리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 친다.

다 부질없다.

내가 직장인으로 3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깨달은 단 하나의 무기는 고독함이다.

고독함은 최선을 다해 탈출해야 할 패배자의 빈방이 아니다. 오히려 직장생활에서 반드시 길러야 할 소양 중 하나가 ‘고독’이다. 우리는 흔히 직장을 사람들과 어울리고, 네트워크를 쌓고, 조직 속에서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성과와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혼자만의 시간이다. 직장 속에서의 고독은 떠밀려진 패자의 자리가 아니다. 고독을 확보해야 일에 집중 할 수 있다. 고독한 시간을 일부러 떼어내 하루 계획에 넣어야 자기계발이 가능하다. 직장생활에서 대부분의 비극과 괴로움은 관계 때문에 벌어진다는 것을 직장인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관계를 끊지 못해 부당한 일을 하고, 관계를 유지 하기 위해 원하지 않는 일을 수용하고 있지 않은가.


직장은 결국 성과로 평가받는 무한경쟁의 레이스다. 아무리 상사와 관계가 좋고, 모이면 분위기가 좋아도 성과가, 능력이 따라오지 않으면 인정받기 어렵다. 친분으로 한 두번 실수를 얼버무릴 순 있다. 하지만 그런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 무리에 속해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함께 고민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면서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깊은 전우애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내 데스크에 돌아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대로다. 아무리 친한 동료, 상사라 하더라도 내 일을 대신 해주지 못한다. 내 일은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시간과 노력, 그리고 머리를 쥐어 짜면서 시트를 만들고 보고서를 내 손으로 만들어 내야만 한다. 일에 깊이 집중하지 못하면 결과도 없다.

칼 뉴포트는 『Deep Work』에서 “얕은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깊은 일은 성과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한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진짜 성과를 만드는 일은 대체로 고독한 몰입 속에서 이뤄진다. 동료와의 친분이나 사교 활동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결국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지난 30년 동안 줄곧 써온 하나의 애착 물건이 있다. 바로 수험생용 타이머다. 한창 기술사 공부할 때 구매한 1시간짜리 타이머다. 카운트 시간을 보여주는 창이 커서 파이널시간까지 몇분 남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카운트 할 시간을 설정하는 버튼도 10분, 5분, 1분단위로 버튼이 직관적으로 되어 있어 편리하다. 0초가 되면 진동,소리,램프깜빡임등 알람을 선택할 수 있다. 보통 램프를 사용한다. 공부할때 써보니 집중력이 배가 되는 경험을 했다. 공부할때 뿐 아니라 일을 할때도 타이머를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부할때, 일할때, 언제나 집중이 필요할때면 타이머를 꺼낸다.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타이머가 카운트 다운 되고 있다. 일을 시작하기 전, 나는 반드시 타이머를 맞춘다. 30분, 혹은 40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 그 시간 동안은 다른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 몰입할 수 있다.

집중하는 시간에 급한 전화가 오면 받을 수밖에 없지만, “중요한 회의 중이니 30분 뒤에 다시 연락하겠다”는 말만 전한다. 내용을 듣지 않는다. 신경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이메일도 당연히 열어보지 않는다. 그 시간은 오직 그 일 하나에만 집중한다. 동료가 커피잔을 들고 내자리로 찾아와도 눈을 돌리지 않는다. 섭섭해 하는 모습이다. 감수한다. 선배가 담배타임이라고 하면 우루루 밖으로 몰려나가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타이머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습관은 나를 종종 곤란하게 만들었다.
“싸가지 없다.”
“고지식하다.”

“사람 무시한다.”
“늘 화가 나 있는 것 같다.”

직급이 낮았을 때는 특히 그랬다. 동료와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고집하는 모습은 쉽게 오해를 불렀다. 결국 ‘외톨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나는 그 몰입의 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직장은 성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다행히 내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미움을 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몰입 속의 고독은 언제나 나를 지켜줬고, 그 덕분에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고독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고독은 반드시 집중을 위해 확보해야 할 나만의 동굴이었다. 요즘엔 나의 스타일을 다른 동료들도 다 알고 그러려니 하지만, 오래전 과장 이전까지 고독은 하나의 투쟁이었다.


직장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다.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관계가 지나치게 중요해지면, 일보다 관계가 우선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점심은 누구와 먹을지, 퇴근 후 술자리는 참석해야 할지, 상사 뒷담화에 끼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지. 이런 걱정이 늘어날수록 정작 중요한 일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스티브 잡스는 “집중은 수많은 ‘아니오’에서 나온다”고 했다. 직장 속 고독은 단순히 혼자 있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것에 ‘아니오’를 말하고, 오직 중요한 것에만 시간을 투자하는 태도다.

내 경험상 가장 빨리 돈을 벌고, 가장 빨리 승진하는 방법은 ‘산악회’가 아니다. 늦은 밤까지 술집에 앉아 상사의 뒷담화를 하면서 키득거리는 것도 도움이 안된다. 이런 관계는 결국 나를 옭아매고, 나 자신을 무리 중 한사람으로 흐릿하게 만든다. 무리속에서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겠지만 그것 뿐이다. 무리속에서 나의 존재감은 사라진다. 직장에서 진정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고독 속에서 만들어내는 몰입의 시간이다.


직장은 인간관계의 장이면서도, 본질적으로는 경쟁의 무대다. 우리는 서로 웃으며 발톱을 숨기고 사람 좋은 척 지내지만, 결국 성과로 평가받는 경쟁자중 하나다. 그렇다고 업무로 싸우라는 것은 아니다. 적당히 어울리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언제나 우선순위는 나 자신과 나의 일이다. 관계가 많아지고 복잡해 질수록 나의 존재도 사라진다.

고독은 나를 고립시키는 벽이 아니라, 나를 단련시키는 공간이다. 고독 속에서 집중할 때 성과가 나오고, 그 성과가 결국 나를 인정받게 만든다. 때로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당장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장은 결국 나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무대다. 흔히들 직장인은 노예라고 부른다. 하지만 내 존재감을 잃지 않도록 고독속으로 걸어들어가 몰입의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면 반드시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살수 있다. 30년동안이나 직장인은 왜 노예여야만 하는가를 고민했다. 무리속에서 직장인이라는 조직속에서 내 존재감을 삭제 하기 때문이다. 관계를 끊어내지 못한 채 무리속의 아무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직장 속의 고독은 나를 지켜주는 방패이자, 나를 성장시키는 자산이다. 그리고 그 자산은 결국 나의 커리어와 주인의 삶을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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