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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직장의신2 06화

쉬어도 쉬어도 피곤한 이유는 잘못 쉬어서.

휴식의 착각: 쉬고 있다고 믿는 휴식에 대한 오해

by 한금택

도살장으로 끌려 가는 직장인의 월요일

주말은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다. 하지만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대부분 월요병 환자들 아닌가. 주말 동안 새로운 에너지 충전은커녕 누적된 피로에 찌든 채 출근하는 모습이다. 분명히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이나 집에서 뒹굴었는데 말이다.

이 모순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직장인들은 주중에 Ai를 이용해서 수백 장의 보고서를 5분 만에 만들고, 사무실 내 최첨단 시스템으로 전 세계와 실시간 네트워크 연결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한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직장인들은 여전히 농경사회에서 물려받은 휴식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육체노동이 주된 활동이었다. 그래서 휴식은 자연스럽게 몸을 쉬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루 종일 밭을 갈고, 짐을 나르고, 땀을 흘리던 농부에게는 소파에 눕거나, 그늘 아래 앉아서 근육에 에너지가 다시 차오를 때까지 쉬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었다. 그들의 쉼의 목적은 갈라진 피부와 고갈된 육체적 힘을 재생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사무실 근무자는 다르다. 당신이 혹사당한 것은 육체가 아니라 다. 하루에 두세 차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되는 업무회의는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 게이지가 올라간다. 써도 써도 멈추지 않는 보고서 요청은 또 어떤가. 너무 자세히 쓰면 핵심이 없다고 타박하고, 간결하고 명료하게 써내면 성의가 없단 다. 상사 얼굴에 보거서 뭉치를 뿌려버리고 싶다는 간절한 상상은 다들 한두 번씩 해 봤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요인은 이뿐이 아니다. 쌓여가는 이메일, 하찮은 문제 요청들로 직장인의 뇌는 끊임없이 자극을 받고 스트레스와 피로에 시달린다. 금요일까지 시달리고 나면 정신이 몽롱해진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그래서 쉰다.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리모컨을 쥔 손가락 이외에 아무것도 안 움직인다.

분명 쉬고 있다. 하지만 뭔가 잘못 됐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뇌가 쉬어야 하는데, 몸만 쉰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SNS 메시지와 번쩍이는 넷플릭스 자극에 노출된다.

이러한 행위들이 뇌에게는 아무런 휴식이 되지 않는다. 사실, 더 많은 자극을 주며 뇌를 피로하게 만들 뿐이다. 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휴식을 취한다고 하는 주말의 행동들이 뇌를 더 자극시킨다. 스트레스에 절여진 뇌를 쉬게 하기 위해 스트레스 보다 더 강한 자극을 주는 셈이다.


뇌를 쉬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멍 때리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생각을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뇌에 어떠한 일을 시키지 않는 것이다. 자연을 바라보거나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는 것처럼 단순한 행위가 뇌에게는 최고의 재충전이 된다.

사실 이 정도는 독자님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학교 다닐 때부터 늘 뭔가를 해야만 하는 사람으로 교육받고 성장했다.

우리는 무엇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못 견딘다. 늘 공부를 하고, 일을 하면서 뭔가를 하면서 안정감을 느낀다.

직장인에게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업이 된 것이다.

뭔가를 하고 있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직장인의 뇌를 강제로 쉬게 하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육체적인 뭔가를 하는 것이다.

육체를 활성화하는 동안 뇌를 쉬게 하는 것이다. 일타 쌍피다. 사무실에서 굳어 있던 몸을 움직이고, 뇌는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속이는 방법으로 다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산책: 조용한 길을 걸으며 단순한 풍경에 집중하라.

운동: 빠르게 걷거나 달리기를 통해 땀을 흘려라. 몸은 활력을 되찾고 뇌는 비워진다.

멍 때리기: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라. 핸드폰을 멀리 두고,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라.

우리의 주말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월요일인 내일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뇌와 몸 모두를 새롭게 채우기 위해 휴식의 방식을 재정의해야 한다. 농경사회에서의 육체만을 위한 휴식 방법은 현재 직장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뇌를 쉬게 하는 휴식이야 말로 활력 넘치는 새로운 월요일을 맞이할 수 있는 유일한 월요병 치료제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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