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상사는 항상 '그래서 뭐야?'라고 묻는 걸까?
보고는 어느 조직에서나 가장 많은 일과다. 가장 좋은 보고는 결론을 던지는 보고다.
기획보고, 중간보고, 결과보고, 이슈보고등 보고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보고는 이슈보고다. 문제가 생겼거나, 돈을 써야 하거나, 누군가를 만나야 하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하거나 따지고 보면 이슈다. 조직이 시스템대로 흘러간다면 일상적인 일정 말고는 보고할 것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고, 돈을 벌어오는 일에 이슈가 없을 수 없다.
보고는 승인권자에게 한다. 결과를 짧게 던져야 한다.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할까 두려워할 필요 없다. 결과를 대뜸 말해 못 알아들으면 질문할 것이다. 사실 질문을 이끌어 내는 보고가 가장 좋은 보고다. 질문은 대화에 그 보고에 참여한다는 뜻이다. 결론부터 던져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청구서는 누구에게나 부담된다. 결론을 말하기 전에 원인과 과정을 말하는 것은 승원권자에게 청구서를 내미는 것이 된다. 보고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을 대변한다. 내가 처음부터 이렇게 하지 말자고 했는데… 나는 이렇게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였지만,,,
어쨌든 결과가 나쁜 거다. 한마디로 나는 책임 없으니, 승인권자 당신이 책임져라는 말을 장황하게 하고 있는 거다. 승인권자는 어차피 책임을 진다. 굳이 꼼꼼히 말 안 해도 알아듣는다. 그런 거 하느라고 월급을 많이 받는 거다. 그럼에도 보고자는 어떻게든 자세히 사고의 발단부터 시동을 건다. 결론까지 도달할 때쯤 엔 승인권자는 이미 화가 나 있다. 할 말은 정해져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너무 많은 원인들을 보고한 상태라 승인권자는 그 많은 이야기 중 거짓과 진실을 가려내야 한다. 분명 이야기가 왜곡 됐을 테니 말이다.
결론부터 던져라. 승인권자는 처음에는 놀라지만, 생각을 할 것이고 질문을 할 것이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보다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보고자는 사실만 말한다. 승인권자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설루션을 말하는 중에 이미 승인권자는 원인과 결과를 모두 간파한다. 그게 안 되는 승인권자는 자격이 없다. 대부분은 보고자보다 많은 실전경험과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상급자인 것이다. 상급자에게 결론을 던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이해하고 못하고는 승인권자의 책임이다. 자연스럽게 질문과 답변이 오가면서 원팀이 된다. 문제 해결을 함께 하게 된다.
결론부터 던져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신뢰 때문이다.
“서버가 다운됐습니다” , 결론부터 보고한다. 고객서비스가 멈췄다는 의미다. 긴급한 사항이다. 노련한 승인권자는 다 거르고 핵심만 질문한다. “예비 서버 있나?”
보고자는 예비서버가 가동 중이라고 보고하고, 다운된 서비스는 20분 정도면 올라올 꺼라 보고한다. 보고 중에 승인권자는 알게 된다. 전체 서비스가 내려간 것이 아니라 비교적 중요도가 낮은 공지사항 서비스만 내려갔다는 것을. 승인권자의 수준에 따라 설명의 깊이와 난이도를 조절해야 하지만, 그때도 Key ward 중심으로 설명한다.
승인권자는 결론부터 보고하는 보고자를 신뢰하게 된다. 결론부터 던지는 보고자가 뒤에 꿍꿍이가 있을 수 없다. 보고의 조삼모사처럼 보고의 양과 질은 같을 수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던지는 보고는 보고 후의 결과가 달라진다. 승인권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보고가 아니라, 사실을 공유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회의가 된다.
조직과 가정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와 자식관계라면, 결과보다는 원인과 과정을 중시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식이 어떤 식으로 공부를 했는지, 얼마나 실패를 많이 했는지, 또 어떤 식으로 노력했는지가 성적 그 자체보다 중요할 수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자녀의 옹알이를 마다할 부모는 없다. 가정은 사회라는 필드에 나가기 위해 자녀가 안전하게 성장하는 훌륭한 연습장이다. 가능한 많이 연습하고 실패하기를 권장한다.
승인권자는 가족이 아니다. 후배들의 발전과 미래를 응원하지만, 그보다는 완벽한 프로젝트와 실패 없는 업무를 바란다. 후배가 그 업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얼마나 큰 노력을 들였는지는 부차적인 사항이다. 결과가 성공인지 실패인지가 전부다.
그래서 조직에서는 실패와 실수를 구분하지 않는다.
정해진 과업을 완료했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과정은 본인 스스로의 만족감과 보람으로 가슴에 혼자 담아야 한다. 조직이 자신의 희생과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칭찬해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한다면 아마추어다. 조직이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퇴사하는 후배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업무에 성과를 냈다면, 그는 그만한 실력을 갖춘 것이다. 그 실력으로 연봉을 더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성과를 낸 직원이 조직에 기대해야 할 것은 입에 발린 칭찬과, 선배들의 인간적인 위로가 아니다.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우쭈쭈가 아니라, 조직의 방법으로 보상한다. 연봉상승과 승진으로 그의 성과를 상쇄한다. 어쩌면 조직은 당신이 성과를 내는 것을 그 닥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
회사는 제2의 가족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