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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금택 May 19. 2024

독립이 자유인줄 알았지.

부모의 속박으로부터 돈의 속박으로 주인을 바꾼 것 뿐


:: 학생에서 진정한 사회인으로

취업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축하할 일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양육을 종료하고, 더 이상 자녀를 위한 학비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자녀는 학교로부터의 완전한 자유를 얻는 시점이다.

:: 경제적 자유로 가는 고속도로

서울에 사는 20대 직장인 초봉은 289만원(급여상위권) 이다. 매월 부모님 눈치 보며 받던 50~60만원의 용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금액이다. 식비(60만)와 교통비 (20만), 자기계발비(30만), 기타 잡비 (30만)을 제외하면 149만원을 저축할 수 있다. 연 1800만원을 저축한다면 임금상승을 적용할 경우 5년 이내 1억원을 모을 수 있다. 아파트 투자로 약간 모자란 금액이긴 해도 전혀 불가능 한 돈은 아니다.  10년 이내 안정적인 아파트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고 40대 이후엔 경제적 자유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

:: 현실

이 로드맵은 간단해 보이지만 엄청난 희생을 내포하고 있다. 위 수입 지출 구조에서 수입은 명확하고 일정하지만, 비용은 그렇지가 않다. 주거비와 차량유지비, 애인 또는 친구와의 술자리비용이 빠졌다.

특히 부모로부터 독립해 따로 주거지를 마련했다면 소비패턴은 많이 바뀐다. 20대 직장인의 독립 방식은 전세 24.9% 보다는, 월세가 51.8%로 훨씬 비중이 높다. 주거비용으로 60~80만원이 들어가게 된다. 이제 저축금액은 월세를 중위값 70만원으로 상정했을 때 79만원이 된다. 저축을 가로막는 두번째 빌런은 차량 유지비다. 젊은 나이에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특히 애인과 멋진 카페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늦은 밤 차량으로 그녀를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 주는 것은 사나이의 기본 아닌가. 가장 범용적인 AVANTE급을 할부로 샀을경우 매달 50만원의 할부금이 통장에서 자동 인출된다. 이제 저축액은 29만원이 된다. 29만원은 친한 친구들 , 후배들과 두세 번 친목 활동 하기에도 모자란 금액이다.  

:: 잔인한 자본주의

20대가 독립하면, 자신이 누려야할 30대 ,40대의 경제적 자유를 미리 땡겨 쓰는 것과 같다. 더 나쁜 소식은 30대 40대의 안정된 생활과 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20대의 처절한 희생 만으로는 역부족 이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아버지 세대, 베이비 부머 세대들은 회사에 뼈를 갈아넣겠다는 심정으로 야근하고, 주중 주말 할것없이 열심히 노력하면 부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MZ 세대들은 그게 불가능하다. 나약하고, 워라벨을 추구하며 개인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이들이 부자가 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노동시간이 법으로 정해져 있어(주 52시간)서 그 이상은 야근을 하고 싶어도 하기 힘들다.  인플레이션의 속도가 급여 인상분의 속도 보다 항상 빠르다. 아무리 저축을 하고 돈을 모으려 해도 명목소득은 그대로다. 급여 만으로 경제적 자유의 길에 올라서는 것은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고는 불가능에 가깝다.   


:: 소비를 최소화 하는 방법

만일 20대 직장인이 독립을 포기하고 결혼 전까지 부모님과 한 팀이 되어 급여에 대한 저축 비율을 최대로 높일 수만 있다면, 가능 할 수 있다.  MZ세대가 나약한 캥거루 세대라서, 스스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님 집에 얹혀 산다는 평가는 이제는 옳지 않다. 소비를 최소화 하고, 수입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현재로써 가장 좋은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항목 중 주거비는 식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 한다. 독립을 미루고 부모와 함께 거주할 수 있다면, 주거비용은 소비에서 삭제된다. 식대와 유지비등 다른 비용들도 현격히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다만 자유를 포기해야 한다.


:: 부모와 자식이 한팀이 된다면

빠르게 앞서가는 인플레이션을 따라잡기 위해 부모와 MZ 가 불편함을 무릅쓰고서라도 함께 거주 하면서 소비를 줄인 다면, 이들의 급여가 인플레이션 속도를 역전할 수 있다. 취업 직후부터 부모는 지속적으로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자녀는 성인으로써 가족에게 책임있는 행동과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모든 부모, 모든 20대 직장인들이, 결혼 전까지 함께 거주 하면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중요한 사실 앞에서 부모는 아주 사소한 걸 참지 못해 자녀를 밖으로 밀어내 버린다. 성인이 된 자녀에게 어린아이 다루듯 잔소리와 참견을 멈추지 못한다. 부모는 아직도 이것을 자식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MZ들은 부모의 사랑 표현을 견디지 못하고 독립을 선언한다.  “자유”

:: 겨우 이걸 못참고 미래를 포기하나,

20대 직장인은 겨우 양말 아무렇게나 벗어버리는 행위와, 늦은 밤까지 친구와 술마시는 자유를 위해 부모로부터 독립한다. 독립과 함께 당장의 생활비와 소비를 충당하기 위해 급여의 노예가 된다. 이것은 절대 독립이 아니다.  부모의 속박으로부터 돈의 속박으로 주인을 바꾼 것 뿐, 진정한 독립이 아니다.

20대 직장인은 주거지를 바꾸고 혼자 생활 한다고 해서 자유를 얻었다 착각한다.

:: 부모님과 MZ세대가 가혹한 현실속에 최선의 솔루션.

자신의 소중한 미래의 자유와 겨우 부모의 잔소리와 바꾼다. 너무 안타까운 선택이지만, 부모로부터의 독립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부모 또한 자녀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 자신이 살아온 세상과 같지 않음을 깨닫지 못한다. 부모 시대에서의 독립은 기회의 땅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었지만, 지금 아이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그때와는 다른 형태로 존재 한다.

MZ 들의 독립을 폄하하거나, 독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가장 빨리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슬프지만 합리적인 방법론이 부모와 자녀가 한팀을 이루는 것이다.

앞으로 상대해야할 인플레이션은 MZ세대 혼자 만으로는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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