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3형제만 알면 당신도 부동산 전문가
지난주 서울 전체 구에서 아파트 매매가 상승이 나왔다. 올 3월부터 강남을 중심으로 슬금슬금 회복을 시작하더니 지금은 서울 전체가 상승하는 추세다.
무주택자가 지난 하락장에서 저점 매수기회를 놓쳤다면 지금 같은 변곡점에서 조급할 수밖에 없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시장에 나가서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골라서 살 수 있었다. 매도자는 아파트를 보러 와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마치 환절기처럼 올해 초 어느 시점부터 거래가 늘기 시작해 지금은 서울을 중심으로 완연하게 상승으로 방향을 틀었다.
부동산 용어조차 생소한 무주택자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 환절기가 혼란스럽기만 하다. 2019년 부동산 대세상승기에는 상승장이 명확했으므로, 무엇을 매수하든 안정감이 들었다. 현재 시장은 입지마다 상승률이 다르고, 수도권과 지방의 상황도 크게 차이 난다. 앞으로 시장이 계속 오를지 내릴지 전문가들 조차 의견이 갈린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무주택자는 들을수록 더 헛갈린다.
9월엔 미연준이 금리를 내린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그와 반대로 스트레스 DSR을 적용해 대출을 더 조인다는데, 지금이라도 추격매수에 달려들어야 할지, 시장이 다시 하락하기를 기다려야 할지 무주택자는 답답하기만 하다.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3형제를 알고 나면, 더 이상 부동산 전문가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된다.
부동산 3형제는 은밀하게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들은 무주택자 앞에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때에 따라 3형제 중 한 명만 나타나기도 하고, 희박한 경우이지만 3형제가 한꺼번에 시장에 나타나면 한바탕 큰 태풍이 지나간다. 3형제가 의리가 좋은 편은 아니다. 협력하기보다는 서로를 견제하고, 심지어 서로를 속이며 공격한다. 분명한 것은 이들의 움직이면 시장은 반드시 변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맏형은 정부와 정치인이다. 큰형은 부동산 시장이 너무 뜨거워지는 것도, 그 반대의 상황도 원하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치 침체되면 활성화 대책을 세우고 규제도 완화해서 시장이 살아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든다. 박근혜 대통령 때 그랬다. 빚내서 집사라고 할 정도로 정부는 부동산 활성화에 총력을 다했다. 반면 부동산 시장이 너무 뜨거우면 강력한 규제를 가해 시장분위기를 식힌다. 플레이어가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세워 막고, 세금을 높여 받는다.
첫째의 방향과 정책이 시장에 녹아들기까지 빠르게는 1년 , 길게는 10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심지어 첫째의 의도를 시장이 역이용하거나 엉뚱하게 오해하기도 한다.
시장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첫째가 표를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다. 첫째가 발표한 규제가 안전한 시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표를 얻으려는 이기적인 선택을 했을 때 시장은 아비규환이 된다.
둘째인 유동성은 첫째 형만큼 강력하다. 정부가 아무리 나서서 부양책을 써도, 돈이 없으면 시장은 움직일 수 없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부동산 폭등을 불러온 것은 유동성의 힘이었다. 정부와 정치인이 부동산 시장의 가장 맏형이기는 하지만 , 다른 형제들이 무조건 따르지는 않는다. 박근혜 정권 때,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얼어버린 시장은 매우 더디게 녹았다. 반대로 문제인 정권은 스물일곱 차례에 걸쳐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 냈지만, 역대 가장 뜨거운 부동산 시장이 펼쳐졌다. 큰형이 부동산 시장을 강력하게 압박했지만 둘째인 유동성이 부동산을 떠 받쳤다. 정책이 아무리 강력하게 시장을 탄압하더라도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에 풀리면 사람들은 현금 대신 고정자산에 열광한다. 그 복잡한 인플레이션을 사람들은 용케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
사실 큰형은 둘째인 유동성을 못 잡아서 방치한 것은 아니다. 큰형 입장에서 부동산은 통제해야 할 여러 경제 분야 중 하나일 뿐이다. 부동산 만을 쳐다보며 국가를 통제할 수 없다. 산업이 무너지고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야 한다. 이 돈이 부동산으로 모두 흘러들어 가지 않기를 원할 뿐이다. 문제인 정권이 27차례나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내놓았다는 것은 부동산 죽이기에 진심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유동성을 차단해야 했지만 , 실제 행동은 그 반대로 역사상 최대치로 시장에 유동성을 풀었다. 코로나 위기 때문이다. 유동성을 차단하면 경제 전체가 위험하다는 판단으로 온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 살포를 시행했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팬데믹 상황에서 시장 발작을 막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둘째의 힘을 빌린 것이다. 둘째의 힘은 죽은 시장도 살릴 만큼 특효이기는 하지만, 부작용 또한 크다. 둘째의 친절한 도움 뒤에는 물가 상승과 양극화에 따른 사회문제를 불러온다.
3형제 중 셋째가 가장 변덕스럽고 예민한 쌍둥이다. 그들은 수요와 공급인데 첫째 형, 둘째 형의 스탠스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시장에 돈이 풀리면 꽁꽁 숨어 있던 수요가 움직인다. 한 둘 거래가 일어나고 시장에 온기가 돈다. 수요가 움직이면 공급이 따라온다. 반대로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 수요는 자취를 감춘다. 2021년 말 이후 부동산 시장이 악화되자 서울 부동산 거래건수는 1만 6천 건에서 577건으로 줄어든다. 부동산 시장이 올스톱된 상황이었다.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은 회복 중이다. 7월 서울아파트 거래건수는 7천 건을 넘어섰다. 거래가 살아난다고 셋째 형들을 믿어서는 안 된다. 어느 순간 바람처럼 사라지기도 하고, 어느새 출퇴근 버스처럼 가득 차기도 하는 것이 수요다. 민감하기로는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더 잽싸다. 공급은 정부의 정책과 대출상황에 따라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한다. 손해가 날 수도, 심지어 사업이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시장에서 사라지면 공급은 더 빠르게 사라진다. 공급이 사라진 걸 수요가 알게 되면 수요는 공급을 찾아 나선다. 이들의 끊임없는 숨바꼭질은 시장에 급락과 폭등을 일으킨다.
셋째는 수요자의 심리와 가장 가까이 연결되어 있다. 숫자로 나타나는 수요와 공급 값을 해석 없이 받아들이면 시장을 크게 오해할 수 있다.
이제 시장을 움직이는 3형제의 본성을 낱낱이 알게 되었다.
다음 달 둘째 형은 부동산 시장 때문은 아니지만 기준 금리를 인하할 예정이다. 하지만 큰형 생각은 다르다. 금리를 낮추더라도 부동산 규제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큰형과 둘째 형은 시장에서 크게 맞붙게 될 것이다. 당신은 둘 중에 누가 이길 것 같은가?
이번달 FED 점도표에 따르면 9월 미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를 인하하면 이론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살아난다.
이자 부담으로 대출을 꺼리던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게 된다. 새로운 대출사용자뿐만 아니라 기존 대출자도 이자 부담이 감소하게 되어 다른 자산에 투자할 여유를 갖게 한다. 채권이나 예금자산에 대한 이자가 하락하여 자금이 이자율을 상회하는 부동산으로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금융기관에 의해 유동성이 시장에 풀리면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증가한다. 에셋 파킹을 위해서라도 사람들은 예금보다 실물 자산인 부동산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큰형의 부동산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정부는 부동산법규를 규제에서 완화 스텐스로 바꿀 능력이 없으며, 활성화에 대한 의향도 없어 보인다. 큰형의 박수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단순하게 금리인하가 부동산 시장을 폭등시킬 것이란 예측은 너무 순진한 분석이다. 정부는 여전히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아닌 규제방향으로 대출을 조이고, 뻥카이긴 하지만 공급확대 카드를 내놓았다. 규제완화 없이 금리적 측면만으로 수요층을 폭발적으로 시장에 끌어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큰형은 이미 88 대책을 통해 꿈틀거리는 둘째에게 경고했다. 안 그래도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에 금리까지 내리는 상황을 예의 주시 하고 있다. 아직은 둘째를 찍어 누르는 대신 셋째의 손을 잡고 시장을 달래고 있다. 공급을 늘려 시장을 안정화한다는 미온적인 자세로 시장을 방치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 큰형은 대출을 빼앗아 둘째를 굴복시킬 수 있다.
결국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단기적인 상승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대출 없이 시장에 참여해야 하는 수요자들의 주머니 깊이가 깊을 리 없다. 금리 상승에 의한 부동산 상승은 3일 천하로 끝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부동산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질적인 공급부족과 전세가 상승은 수요심리를 식지 않도록 계속 충동할 것이다.
부동산 대세 상승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세명의 형제가 바라보는 방향이 위계에 맞게 나란히 서있어야 한다. 큰형이 규제를 완화하고 둘째가 금리와 대출을 풀었을 때 시장은 큰 폭으로 상승한다. 큰형과 둘째가 같은 방향을 보면 셋째는 당연히 따라와 시장을 더 키운다. 9월의 금리 인하는 3형제가 나란히 서있는 모양은 아니다. 큰형은 약간 반대의 방향으로 엉거주춤 서있고, 수요는 시장이 언제 하락할지 몰라 바들바들 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하락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첫째의 부동산 규제 완화의 시그널도 없는 지금의 상승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첫째의 주도하에 시장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압박하는 상황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둘째와 셋째의 시그널에 따라 반응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상승은 지난 하락장과 이어지는 저가매수, 상승초기라 판단한 시점 매수자들에 의한 상승장이라 해석한다. 이들의 에너지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 거래량을 보면 알 수 있다. 7월 7천 건이지만, 8월 9월은 7천 건을 유지하거나 6천 건대를 유지하며 소강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허무맹랑한 시장분석일 수 있지만, 자신만의 기준점을 가지고 시장을 바라보면 , 분석이 틀릴 수는 있어도 시장에 대한 적응력은 분명 향상된다. 3형제가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누가 시장에 본질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게 된다면 시장의 상승과 하락에 더 이상 일희 일비 하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