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신의 호가는 언제나 시세보다 높다. 중개사는 당신보다 낮은 가격의 세대를 먼저 계약시킬 것이다. 부동산에서 전화가 없으면 당신은 뉴스를 찾아보기 시작할 것이다. 가격을 낮출지 조금 더 버텨볼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가와 매매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강남 3구 아파트는 전고점을 회복했으며, 강북 아파트들도 80% 이상 전고점에 따라붙었다.
“시장이 상승 추세이니 더 버텨도 될 것 같다. “
진짜?
현재 상황은 나쁘지 않은데, 앞으로 이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를 알아야 한다. 아파트가 시장에서 팔리려면 3개월 정도 소요된다. 앞으로의 향방은 금융당국의 스텐스에 달렸다. 6월부터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특별한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8월 한 달 대출증가폭이 6조로 폭발하면서, 금융당국은 급하게 칼을 들었다. 대출한도를 줄이고, 갭투자로 매수하는 아파트에는 전세자금대출도 규제하는 강력한 대출 축소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출이 축소되면 시장은 소강상태가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가격을 시세에 맞춰 팔아야겠다.”
진짜?
지방은 아직 2023년 한겨울 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고점을 회복하는 상황에서 왜 금융당국은 저렇게 호들갑일까?
미국 연준은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거의 확정했다. 미국이 금리인하 하면, 우리나라도 수출 때문이라도 금리를 따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리인하는 상승하는 부동산시장에 휘발유 역할을 할 것이다. 금융당국은 그에 앞서 반드시 수요심리를 꺾어야 할 위기에 몰렸다. 부동산 상승 분위기를 미리 식혀 놓아야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발작을 줄일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9월 금리인하를 확정했다. 근거는 지난 코로나 때 푼 인플레이션이 용인 수준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파월의 표면적인 발표를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보다 본질적인 이유로 실업률증가를 꼽고 있다. 실업률이 최근 4.2%로 상승하면서 경기침체를 공식화했다. 즉 미국은 내부적으로 심각한 경기침체를 앞두고 있거나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한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 경제의 대외적인 지표로는 매우 좋은 경제상황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의심은 실업률 상승뿐 아니다. 장단기채권의 역전현상은 경기상황이 심각하다는 증거를 제공한다. 단기채권이 장기채권 금리보다 높아지는 현상은 투자자들이 향후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잃고, 안전 자산인 장기 채권으로 자금을 옮기며 발생하는 현상이다. 심각한 경기침체시기 직전 장단기금리채권이 역전되는 현상은 역사적으로 항상 반복되어 왔다.
미국의 금리인하 이면에 경기침체라는 사실이 숨어 있다면, 한국 부동산 투자자는 금리인하를 환영할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미국에 두 번째로 수출을 많이 한다. 미국 경제가 침체된다면 한국의 수출급감은 물론 환율과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는다. 단순히 금리인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동반 경기침체가 예고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아파트를 던지고 탈출해야겠다”
진짜?
미국의 경기침체 여파가 한국까지 도달하는 시간에 따라 파급효과도 달라진다.
자산시장에 따라 경기에 반응하는 시간이 각각 다르다. 주식시장이 가장 빠르게 미국의 경기침체에 반응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경기침체로 시장추세선을 바꾸는 데 까지는 적어도 3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기침체여파가 매우 느리게 한국에 상륙한다면 부동산 시장은 미미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이 미국 경기의 영향을 서서히 받는 도중에 국내경기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은 주식시장과 다른 실물 시장보다 언제나 늦게 반응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9월 금리 인하 이후, 11월 대선까지는 어떻 게든 경기침체를 막거나 늦출 것이다. 대선 이후가 되어서야 경기침체가 선명히 드러날 것이다. 한국은 그 이후에 경기침체의 영향권에 들어올 것이다. 한국에 상륙한 미국발 경기 침체가 부동산 시장까지 도달하는데 1~2개월 걸린다.
내 아파트 가격을 내가 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부동산시장의 속도 때문이다.
아파트는 긴 줄넘기 하듯 들어가는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긴 줄넘기는 두 사람이 마주 서서 줄을 돌리고, 한 사람은 돌아가는 줄 안으로 잽싸게 들어가는 놀이다. 돌아가는 줄 안으로 들어가려면, 줄보다 늦어서도, 빨라서도 안된다.
경기의 흐름 속도와 부동산시장의 속도가 다르고, 나의 결정시간도 다르다. 3박자가 정확히 일치되는 그 찰나의 순간을 잡아야 하는 아파트 투자가 쉬울 리가 없다.
하지만 남보다 조금 일찍 움직인다면 쉬운 투자가 가능하다. 욕심을 조금만 덜어낼 수 있다면 당신도 긴 줄넘기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