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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뒷면 Jul 30. 2022

당신과 나의 계산기

아이도 더위가 힘에 부치는 모양이다. 하원한 막내는 만화를 보는 가 싶더니 잠이 들었다. 살포시 감긴 눈과 낮게 오르내리는 호흡을 가만히 여다본다. 곤하게 잠든 아이의 얼굴은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아이에게 이른 밤이 오고 내게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큰 아이 방학 특강이 시작되었다. 남들만큼 아니지만 남들처럼 사교육에 도움을 받고 있다. 사교육 열차에 몸을 맡긴 아이는 기관사 의지에 따라서 움직인다. 열차는 정거장이 없다. 출발지와 목적지만 있다. 선택지는 종점까지 계속 갈 것이냐, 말 것이냐 두 가지뿐이다. 성의껏 지도하고 있으며 아이도 따른다는 사탕발림 같은 말의 결론에는 교육비가 있었다. 귀를 의심하게 할 만큼 훌쩍 올랐다. 아이들 교육비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는 물가를 체감한다. 막막한 통장을 보고 한숨을 쉬다 지금까지 지불한 수업료와 지불할 수업료가 떠올랐다. '내가 그동안 얘한테 돈을 얼마나 들였지? 앞으로는 얼마나 남았지?' 방금 전까지 아이의 학업을 지지하 나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초조해다. 바닥을 드러낸 통장을 보며 나와 그가 더는 채우지 못한 한계를 확인했다. 나는 깐깐하게 장부를 짚어가며 손익을 따지는 심술궂은 고리대금업자 되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 줄 알아? 너한테 들인 공이 얼마인데? 내가 너 때문에 참고 산단다' 하며 눈을 부라리고 나를 노려보던 낯익은 여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엄마는 딸인 내가 꼭 들어야 는 이야기라 했다. 네가 아니면 말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부담스럽고 갑갑해서 듣고 싶지 않았지만 피할 방법이 없었다. 아빠와 할머니, 작은 숙부와 숙모 내 주변의 모든 식구에 관한 험담이었다. 그것은 어린 딸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그 이야기는 매번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은 한없이 나쁘지만, 엄마는 너희 때문에 참고 산다, 엄마는 너희를 위해 희생하고 있으니 엄마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안 그러면 엄마가 병들어 아프게 된다로 끝이 났다. 밖에는 아빠할머니가 있었다. 그들은 애정을 머금은 얼굴로 나를 보며 웃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엄마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 께 웃는 일에 죄책감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도 그들을 험담했던 나였다. 엄마가 아낸 울분의 말은 내게로 차곡차곡 였고 불편한 자국을 남겼다. 엄마 삶의 모든 고난과 아픔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내가 없었다면 엄마는 나쁜 그들을 떠나 자유롭게 살 수 있었다. 그렇게 할 수 없 상황이 미안했 경에 처한 엄마 는 것이 내 일이라 생각했다.  수만 있다면 내가 줄 수 있는 좋은 것을 주고 쁘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운 털조끼, 화사한 스카프,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 엄마가 떠오르면 가져다주었다. 갑자기 떠난 아버지 빈자리를 대신하며 엄마의 보호막이 되겠다 다짐했다. 노쇠한 할머니를 함께 살피고 의 자질구레한  맡았다.


나는 환원할 수 없는 것을 환원하려고 했다. 어떻게 무엇을 한들 어미의 희생을 되갚을 수 있겠는가? 어리석은 욕심이었다. 나중에는 그것에 짓눌리고 구속되었다. 아버지를 대신하느라 혼자서 애쓸 뿐 누구도 나의 노력에 관심 갖지 않았다. 엄마는  마음을 이용하 육아와 집안일을 내맡다. 나를 앞세우고 뒤에 숨어서 모르는 척했다. 나는 딸이었다. 아무리 사정이 딱하다 해도 관계를 역전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되었다. 나는 여전히 엄마의 보살핌이 누릴 자격이 있는 자녀였다. 결혼과 육아에 서툰 나는 친정엄마의 도움이 필요했다. 과도한 책임감으로 틀어진 관계는 방향을 바꾸고 변하기 시작했다. 생애 처음 할머니가 나를 양육한 것처럼 엄마가 있어야 할 자리 할머니가 있었다. 머니가 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빈번해졌. 할머니를 돌보는 일은 내 몫되었다. 찮고 번거로운 돌봄이었지만 인정지는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엄마를 원망했 순수한 선의를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에 억울함이 차올랐다. 무심한 주변 가족들까지 싸잡아 비난하며 욕을 해대었다. 


마침내 나는 받 몫과 건네준 몫 사이의 기울기와 무게를 측량하고 아리며 부족한 것들을 셈하게 되었다. 엄마의 희생을 되갚겠다 해놓고는 내 결핍을 채우지 못해 안달했다. 아버지를 대신하려 했던 노력도 인정받지 못하고 내 몫도 챙기지 못다. 애쓴 만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소리쳐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알아달라고 징징거리는 못난이로 취급당했다. 누군가는 했어야 할 일을 내가 나서서 한 것뿐이었다. 도덕적인 의무감으로는 누적되는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 시킨 적도 없었는데 나섰으니 보상해 달라고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효녀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선택한 행동에 망과 실망만 쌓여갔다. 


엄마와 별개로 존재하지 못하고 그녀가 감당할 고통마저 대신하려 했다.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뒤섞여서 분리되지 못했다. 엄마를 만족시키면서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었다. 죄책감과 서운함에서 벗어나려 내 것을 셈하기 시작했다. 착한 딸이 되기보다 내 욕구대로 살기로 했다. 못되고 이기적인 건가 싶은 심리적 긴장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금의 불편함이 나를 자유롭게 해 주리라 믿는다.


<사진출처: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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