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책 첫 장은 쉽게 못 쓸까

제12화

by 그래도

1. 새 공책을 펴면, 첫 장이 괜히 무겁다.

깨끗해야 한다는 무게가 손끝을 굳게 만든다.

한 번 삐끗하면, 공책 전체가 망가질 것만 같은 불안.


2.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첫 장을 넘겨 버린다.

처음은 두렵다.

깨끗함을 해치는 순간이 곧 시작이니까.


3. 관계도 다르지 않다.

첫인상 앞에서는 늘 경직된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도리어 더 큰 흠집을 낸다.


4. 결국 공책이든 관계든, 채워지는 건 두 번째 장부터다.

깨끗함은 금세 사라지고, 이야기는 흠집에서 시작된다.


처음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관계에서도 드러나는 ‘완벽주의(흠 없이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와 ‘자기표현 불안(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기 두려운 마음)’의 모습이다.
첫인상 앞의 긴장은 잘 보이고 싶은 욕구와 동시에 거절을 두려워하는 ‘자기 노출 불안(보여줬을 때 거절당할까 두려운 마음)’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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