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날이면 이곳을 떠나 일상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데 오늘은 아쉽지가 않았다. 직장인으로 제주에 왔을때는 '내일 출근해야하네.' 라는 생각 때문에 여행을 하고 있으면서도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까워 어떻게든 붙잡고 싶어했다. 이제 한밤 남았네라는 생각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었다. 그치만 지금은 백수여서인지 아쉬움보다는 잘 쉬었다 가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것에도 쫓기지 않고 뭘 해야한다는 압박감 없이 그저 물 흐르는대로 보낸 여행다운 여행이었다.
여행은 머무는 장소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엄마, 아빠와 제주에 있는동안 '왜 진작 이런 시간을 갖지 못했을까.' 라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는 것은 미련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이내 '엄마, 아빠랑 제주도에 또 와야지.' 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과거에 이런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지금 더 나은 모습일텐데.' 라며 펑펑 울며 후회한적도 있었다. 그런데 후회하면 마음이 나아져야 하는데 후회하면 할수록 마음은 더 아파진다. 그래서 후회하지 말아야지 후회하면 마음이 아프게 되는걸 알면서도 후회하는게 사람인가보다.
마지막으로 바다를 한번 더 보았다. 하늘만큼이나 맑다. 돌과 물과 하늘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돌 하나하나를 가까이에서 보면은 그다지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면 참으로 멋스럽다. 나 자신을 보면 항상 부족한점이 먼저 보였다.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왜 나의 못난점은 크게 보였던 것일까. 바다는 내게 사색의 시간을 준다.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며 내가 가진 좋은점들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따뜻하고, 주위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감사할줄 알고,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다. 나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끌어안아주자고 다짐해본다.
여행을 다녀온 몇일 뒤 엄마,아빠가 우리집에 왔다. 엄마,아빠는 "우리 또 제주도 가자."라고 말했다. '제주도 엄청 좋았어.' 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곳에 또 가자라는 말에서 엄마,아빠의 마음속에 제주도가 좋은 기억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주에 있는 엄마,아빠의 표정에서 이곳이 참 마음에 든다는 것이 느껴졌다. 기분이 좋은 것, 행복한 것은 얼굴에 드러난다. 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좋은 기억을 선물해준 제주에게 고맙다. 원래 부탁같은거 잘 못하는 성격인데 제주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한가지 있다. 그 자리에 오래오래 있어달라고. 그래서 언제 다시 너를 만나든 지금의 행복한 기억이 떠오를 수 있게. 그 기억이 살아가는데 힘이 되고 응원이 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