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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수 Aug 23. 2023

사냥꾼

구상나무 이야기 2



구상나무 이야기 2 



구상이는 아직 응봉산을 헤매고 있었다. 멧돼지에게 쫒기고 사냥꾼에게 습격당하고... 


 “일어나야지.”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며 흔들었다. 구상이는 아직도 꿈속에서 헤매고 있다. 


“늦게 일어나는 사람은 아침밥 없다.” 


응봉산 정상을 찾아 가려고 하는 산을 헤매는 순간 찰싹 엉덩이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엄마는 구상이에 대한 잔소리가 심하다. 달력은 동그라미로 빽빽하고, 어제도 학원 오늘도 학원 내일도 학.원.학.원.학.원. 학원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해가 넘어가는 지평선 너머로 해가 사라지듯이.     

학교 수업시작 종이 울렸다. 구상이가 제일 좋아하는 체육시간. 운동장에서 피구시합을 한다. 수행평가에도 반영된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친구들과 정정당당히 사이좋게 시합을 할 것이다. 특히 체육시간이 되면 승부욕이 모두들 최고조에 달한다. 

같은반 친구들도 수업시간이 체육이면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피구시합에서 이기지 못했던 아쉬움 때문에 친구들과 수업이 끝난 후에도 구상이는 친구들과 동네 골목에서 피구놀이를 했다. 

하교 후 집에 오니 엄마는 외출준비를 하고 계셨다. 학원 상담이 있어 다녀와야 하니 문제집을 풀어놓으라고 숙제를 내주었다. 

엄마가 외출한 걸 확인하고 내방에 와서 문제집을 푸는 데 한숨이 나왔다.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안되는 걸 알지만 초고속 빛의 속도로 답안지를 보고 베꼈다. 모든 정답은 풀이참조, 

엄마가 주고 간 숙제라서 엄마가 계시지 않는데도 목소리가 메아리지고 있었다. 

‘문제집 풀어 놔’ 

손이 꼬이고 몸이 꼬이고 발이 꼬인다. 준영이랑 약속했고

술래잡기도 하고 싶고, 자전거도 타고 싶고, 놀이터에서 놀고 싶은데...


1번 답은 ? 

2번 답은 ? 

3번 답은 ? 

.......

20번 답은? 

(서술형으로 쓰시오)

정답 : 풀이참조, 

‘에라, 모르겠다’ 

국어 논술형 답안은 ‘풀이참조’로 적어놓았다.


문제집을 덮고 잽싸게 친구들을 만나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다.

엄마는 생각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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