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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수 Aug 23. 2023

지름신

구상나무 이야기 4



구상나무 이야기 4



‘우지끈 우드드드득 툭’


땅속 지름신이 움직이는 시간이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햇살의 빗장은 열리고 사람들이 바빠진다. 

구상이는 요사이 고민이 늘었다. 구상이가 자주 꿈꾸는 꿈속 할아버지의 모습이 있다. 

앞머리는 숱이 많고 뒷머리는 대머리인 채 날아다닌다. 

카이로스의 모습으로. 그리고 구상이에게 자주 들려주곤 했던 이야기가 있었다. 

안개가 내려앉은 구상이의 이마 너머로 억새의 머리가 하얗게 늙어갔다. 

둥지에는 새끼 까치들이 입만 내밀고 이른 추위에 떨며 어미새를 기다린다. 


‘ 나는 왜 여기서 커야 하는 가로수 일까?.’ 


구상이가 중얼거린다.

해가 뜨는 시간 구상이의 키가 크는 시간이다.

오늘의 나의 키는 얼마나 클까?

1cm 일까, 아니면 2cm일까, 아니면 3cm일까? 

지름신 카이로스 할아버지 그만 크면 안될까요?

구름 너머 가을의 단풍은 몽실몽실 솟아난다. 


‘아! 오늘은 햇살도 물도 땅속의 친구들도 싫다.’


‘아. 그만 크고 싶다. 성장통이 오는 다리가 너무 아파.’ 


‘우지끈 우드드드득, 툭’


 구상이의 머리 위 텃새들이 구름위로 이동하고, 간간이 참새가 수다를 떨며 쉬어간다.

 키는 1년에 두 번씩 ‘가로수 나무 정비‘ 작업을 통해 아저씨들이 나와서 구상이의 키를 가지치기 가위로 잘라준다. 

가려운 등도 긁어주고 물로 샤워도 시켜주니 시원하다.

몸에 붙은 벌레도 떼어주고 약도 쳐준다.


“에취”


‘참아야지. 몸살 나는 것보다 매운거 참는게 낫지.’


약이 몸에 남아 있는 동안은 벌레들이 구상이의 몸이 매워서 덜 달라붙는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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