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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수 Aug 23. 2023

친구란

구상나무 이야기 5


구상나무 이야기 5



땅속으로 자라는 구상이의 다리는 줄여주는 사람이 없어 계속 자라난다.


“아, 다리가 저려”


“누구 없니?”


보도블록 밑 다리 아래의 세상은 몸위의 친구와는 다르게 기어다니는 친구들 투성이다.

지렁이와 개미, 두더쥐, 모두들 쉴사이 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어이쿠. 어이쿠.”


지렁이가 앞을 보지 못해 구상이 다리에 부딪친다.


“지렁아, 미안해. 나도 다리를 어찌할 수가 없네.”


 비바람이 들이치고 무섭게 비가 내리는 날은 구상이도 무서워 공포에 떤다.

피할 곳이 없어서 고스란히 비바람을 다 맞아 몸이 흠뻑 젖는다. 

천둥과 벼락이 무섭게 내려올때는 뚜껑이 되어 주는 보도블록이 다리를 

바깥 세상으로부터 지켜준다.


 ‘우지끈 우드드드득, 툭’ 


구상이의 몸에는 지름신이 돌아다닌다.

더 이상 키가 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키크는 것이 두렵다. 

구상이의 다리는 갈 곳이 없다. 보도블록위로 어린 친구들이 지나가면서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어떤 날은 구상이 다리 위로 할머니들이 지나가면서 수다를 떨고 계신다

구상이를 보지않고 서로의 얼굴들을 쳐다보며 수다삼매경에 빠져있다.

한 할머니가 


“어이쿠”


하며 몸이 기우뚱 옆으로 쏠린다.


“땅이 왜 이래”


옆의 할머니도


 “그러게... 이상하네”


“땅속에 땅귀신이 살고 있나? 우리를 붙잡네”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어느날 도마뱀이 찾아왔다. 

구상이가 있는 곳에서 보기 힘든 도마뱀이었다. 


“지리산에 놀러왔던 가족이 있었지. 지리산 노고단 정상으로 가는 계단 길목에서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계단 옆에서 잠시 쉬면서 졸고 있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소년의 목소리가 뒷덜미에서 쩌렁 쩌렁 울리는 거야.


“엄마, 나 도마뱀 잡았어요.”


“우와. 신기해요.”


“내가 가지고 가서 키울래요.”


도마뱀은 지리산에서 가족과 강제로 헤어지고, 작별인사도 할 시간이 없이 소년의 집으로 왔다.


“얘들아, 내가 도마뱀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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