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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수 Aug 23. 2023

운명

구상나무 이야기 6



구상나무 이야기 6




“우와, 좋겠다.”


“신기하다. 보여줄 수 있어?”


아이들은 소년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나는 살아있는 장난감이었지. 만지고 주물럭거리고 들어보고 먹이도 주고...”


도마뱀은 회상하며 얘기를 이어갔다.


“에휴, 그래서 난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걸려 먹는 것도 싫어지더라고.”


“그랬구나...”


구상이도 도마뱀이 가여웠다.


“곤충, 지렁이, 노래기가 먹고 싶었어,”


도마뱀은 꼬르륵 소리를 냈다.


“그래서 내가 어느 날은 소년이 학교에 가고 난 뒤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소년이 없는 것을 확인했지.

 그리고 뒤도 안돌아 보고 열려 있는 문사이로 도망쳐 나왔어.”


“그런데 도망치고 나오니 갈 곳이 없는 거야. 내가 살던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도마뱀은 지리산으로 가는 길을 몰라서 헤매다가 구상이한테 까지 오게 된 것이다.


“소년의 집은 지옥이었어.”


“일주일이 일년 같더라고...”


도마뱀 친구는 구상이 몸 아래로 내려가 곤충과 지렁이를 잡아먹고 올라왔다. 


“구상아, 고맙다 덕분에 배부르게 먹었어.”


“아니야, 덕분에 나도 너의 얘기 듣고 즐거웠어. 언제든 환영이니까 놀러와.”


그런데 문득 구상이에게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생겼다. 


‘구상이 부모는 누구인지... 고향은 어디인지... 빨리 알고 싶은데...’


‘우지끈 우드드드득, 툭’ 


어느날 안개가 자욱한 이른 새벽 아저씨들 말소리와 차 시동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살며시 눈을 떠보니, 

익숙한 사람들이 보인다. 

1년에 두 번 나와서 구상이의 키와 몸을 정리해주던 아저씨들이 칼과 톱을 가지고 분주히 움직인다. 


“나무야, 그동안 잘 지냈지?”


“미안하지만, 이제는 너를 뽑아내야 한다.”


“정이 많이 들었는데...이제 작별해야 하네.”


“그러게 말야. 이 가로수 나무를 도로 재정비 사업 때문에 뽑아내야 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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