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조여 있던 생각이, 마음이 조금씩 헐렁해지면서 그 사이로 햇볕이 들어오고 바람이 들어왔다. 아프든 안 아프든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훨씬 살아갈 맛이 났다. 그러던 와중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고모였다. 고모는 내가 많이 아프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자신도 암 투병을 마치고 회복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식이 유황인 MSM을 권했다. 보조식품의 한 종류인 그 약은 오래전부터 지인이 나에게 먹어보라고 권한 것이었다. 쑥뜸으로 나을 거라고만 생각했던 나는 그 얘기를 흘려듣고 말았었는데 그날은 그렇지가 않았다. 이것이 우주가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약을 먹기 시작했다. 고모는 가볍게 먹었다고 했는데 나는 왕창 먹었다. 그 약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요법을 택했고 그 요법을 안내하는 매니저의 도움을 받으며 갖가지 명현 현상을 뛰어넘으면서 계속 먹었다. 쓰고 짠맛이 나는 약물을 하루에 3리터를 마시고 몸 안의 염도를 맞추기 위해 물을 일체 마시지 않아야 했는데 효과가 드라마틱하게 좋았다. 당장 통증이 줄어들고 손목에 불룩하게 솟아있던 혹이 사라지고 온 몸에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걸음도 점점 똑바르게 걸어졌다. 드디어 확실한 변화가 나타났다.
약을 먹으며 한 달, 두 달, 석 달이 지났고 몸은 점점 더 나아졌다. 그런데 하루에 3리터의 약물을 마시는 것의 굴레에 갇혀 또다시 괴로워졌다.
‘3리터... 3리터...’
그 3리터의 약물을 못 마신 날은 쑥뜸을 못 한 날 그랬던 것처럼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그만하고 싶었다. 마음의 자유가 몸의 자유와 연결이 되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한 권의 책을 만났다.
허브 과의 한 종류인 셀러리를 즙을 내어 먹는 ‘셀러리 주스’에 관한 책이었다. 나는 그 약물 복용량을 줄이고 셀러리 주스를 먹기 시작했다. 점점 더 투입되는 시간이 짧고 간단하고 자연적인 치료법으로 바뀌어 간 것이다. 이것이 나의 현재다. 약물만큼이나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지만 계속 해 볼만 하겠다 싶다. 그리고 아마 이다음은 명상이 될 것 같다. 무언가를 먹지 않고도 몸을 변화시킬 수 있는 명상. 그 단계로 가기 위해 차근차근히 나아가고 있는 중이리라. 내 몸은 나아졌고 과거의 내가 못 했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는 보름달만 뜨면 집 밖으로 나가 달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던 두 딸들이 있다. 얼마 전에도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있길래 둘째 하늘이에게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물으니 엄마 빨리 낫게 해달라고 했단다. 그 말을 들은 첫째 바다가 하는 말이
“엄마 이제 나았어. 다른 거 빌어.”라고 했다.
바다의 그 말을 듣는 순간이 꿈같았다. 평생 아이들이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자신에 관한 소원을 못 빌고 엄마 나으라는 소원을 빌게 될까 봐 무서웠는데 다른 걸 빌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뻤다. 홀가분했다.
계속 낫는 중이다. 회복 중이고 몸을 온전히 낫게 하는 방법들을 알게 되는 중이다. 지금의 그 진행형들이 몹시 소중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