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이 까이도록

by A록


살갗이 까이도록


이토록 뜨거운 아기의 삶이라니!

기어 다니느라 살갗이 홀랑 벗겨진 임최하늘의 발.

요즘은 이 발로 의자를 붙잡고 서서

한 걸음씩 걷는데

그때의 희열에 찬 표정은 나를 멈추어 서게 한다.

놀랍다. 그저.

+

그 투명하게 보드라운 살이 벗겨져서

빨간 속살이 드러난 걸 처음 봤을 때

얼마나 놀라고 마음이 쓰리던지.


양말을 벗겨 놓기만 하면 계속 이렇게 되었다.

이제 조금 아물어가고 있다. 서기 시작하면서.

바다는 이렇게까지 안 했던 것 같은데

하늘이는 뒤집기 때부터 참 열정적이다.

무지하게 재미있나 보다.

매일 조금씩 성장하면서

만지고 맛보고 느낄 수 있는 게 많아지는 것이.

그러니까 이 정도로 열심히 하는 거겠지?


아니면 언니의 집적거림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생존의 노력일지도 모른다.

‘나를 인형 취급하지 말라고!

이거 봐! 길 수도 있고 걸을 수도 있잖아!’ 하는.

제주도는 이제 추워지기 시작했다.

이사 오기 전에 남편이

제주도는 겨울에도 바람이 많이 불어서

나가 놀기 힘들 거라고 했을 때

무슨 소리냐고 든든히 껴입으면 문제없다고 했는데

문제가 있다.


집 밖은 고사하고

베란다 문도 열기가 무서운 바람이다.

심지어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온 바람이

집 안에서도 분다.

자세히 보면 지금 거실에 앉아있는 내 머리카락이

살짝 날리고 있을지도...


그래도 휘영청 밝은 대빵 만한 보름달이 뜨고

청명한 공기가 코를 가득 채우는 제주도가 좋다.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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