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여 그렸다

by A록


숨죽여 그렸다


‘아끈다랑쉬오름’을 올라가는

남편과 바다가 보인다.

선명하게.


나는 차 안에서

잠든 하늘이를 옆에 눕히고

그들이 속한 제주의 따뜻한 풍경을

숨죽여 그렸다.

+

다랑쉬오름 바로 옆에

‘작은 다랑쉬오름’이라는 뜻의

‘아끈다랑쉬오름’이 아기처럼 하나 붙어있다.


넓고 텅 빈 하늘 아래 아기 새의 머리처럼

부드러운 억새 털로 덮인 둥근언덕.


그 언덕길을 조금조금 올라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바다와 남편이 손을 잡고 올라가는 모습을

차 안에서 보고 있다가 순간 찡했다.

너무 아름다워서.


안고 있던 하늘이를 얼른 카시트에 눕히고

차 안에서 숨죽여 그 풍경을 그렸다.


이런 고요의 시간.

내 느낌을 담은 그림을

사부작사부작 그리는 이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요즘 더 깊이 느끼고 있다.


이렇게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무한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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