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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Da Mar 04. 2022

[기프고 슬쁘다] "상대적 박탈감? 좋은 일 증후군?"

소중한 나의 감정 이야기 - 20

"나만 생각하면 나는 괜찮은데"


사실 나는 사는 게 그리 힘들지 않다. 아직 집도 월세고, 은행에 저금된 큰돈도 없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큰 관심도 없다. 외제차도 없고 명품도 없다. 물론, 생활비도 더 넉넉하면 좋겠고, 아이들 과외도 시켜 주고 싶고, 여행도 자주 다니고 싶다. 이넘의 월세 생활도 그만하고 이사도 그만 다니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편하거나 힘들지 않다. 내 가족들과 언제나 화목하고 행복하게 지낸다. 당장은 넉넉하지 않지만 매일 최선을 다해 살고 있고 다행히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너만 생각하면 나는 안 괜찮더라"


나보다 잘 사는 친구를 만났다. 대기업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강남에 좋은 아파트에 살고, 좋은 차와 명품을 가지고 다닌다. 아이들 사교육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다. 그런 삶이 나와 비교된다. 나만 생각할 때는 괜찮은데 친구인 너만 생각하면 내 삶이 초라해진다. 마치 아무 말하지 않았는데 "넌 아직 월세니?" "넌 아빠로서 자녀에게 그것밖에 못해주니" "가족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미래를 불안해하고 있잖아" "못 가졌으니 괜찮다고 애써 말하는 거잖아"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 박탈감이 우리 아이들의 몸에 베여 있더라고"


청소년인 자녀들이 스마트폰을 최신 제품으로 사달라고 한다. 사실 지금 폰도 충분하다. 그 이상 기능이 필요하지 않다. 사줘도 그 기능을 다 쓰지 못할 것이다. 매월 비싼 할부금을 내며 사용할 나이도 아니다. 그런데 사달라고 한다. 이유는 그 기능이 필요해서 아니다. 친구들이 모두 가지고 다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필요한지 묻지 않는다.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게 옷을 사야 하고, 가방을 사야 하고, 안경도 사야 하고, 시계도 사야 하고, 운동화도 사야 한다. 



'좋은 일 증후군이구나!'


지인 중에 유독 좋은 일이 많은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가 참 행복해하는 모습에 부러워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점점 불안해했다. 더 이상 좋은 일이 없어서란다. 좋은 일이 많다 보니 이제는 좋은 일이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남들이 볼 때는 아무 일이 없는 평범한 일상인데 그는 불안해했다. 매일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불안해했다. '좋은 일 증후군'이 찾아온 것이다. 


"요즘은 무소식이 희소식이고 아무 일 없는 것이 좋은 일이야"

"나도 알아. 그런데도 불안하단 말이야"

"아는데 왜 불안하냐고?"

"모르겠어. 그냥 불안해"

"좋은 일에 중독이 된 거 같아. 금단 증상인 것처럼 보여"

"아...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거 같아. 나 어쩌지?"


"인생은 나그네로 사는 거야!"


인생은 원래 내 것이 하나도 없다. 노래 가사처럼 알몸으로 태어났다 알몸으로 가는 거다. 그러니 인생은 수지맞는 장사다. 그런데 알지만 잘 안된다. 세상을 다 가진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있는가? 록 그룹 '너바나'의 리드 싱어 '커트 코베인'은 세계적인 스타가 된 지 3년 만에 집에서 엽총으로 자살을 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인기를 누렸는데 죽었다. 그가 생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처음엔 나의 팬들이 나를 지옥에서라도 건져 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안티 팬들이 나를 지옥으로 보내려고 한다"


세상을 다 가져도 사람 마음을 가지지 못하면 불행하다. 그 마음이 뭔지, 그 마음 때문에 사람이 삶을 포기한다. 마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 죽음의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세상을 다 가진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불안해하는 이유는 죽음 때문이다. 반면 '저스틴 비버'는 교회 다니는 친구의 말 한마디에 크리스천이 되었다고 한다. 


"넌 죽음이 두렵지 않아?"


이 질문에 두려운 마음을 고백하고 신앙으로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말에 교회로 향했다고 한다. 이 두려움이 상대적 박탈감의 지배를 받게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 다른 사람의 나를 향한 마음을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남들 사는 만큼은 살고 싶다.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도 가지고 싶다. 그래서 그 마음을 얻어서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다. 그래서 두려움을 없애고 싶다. 하지만 결코 그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는다. 



"두려움의 근원은 나 자신에게 있어"


두려움은 내 마음 안에 있다. 내 마음이 달라져야 이 두려움이 사라진다. 사람들의 마음은 영원하지 않다. 지금 당장 마음을 얻은 것 같아도 나중에 잃게 된다. 부부 사이도 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세상 사람들 마음이야 어떨까... 내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저 나그네로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세상으로 왔다가 저 세상으로 간다. 그래서 나는 나그네로 살 수 있다. 잠시 살다 가는 세상이다. 물론 그 시간조차 넉넉하고 부유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좋겠지만 두려운 마음을 들고 그렇게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할까.


오늘도 나에게 묻는다.


"뭐가 그렇게 두렵니?"

"그냥 나그네로 살아"

"최선을 다하되 나그네로서 최선을 다하는 거야"

"뭐 좀 안되면 벌벌 떨고 살지 마"

"시간이 지나 보면 별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거야"

.

.

.

"정말 별 것도 아니니까 너무 목숨 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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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괜찮다고.. 괜찮아.. 그만해... 별거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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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니라고 했다... 그만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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