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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Da Dec 02. 2021

[기프고 슬쁘다] "아픔 속에 빨리 어른이 된다는 말"

나의 소중한 감정 이야기 - 18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를 봤다.

혜진의 아버지가 두식이에게 자신의 딸 이야기를 한다.

혜진이 어릴 때 어머니를 잃고 아픔 속에 자란 이야기다.


"변명 같겠지만 혜진이도 자네만큼 외롭게 컸어. 집사람 가고 내가 한동안 술만 퍼 마셨거든. 아비라고 그냥 있기만 했지 그 어린애 책가방 한번 안 싸줬네. 그랬더니 녀석이 너무 일찍 커버리더라고. 그게 늘 마음에 걸렸어"


“아픔 속에 빨리 어른이 된다” 는 말이 있다.

그래서 때로는 대견한 마음에 고난이 열매 되었구나 칭찬한다.

더 나아가서 오히려 고난 속에 사는 삶이 필요하다고까지 말한다.


정말 그럴까?

정작 당사자의 마음을 열어보면,

어른은 어른인데 불행한 어른인 경우가 많다.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웠지만, 행복을 누리는 법은 모른다.

그래서 정작 어른이 되어서도 바득 바득 어른 노릇만 하며 산다.


우리 부모님들이 그랬다.

전쟁, 보릿고개 시절에 자란 우리 부모들이다.

그래도 어른 노릇한다고 몸이 망가져라 일해서 자녀를 키웠다.


그래서 어른 노릇은 했지만 행복을 모른 채 살았다.

사랑이 뭔지 몰라서 사랑하며 키우지 못했다.

그래서 변명 같은 말을 달고 살았다.


"꼭 사랑한다 말을 해야 아냐?"

"잘 먹고 잘 살게 해 준 게 사랑이지"


이제는 그 자녀들이 가정의 깨어짐 속에 살다 똑같은 어른이 되었다.


두식이 혜진이 아버지에게 답을 한다.

"아버지 완전히 틀린 생각하고 계시네. 혜진이 충분히 사랑받았어요.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사랑이 충만한 사람으로 컸을 리 없잖아요"


아픔 속에 자라면서 사랑을 배운 이들이 있다.

대견하게도 스스로 그 사랑을 부모에게서 찾은 사람이 있고,

감사하게도 다른 사람을 통해 그 사랑을 배운 사람도 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다짐했다.

아픔 속에 불평하기보다 어른이 되어야겠다.

그러나 사랑을 알고 사랑할 줄도 아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성경에 사랑 이야기가 쓰여 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사랑이 한순간 쏟아내는 감정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말로 들린다.

사랑은 그렇게 같이 살아가는 삶이다.

이렇게 말을 바꾸고 싶다.


"아픔 속에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그렇게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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