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우리의 겨울은 어느 순간 롱 패딩과 두꺼운 스웨터, 그리고 도톰한 팬츠가 전부가 되었다. 멋을 내기란 쉽지 않은 시기라 포멀 한 슈트는 접근하기 어려운데, 특히 봄과 가을에 주로 입는 것이라는 생각에 두터운 겨울 슈트는 생소하고 접근하지 못하는 품목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10월 중순부터 3월까지는 추위가 계속되기에 두꺼운 슈트는 고민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옷장에 꼭 넣어두고 어떻게 입을지 고민해야 할 대상이다. 적어도 5개월은 포근함과 포멀 한 멋을 안겨줄 멋진 아이템이 될 테니 말이다.
겨울 슈트의 대표적 원단인 플란넬은 두껍고 단단한 조직이 특징이다. 겨울 날씨처럼 춥고 눈과 비가 많이 오는 것에 마모가 잘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광택이 적고 겉면에 털이 살짝 올라온 것 같은 헤이리(Hairy)한 표면이 특징이다. 때문에 따뜻한 느낌을 주어 겨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원단이다.
플란넬 슈트는 겉면이 보여주는 헤이리(Hairy)한 느낌 때문에 밝은 컬러가 다른 원단들보다 입기 쉽다. 따뜻한 느낌 때문에 밝은 컬러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베이지 컬러는 재킷, 팬츠 따로 입어도 될 만큼 활용도가 높은데 슈트로 입었을 때는 부드럽고 여유로운 남자처럼 만들어 준다. 봄가을 두께 원단의 슈트가 긴장감을 주는 느낌이라면 밝은 플란넬 슈트는 여유와 부드러움을 매력으로 가지게 해 준다.
물론 플란넬 슈트가 처음이라면 솔리드의 네이비, 그레이를 추천한다. 광택이 없는 슈트가 주는 매력은 강직함과 단단함이다. 그와 함께 포근함도 있다. 짙은 다크 그레이 혹은 다크 네이비 플란넬 슈트를 몸에 딱 맞게 입으면 겨울에도 날 선 듯한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컬러가 아닌 패턴으로 재미를 보고 싶다면 시작은 스트라이프(Stripe)가 좋겠다. 네이비의 스트라이프는 세련되고 젊은 느낌을, 그레이의 스트라이프는 진중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컬러의 밝기에 따라 느낌은 꽤 다르겠지만 과거 영화에서 보면 나오는 배우들의 다크 그레이 스트라이프 플란넬 슈트가 자주 보였던 것은 진중한 배역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좋은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프까지 충분히 경험했다면 하운드투스와 글랜 체크 정도가 있다. 스트라이프보다 단품으로 입기 좋아 세퍼레이트로 활용하기에 충분한 아이템이다. 특히 플란넬 그레이 글랜 체크는 슈트 한 벌로 어떤 기교 없이도 클래식의 묘미를 표현하기에 강한 아이템이다.
플란넬 슈트의 장점은 이너를 셔츠만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셔츠는 물론이고 터틀넥 니트나 라운드 니트 같은 다양한 니트 종류와 매치해도 큰 어려움이 없다. 계절을 고려하여 플란넬 슈트에 터틀넥을 톤앤톤으로 매칭 하면 세련된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혹은 밝은 컬러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데 아이보리 터틀넥은 화사하면서 따뜻한 느낌을 주기에 네이비, 그레이 플란넬 슈트에 잘 어울린다. 그만큼 밝고 뚜렷한 컬러를 즐기기에는 플란넬 슈트만큼 잘 융화시켜주는 아이템이 없다.
광택감이 적기 때문에 다른 슈트보다 포멀 한 느낌이 덜하기에 라운드 니트에 머플러를 함께 입으면 또 다른 캐주얼한 느낌을 준다. 한 가지 팁은 터틀넥이 컬러에 제한을 덜 받는다면 라운드 니트는 다소 어두운 컬러를 선택하여 차분한 느낌을 강조하는 것이 좋겠다. 혹은 라운드 니트 안에 셔츠를 입어 단정한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셔츠의 컬러까지 많으면 다소 난잡해 보일 수 있으니 화이트 셔츠에 제한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플란넬 슈트는 특유의 포근함이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봄, 여름에 즐겼던 컬러가 비비드하고 강했던 슈트와 달리 포근하고 부드러운 슈트를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왔으니 시도를 해보길 바란다. 겨울의 옷 입는 재미는 오로지 지금부터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