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창업하다

책으로 만들 결심

by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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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 라운지 스토리' 연재와 밀접하게 연결된 작가의 'Book 프로젝트'에 관한 사이드 연재입니다. 이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개연성 있게 보고 싶은 독자는 두 개의 연재를 구독해 주세요.





2023년 여름,


나는 지난 5년간, 흩어진 파편의 조각모음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매주 주말마다 어머니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유대인에서 유래한 "밥상머리 교육"과 비슷하다.)


참고로 우리 가족은 다른 가족과는 사뭇 다른 구석이 있다. 생존이라는 키워드가 중심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대화의 주제는 항상 앞으로의 미래와 경영, 금융, 부동산, 경제, 뉴스, 전략 등과 관련한 이야기가 약 90%를 차지한다.(거의 100% 아닌가 싶다) 그래서 커피숍에서 대화하면 4시간은 기본이다. 그냥 대화하다 보면 항상 4~5시간이 흐른 뒤다. 어떤 날은 7시간이 지날 때도 있다. 이야깃거리가 끊임없이 나와서다. 문제는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습관이 생활화돼서, 일상 대화를 할 때는 조용해진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몰라서다. 감정이 메마른 건지, 내가 AI인 건지···


나름 양쪽 뇌를 트레이닝시켰다고 생각했으나 이 또한 나의 착각이다.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면서 일상적인 소소한 대화를 하는 이들이 부럽다. 더욱 부러운 건, 인문학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이다. 내가 브런치에 가입한 이유는 이러한 매력을 얻고 싶어서다. 정확히 말해, 인문학적 사고와 표현을 배우고 싶고 닮고 싶다. 브런치에 나 같은 분들이 혹여 있다면 공감할 듯한데, 인문학에서의 표현이 너무 예쁘지 않은가? 어떻게 현미경을 통해 달팽이의 더듬이 끝을 아기손처럼 매만지듯,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냔 말이다.




비유컨대, 손이 큰 어머니의 손맛(나)과 미슐랭이 극찬한 호텔셰프 요리(인문학)랄까?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그냥 졌다. 졌다 치고, 초등학생의 마음으로 열심히 배우고 싶다. (어디까지 이야기하다가 옆길로 빠졌지?)




생전에 이건 꼭 해야 쓰것다. 아들아!



지난 5년간 이들의 성장 과정을 나만 지켜본 게 아니었다. 어머니도 지켜봤고, 주변 선배기업 및 멘토들도 지켜봤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가슴속에 무언가 생긴 듯하다.


어느 날 어머니가 찾아와서 나에게 웅장한 포부를 건네고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아들아! 네가 고생 좀 해야 쓰것다. 우짜것냐, 네 팔자인 것을~



'무슨 말이지? 지금도 고생하고 있는데, 팔자 거론하는 거 보니 더 큰 무언가가 있구나.' 그러곤 내가 여쭤봤다. "어머님, 하문하시옵소서" 어머니가 말한다.

"그래, 썬(son)! 나 좀 도와줘야 쓰것다. 화장품 사업은 딸이 알아서 하고, 나는 진로적성 상담서비스를 하고 싶구나! 그게 나의 꿈이야."


'우리 집구석은 독고다이 사업가 집안 인가?'


그날 이후, 나는 어머니의 사업을 일주일에 2일을 할애하여 도와드리기로 했다. 어머니는 아주 오래전부터 명리학, 심리학, 상담학에 관심이 많았고, 이를 부업으로 하다가 천연비누 연구제조로 급히 전향했기에 딱히 적성에 맞았던 건 아니었다. 그것이 고정 직업이 되기 전, 지금이라도 적성에 맞는 일을 다시 하고 싶었을 터다.




사업을 하려면, 사업계획서부터!



사회초년생들의 운영 템포와 스타일을 파악한 지 얼마 안 돼서, 이번엔 고령자의 템포와 스타일을 찾아야 하는 게 나에겐 큰 숙제다. 이것이 내 머릿속을 계속 헤집고 다닌다. 눈알이 피곤하고, 전두엽의 통제감각이 무뎌지면서, 온갖 편도체의 감정들이 탈옥한 죄수들처럼 감각을 휘젓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머니는 설렘을 지닌 소녀와 같이 전투력이 1,000%이다. 그 눈빛은 전쟁터에 임하는 소년 장수와도 같았다.


내가 말했다.


"어머니, 사업을 하려면 우선 사업계획서부터 쓸 줄 알아야 돼요. 드라마에도 나오잖아요. 돈 많은 어머니 앞에서 철없는 아들이 사업하겠다고 하니, 사업계획서부터 검토하고 돈 주겠다고 말하는 장면이요~"


어머니 왈,


"그렇지 당연하지! 근데 나 못써~ 네가 일단 시범 삼아 만들어 봐라. 내가 검토해 보마!"



당황했으나 심호흡 후, 침착하게 위기를 넘기며 내가 말했다.


"어머니, 입장이 바뀌었어요~ 제가 검토해야죠"


그렇게 옥신각신 대화를 나누면서, 나의 하루 에너지는 고갈되었다. 에너지 소모는 젊은 사회초년생보다 2~3배 힘들었다. 4살 아이와 하루종일 놀아주는 피로도쯤 생각하면 좋을성싶다. 그래도 가족이니까, 사랑하니까 그 순간은 힘든 줄 몰랐다. 그렇게 어머니는 점점 스타트업 세상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사업계획서 왜 써야 돼?


사업에 대해 피를 토하며 회의하던 어느 날, 어머니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매회 전쟁이다)



아들아, 워드도 제대로 모르는데 사업계획서 쓰려니, 박이 터진단다!
벌써 코피도 났고, 머리에 구멍 날려고 해! 봐라~ 구멍에 물 부어도 되겠어.


잠시, 어머니와의 회의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필자의 하소연) 회의할 때, 두세 번 반복적인 이야기를 하면, 남들 같으면 지쳐서 그만두거나 짜증을 내는 게 다반사다. 나도 사람인지라 네다섯 번 까지는 인내하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일곱 번이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게 아닌가? 심지어 아홉 번, 같은 말을 반복한 적도 있다. 이러니 대환장 파티를 하는 것이다.(입에 담을 말은 아니지만, 알츠하이머라면 인정하겠다) '이러다가 내가 정신병에 걸리는 게 아닐까?'라고 수없이 생각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내가 기준이 높은 것일까? 아니면, 어머니가 기준이 낮은 것일까? 이러한 뫼비우스의 띠(8 라운지의 8의 의미부여는 이 시점에서 시작되었다)처럼 생각은 또 생각을 낳고 무한히 꿈속으로 스며들어 잠든다.


다시 아침이다. 어느덧 어머니와의 회의날이 다가왔다. 결전의 날인 것이다. 이날은 이제 나와 어머니와의 전쟁 날로 바뀌었다. 그래서 밥을 든든히 먹고, 그전에 명상을 잘해야 한다. (상담 서비스를 준비하는 건데, 내가 상담받게 생겼다)


어디 한번 100번 설명해 보시지! 안들을 테니~


그래도 나는 또 설명한다. 내가 가진 장점 중에 하나는 장기 마라톤이다. 즉, 5년이 지나든, 10년이 지나든 내가 마음먹은 건 반드시 하고 말겠다는 끈기 DNA가 있다. 상대는 이걸 간과한 것이다. 허를 찔렀으리라.


10번이고 100번이고 설명해 보자!!


내가 말했다.


"어머니임~ 사업계획서와 PT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사항이에요."


"꼭 창업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기획의 중심축을 이루는 역량은 이것이 뒷받침 돼야 다른 것도 쉽게 다룰 수 있는 거랍니다. 이를테면, 요가 처음할 때 다리 찢을 때 고통스럽죠? 그런데 한번 찢고 나면, 일반 동작들은 어렵지 않은 것과 같은 거예요."


"자본주의 사회는 엄연히 눈에 보이지 않는 피라미드가 존재하는데, 이는 계층구조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계층마다, 출입구에는 항상 문지기가 도사리고 있는데요."


"이 문지기의 허락을 받아야 올라갈 수 있는 거예요. 그중 하나가 사업계획서와 PT랍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규모 있는 기업에서 팀장, 본부장이 되려면 PT를 해야 합니다.(물론 안 하는 곳도 있긴 하죠. 여기서는 통상이라는 단서를 붙일게요.) 정부 지원사업을 받기 위해서도 사업계획서와 PT를 통해 선정되고요. 대학교도 사업비를 받기 위해 PT심사를 받아요. 기관 또한 예산을 받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PT심사를 한답니다. 큰 금액을 받기 위한 행동 혹은 계층을 오르기 위해서는 이러한 단계를 밟아야 한답니다."


"그래서 사업계획서와 PT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우선 길러야 됨을 말하는 거예요. 이해되셨나요?"


어머니가 말한다.


"그러냐? 그러면 뭐 하나. 지금 당장 내가 힘든데···. 그리고 그거 안 해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 부지기수야!"


내가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람 사는 것이 꼭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산 정상에 올라가는 게 꼭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산을 올라가더라도, 표지판과 길 따라 올라가면 정상에 조금이나마 쉽게 갈 수 있지 않겠어요? 쉽게 말해 산 정상에 올라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을 듯해요. 하나는 정글처럼 혼자서 단도를 허리에 차고, 풀숲을 헤쳐나가는 방식. 다른 하나는 표지판을 보고 길 따라 쉽게 올라가는 방식. 다만, 표지판마다 문지기가 있어서 그를 통과해야 되죠. 그래서 '어떤 방법이 정답이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나이와 상황을 고려했을 때, 풀 숲을 헤치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길 따라 올라가는 방향으로 제안드린 거예요."


어머니가 말한다.


"일단은 알았다. 앞으로 잘해보자꾸나"


나는 이러한 대화를 수개월간 반복하면서,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건지 혹은 어떤 예시를 들어야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다음과 같은 도식화를 만드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내가 정신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논리적으로 상대를 이해해야 했기 때문이다.


논문과정 ing


이 도식화를 통해 많은 것을 해석할 수 있는데, 여기서 관념은 한마디로 나의 도서관이다.(클라우드 저장고로 생각해도 된다) 도서관은 책이 놓여 있어야 한다. 책은 바로 관념의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도서관에 책이 놓이려면 기존에 나의 관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내가 마음에 들어야 그 책이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출판사와 계약하기 위한 과정과 비슷)


나의 도서관에 책이 없으면, 도서관이라 할 수 있는가? 재료가 없으니 응용할 수 없고, 계다가 말하기와 쓰기 부분에서도 한계가 드러난다.


위 도식화에서 나타나듯, 사고와 생각은 경험(관찰)에서 생성되는데, 이는 자율성의 범주라 할 수 있다. 반대로 관념은 인지적 사고의 범주로써 나의 프레임 속에 있는 존재이다. 이 프레임이라는 단어에 주목하자. 우리가 흔히 듣는 정치적 프레임, 무슨 프레임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언어 또한 프레임이다. (프레임에 대해 이야기하면 밤을 새워야 하니 여기까지 하고)


여하튼, 관념은 프레임 범주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즉, 내가 아무리 경험을 시켜주고, 이야기를 해도 결국 관념이라는 문지가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납득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잠시 옆길로 빠져 뇌과학과 심리학, 철학에 한동안 심취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해와 설득을 시킬 수 있을까?


그렇다. 긴 시간이 필요했고, 스스로 내적 동기가 생겨야 함을 알았다. 물론 사고와 생각을 통해 관념을 흔드는 경험을 지속하면서 말이다.


약 8~9개월이 지난 지금(2024.04)은 캔바, 한글워드, 기초적인 사업계획서는 혼자서 띄엄띄엄 작성하신다. 계다가 산업대학교(3학년)를 다니면서 브런치 입성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더해 GPT, gemini를 함께 사용한다.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AI가 설명하는 게 스트레스 덜 받는다나?)


어머니의 마지막 숙제는 '프롬프트'이다. 결국 질문력의 중요성이 부메랑처럼 돌아온 것이다. 질문을 잘하려면 관찰표현, 자율적인 생각을 필요로 한다.(우리 교육시장은 그와 반대 아니던가?) 쓰기는 말하기와 생각 그리고 자율적인 상상력을 내포한다. 그래서 미래는 쓰기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나 또한 이렇게 쓰기 연습을 하고 있는 이유이다. 쓰기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닌, 미래 시대의 생존이기에 그러하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고찰 그리고 책으로 만들 결심.



이러한 경험은 나에게 많은 교훈을 가져다줬다. 내가 설명을 못하는 것도 있었고,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도 있었다. 또한 비유와 예시를 통해 쉽게 이해를 시키지 못한 사실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와의 프로젝트는 앞으로 8 라운지가 세대별, 상황별로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고, 난이도에 맞춰 카멜레온처럼 팀 수준에 맞춰 응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또한 앞서 설명한 도식화는 앞으로 스타트업 팀빌딩과 기업문화를 설정하는데 주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이러한 고찰을 통해 나는 나만의 스타트업 운영 안내서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전자책 제작 프로젝트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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