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서술, 기술, 문장, 문단

책 만들기 프로젝트

by 제로

나는 글쓰기를 못한다.


8 라운지에서 5년간의 여정을 자료로 기술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아니, 많은 부담을 가졌다는 것이 맞을 성싶다. 너무나도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8개월 전만 해도(2023.07 기준) 나는 글쓰기를 전혀 하지 못했다.(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금은 잘 쓴다는 말도 아니다.) 한두 줄은 어찌어찌 작성한다손 치더라도, 세줄 이상을 쓰라고 하면 머릿속이 멍해진다. 이제껏 두괄식의 단답형 보고서나 기획서만 줄기차게 써온 나로서는 서술 형태로 두 줄 이상의 글은 모험인 것이다. 그래서 이곳 브런치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지금도 나에겐 모험이자 도전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어머니와의 창업 멘토링 회의가 있는 날이다. 말이 멘토링이지, 5할은 싸우는데 시간을 할애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4~5회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은 이제 기본 중에 기본이 돼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나에게 문득 이런 말을 하셨다.


"너, 예전보다 말솜씨가 많이 좋아진 것 같아. 나랑 하도 많이 싸워서 그런가 봐."


"그게 다 내 덕이라 생각하렴. 그런 의미에서 밥 한 번 쏴야지~"


··· 이런, 무방비 상태에서 또 한 번 얻어맞았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또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관점의 전환을 통해 생각해 보니 두서없이 막무가내로 말했던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나름의 PREP(= OREO)를 적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그날은 멘토링 후 식사대접을 해드리기로 했다.


혹여 PREP에 대해 모르시는 분을 위해 간략히 말씀드리면, 이것은 일명 오레오(과자 아님)로 널리 알려진 4단 논증기법이다. 히스토리상 PREP이 처음 알려진 것 같긴 하나, 어찌 됐든 뜻은 유사하다. 즉, '주장(의견)-근거-예시-주장(의견)'의 패턴으로써 논리 4단 논법이다. 토론이나 공식적인 회의, 강의, 전문서적, 보고서 등에 활용하면 보다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화, 혹은 글이 된다. (참고로 PREP과 OREO를 주장하는 저자는 다르다. 최근 나는 스타트업 창업팀이 회의할 때 이것이 습관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자료는 점점 하나씩 문서로 정리가 되면서 업무 진척도는 점점 개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이 안 된 문제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어머니와의 창업 멘토링이다. 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고통스러움. 물론, 개인적으로는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엄연히 회사에서는 비즈니스 아닌가? 계속하다가는 나도 힘들고, 어머니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일 터. 어떻게 해야 할까? 수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안 되겠다. 나를 대신할 앵무새가 필요하다!



그렇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거 보면, 나도 뼛속까지 사업가인 듯하다. 프로그램 개발을 하던 성향이 몸에 있어서 그런지, 반복적인 패턴은 무조건 빠져나오려고 하는 뇌의 신호자극이 문제라면 문제다. 내 몸이 반복이라는 패턴을 인지하는 순간, 나의 뇌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행동을 중단시킨다. 그러고는 전두엽의 판단을 기다린다. '나 대신 움직여 줄, 앵무새의 종류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의 연속이다.


아하! 내가 왜 이걸 몰랐지? 지침서를 만들면 되겠구나!
그리고 추후 영상, 사운드, 강사 POOL, 직원을 활용하자.


내가 예비 스타트업 팀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내가 장기의 말이 되지 말고, 말을 두는 위치에서 바라보고 생각해야 한다.


정작 나에게 적용할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 참으로 한심할 따름이다. 이래서 손가락으로 가르치는 입장과 직접 뛰는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격이다. (앞으로도 스님을 여러 번 찾을 듯하다. 참고로 나는 무교다.)


어찌 됐든, 지침서를 만들기로 결심한 순간 하나의 큰 난관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앞서 말한, 글쓰기가 문제 아닌가? A4(15pt)의 절반도 쓰지 못하는 나로서는 크나큰 장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수없이 해오면서, 분야 불문하여 귀결된 공통의 방정식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내가 무엇을 하고자 할 때는 항상 목적상황을 만들어 놓고 진행하는 것이 역량증진 및 능력향상에 있어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물론, 사람의 성향에 따라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실험적 경험을 해본 결과, 8할 이상은 상황목적이라는 키워드가 명확히 놓이면, 강한 동기부여를 얻고 진행한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이 부분은 논문 과정에 있으나, 브런치에서 만큼은 논쟁의 여지는 잠시 내려놓자)


따라서 책 발행이라는 목적과 브런치 연재라는 상황을 나 스스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단순히 자유롭게 쓰고 싶을 때 쓰는 상황이 아닌, 어떻게든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나의 능력과 역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다. 예컨대, 내가 포토샵(도구)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학원(목표)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목적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목표를 단계별로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상황을 나 스스로 만들어 버리면, 사명감 혹은 의무감이 생김으로써 해야만 하는 것으로 뇌는 인식하게 된다. 이렇듯, 상황과 목적이라는 공식을 지닌 이러한 방정식은 나의 삶에 있어서 하나의 큰 무기가 되었다. 즉, 나는 여기에 방정식이란 무기를 도입해 본 것이다.




도서 분야의 경험이 전무한 나로서는 불안함과 스트레스의 시작이다. 그러나 스타트업 정신은 이 시점에서 설렘이란 단어로 나의 가슴에 들어와 심장을 요동치게 만든다. 수집한 자료를 지침서로 만들기로 한 나는, 꼼짝없이 목적과 상황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이제 무조건 해야만 한다!
그런데, 어디부터 해야 하지?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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