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종달이 Mar 17. 2023

당신, 괜찮은 엄마인가요?

아들은 아직도 토하기를 계속한다. 살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아들은 줄어드는 횟수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어졌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노력하고 있으니까.'


다행인 것은, 그 녀석도 나도 변기를 청소하는 요령이 제법 생겨서 

1분 안에 깨끗하게, 토한 비릿한 냄새까지 말끔히 없앤다. 





아들이 사춘기가 되면서, 내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엄마면 엄마답게'라는 말이었다. 



얼마나 모진 말들이 칼이 되어서 내 심장을 찔렀던지 

회복 불가능 정도가 되었다. 

너무도 냉정하게 못된 말을 하고 있는 아들 녀석이 미워서 

'내가 네 녀석한테 말을 걸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백만 번 다짐하였다.


그러나 이내 곧, 

"아들, 뭐 먹었어?"라고 퉁명스럽게 삐친 척 말하는 것이 

나의 최선이다. 



나는 아직도 아들을 (짝) 사랑한다. 

아들도 나를 사랑하고 있겠지. 지 나름대로.


그런데 그 사랑에는 이제 '거리'라는 것이 어느 정도 생긴 것 같다. 

거식증, 폭식증의 식이장애가 우리에게 찾아왔고 

우리는 그 험난한 산을 함께 가고 있다. 



같이 가는 길인데 

잡은 손을 놓고 싶기도 하고 

어떤 날은 먼저 가 버리기도 한다. 


뒤쳐진다고 신경질을 내고 

왜 나만 힘들게 배낭에 잔뜩 물건을 실어 주었냐고 

따지기도 하면서 그 배낭을 내팽개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이 산이 얼마나 높은지는 모르지만 

그냥 가야 한다. 

설령 함께 가는 길이 바위뿐인 험난한 길이라도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나와 아들은 이제 서로를 어느 정도는 미워하면서 사랑한다. 

하지만, 내가 아들을 더 가슴 아리게 짝사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왜냐면, 나는 '엄마'라는 위치로 살고 있으니까. 



가 보지 않은 길이어서 무섭기도 하다. 

가 보지 않았던 17세의 봄, 47세의 봄이지만 

그것이 인생이라면 

다시 한번 천천히 걸어가보려 한다. 


"당신 괜찮은 엄마인가요?"라는 말에 

나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꽤나  '괜찮은 엄마'라고 나중에 평가받을 수 있게 

그냥 지금의 불완전한 우리의 모습을 받아들이려 한다. 



남들과 다르다고 

남들보다 못하다고 

남들처럼 하지 않는다고 

잘못된 삶은 분명 아니니까....



내 인생조차 그랬는데.... 


이전 17화 오늘도 불합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