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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종달이 Apr 16. 2023

민낯

사춘기, 섭식장애는 내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알게 해 주었다. 


정신과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 의사는 수많은 환자들의 고민거리를 들어야 하지만, 

보험처리조차 안 되는 비싼 병원비는 대체 왜?라는 궁금증. 



생각보다 47세의 내가 약한 존재였다는 것. 

생각보다 내가 아들을 진심으로 사랑한 게 아니었다는 것. 



생각보다 나는 1주일에 한두 번 병원 가는 것도 귀찮아하고 있다는 것. 

'아프지만 않음 돼.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말은 순 거짓이었음을.....




생각보다 나는 열등감에 가득 찬 인간이었다는 것을.

생각보다 나는 당당하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보다 나는 아들의 '병' 앞에서 '아들'보다 '나'의 자리와 남들의 시선을 

더 생각했다는 것을...


생각보다 나는.. 이런 사실을 마주할 용기 없는 어른이었다는 것을. 




아들은 순수하고 맑은 영혼이기에,  몸으로 자신의 상태를 말한 것이다. 


속세에 찌든 나는, 그런 순수함도 없어서 

오직 '아집과 이기심, 열등감과 위선'으로 나를 포장했다. 

'아닌 척' , '센 척' , '멋진 척' 하면서....





섭식 장애 3년 차, 고등학생이 되어 버린 아들과 나의 삐걱거림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여전히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아들. 


새벽녘까지 공부를 한다는 아들을 기다려 줄 정신력은 있을 줄 알았다. 

'체력 이 없으면 강한 모성애라도 있을 거야.'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착각이었다. 


잠들어서 아들이 온 줄도 모르는 나. 




아들은 자꾸 내게 내가 보기 싫은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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