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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종달이 Oct 22. 2023

엄마도 그랬지?

엄마, 왜 있잖아.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참 많이 생긴다는 것을 

함께 동반하는 것 같아. 

철없던 어린 시절엔 

뭐든 다 '내가 할 수 있어.'라는 

배짱도, 근거 없는 자신감도 막 생겼고, 

세상에 못 할 일이 없다고 느꼈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이제 조금, 아주 조금 알 것 같아. 

세상에는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것과 

어떤 경우에는 

노력해도 절대 될 수 없는 일이 존재한다는 것. 

그중에 하나가 자식 일 아닐까 싶네. 



엄마도 그랬지? 


엄마 막내딸이 그렇게 엄마 속을 뒤집어 놓을 때, 

딱 그런 마음이었을 거야. 


엄마에게 예상치 못한 세상의 풍파가 

도미노처럼 엄마를 무너뜨릴 때도 

엄마도 그랬을 거야. 


노년의 나이에 엄마에게 찾아온 병마를 

견딜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엄마도 그랬을 거야.


'세상, 참 쉽지 않네.' 

'만만치 않아.' 


엄마, 나는 진짜 어른들이 하는 말이 

어떤 때는 '참, 괜한 참견.' 정도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거든. 

아닐 수도 있지. 

뭐, 항상 다 똑같은 일이 생기라고??



그런데, 백발의 어른들이 건네는 말속에는 

진짜 세상의 별거 아닌, 

아니,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진리가 숨겨 있더라. 


그걸, 요즘 깨닫네. 

중년이라는 명칭이 딱 생기고 나니. 

세상, 참 쉽지 않아. 엄마! 



우리 엄마는 

그 모진 세상 풍파를 다 어찌 겪었을까? 


엄마도 많이 힘들었지? 

엄마도 포기하고 싶었지?

엄마도 길 가다 주저앉아서 울고 싶었던 적 많지?

속은 문들어지고 있는데, 웃어야 하는 그 상황, 

우리 엄마는 어찌 이겨냈을까? 


내 삶만 보느라 엄마의 삶이 

구겨진 종이처럼 엉망이었을 것을 

나는 몰랐었다. 


그래서 엄마가 나한테 그랬나 봐. 

"싸가지 없는 계집애."


자책하지 않았음 좋겠어. 엄마가. 

가족이란 것은, 누군가 잘하고 싶다고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뭘 심하게 잘못 했다고 망가지는 것도 아닌 것 같아.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을 멀쩡하게 살던 나. 


사람들은 잘 모를거야. 내 마음이 어떤 건지. 

내가 엄마 마음을 모두 알 수 없듯이. 

그러니까.. 엄마, 더 이상 

'자식을 잘못 키운 엄마'로서 스스로를 자책하고 자학하지 않았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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