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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다이드 Apr 16. 2024

134. 평화로운 호수와 하늘

나의 첫 여행, 대륙 횡단

 레이크 디스트릭트, 말 그대로 아름다운 호수들이 많은 지역이었는데 그중의 한 곳만 골라야 했다. 한국에서 여행 계획을 짜며 지도를 열어놓고 어느 호수를 갈지 고민했었는데, 내가 머물고 있는 윈더미어에서 최대한 북쪽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레이크 디스트릭트 지역 북쪽에 있는 케즈윅 호수까지 가며 창밖으로 펼쳐지는 경치를 감상하고,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유명한 영국 시인이 살았던 그라스미어를 방문하기로 했다.


 도로 옆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침 날씨가 좋았다. 바람이 약간 서늘했지만 햇빛은 따뜻했고, 간간히 구름이 보이긴 했지만 파란 하늘은 높고 맑았다. 여유롭게 어딘가를 걷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시간만 많았으면 케즈윅 호수까지 20 킬로미터 정도를 가볍게 산책하듯 걸어가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일 오브 스카이'에서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깨달은 뒤로는 버스를 타야 할 때와 걸어야 할 때를 비교적 잘 구분할 수 있었다.


 내가 탔을 때 텅 비어 있던 버스는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나와 목적지가 같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로 채워져 갔다. 케즈윅 호수공원의 정류장에 도착했을 땐 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버스에서 내렸다. 한 남자가 기타를 치며 부르는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 거리를 지나 호수 공원으로 들어섰는데, 이것이 바로 내가 보고자 했던 잉글랜드 중부의 대자연이었다. 넓고 푸른 잔디와 그 위에 내려앉아 떼 지어 다니는 오리와 백조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잔잔한 물결 위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나무 밑 그늘에는 양들이 쉬고 있었고 호수를 둘러싼 거대한 민둥산은 푸근하면서도 기품이 있었다. 파란 하늘 위로 제트기들이 흰색 꼬리를 만들며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는데, 하늘에 칠해진 색 때문인지 뜬금없이 만화 속의 한 장면으로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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