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여행, 대륙 횡단
리버풀 라임 스트리트 역에서 기차에 오르며 시계를 보니 저녁 6시 30분, 옥스퍼드의 호스트와 약속했던 체크인 시간까지 도저히 맞출 수 없을 거 같았다. 열차 안에서 호스트에게 메일을 보내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옥스퍼드에서 나의 계획은 24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오후에 도착해 학생들 틈에 섞여 캠퍼스를 거닐고, 학생들로 붐비는 평범한 식당에 들어가 같이 저녁을 먹고, 노을을 즐기며 산책을 하다 같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다음날 오전에 옥스퍼드 시내를 좀 더 돌아다니다,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을 즐긴 후 런던으로 출발하는 기차를 타면 옥스퍼드에서 내가 경험해 볼 수 있는 24 시간을 모두 체험하는 셈이었다.
그런데 학생들과 함께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걸 마치고 이제 저녁을 어디에서 먹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간에 리버풀에서 옥스퍼드로 가는 기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옥스퍼드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반토막 난 것 같았다. 최대한 빨리 가고 싶었지만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리버풀에서 우선 버밍엄까지 간 후에, 버밍엄에서 다시 옥스퍼드 행 열차로 갈아타야 했다. 버밍엄까지 몇십 분 만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기차는 2 시간 가까이 달려 버밍엄에 도착했다.
저녁 8시 30분에 출발하는 옥스퍼드 행 기차를 타야 했는데, 열차 예약 앱에서 조회되는 플랫폼 위치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근처에 있던 신사들 중 한 명에게 옥스퍼드에 가는 열차를 어디서 타는지 아냐고 물어봤지만, 그분도 모르는 것 같았다. 이 기차를 타도 밤늦게 옥스퍼드에 도착하는데, 놓치면 그날 옥스퍼드에 가는 게 의미가 없었다. 차라리 다음 목적지인 런던으로 가서 다음날 낮에 옥스퍼드에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옥스퍼드의 대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자는 걸 포기할 수 없었다. 열차가 출발할 시간이 거의 다 됐는데도 플랫폼을 찾지 못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좀 전에 내가 플랫폼 위치를 물어봤던 신사가 자기 일행과 함께 나에게 다가왔다.
혹시 '옥스퍼드' 행 열차를 타려는 거냐고 물어보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아까 '악스퍼드'로 간다고 하지 않았냐며 '옥스퍼드' 행 열차를 타는 플랫폼을 알려줬다. 짜증스러웠다.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악스퍼드'라고 해서 못 알아들었다는 신사에게도 화가 났지만, 나름대로 영국식 발음을 흉내 내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하는데 실패한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O'를 발음할 때 '오이'를 발음할 때처럼 입을 더 오므렸어야 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신사가 알려준 플랫폼을 향해 정신없이 뛰어갔다. 다행히 옥스퍼드로 가는 기차는 아직 출발하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