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의 사투

by 히다이드

루브르 박물관 밖으로 나오자 사방이 진한 붉은빛 석양으로 물들어 있었다. 유리 피라미드 근처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과 함께 석양을 감상하다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부터 많이 걸어서 빨리 들어가서 쉬고 싶었다. 숙소가 박물관 근처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숙소에 들어서자 집주인이 여행을 가며 남겨두고 간 고양이가 내 방문 앞에서 서성이는 게 보였다.


이 고양이는 정말 너무 이뻤다. 순백색의 털이 온몸을 덮고 있었는데 가만히 있으면 인형과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닫혀있는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고양이도 따라 들어오려고 했지만 안에 벌여놓은 짐들이 있어서 들어오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슬쩍 문밖으로 밀어서 못 들어오게 막았는데 내가 문을 닫고 들어온 후에도 밖에서 야옹하며 우는 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장난을 치고 싶어 져서 문을 아주 조금만 열자 고양이가 재빨리 머리를 집어넣으려고 했지만 그러기엔 틈이 너무 작았다. 결국 문 앞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우는 수밖에 없었는데, 몇 번을 그렇게 하며 놀다 할 게 있어 문을 닫고 침대로 돌아왔다. 고양이도 재미가 없어져서 자기 자리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양이는 자기 자리로 가지 않고 계속 문밖에서 울어댔다. 처음엔 울기만 하더니 나중에는 발톱으로 문을 긁는 소리가 났다. 마치 뭔가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게 있었다.


전날은 아침에 숙소를 나서며 내 방문을 열어둔 채 나왔었다. 그날 밤 숙소로 돌아와 잘 때 어딘가에서 지린내 비슷한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는데, 숙소에 도착한 첫날밤에는 안 나던 냄새라 이상했지만 집안이 습해서 나는 냄새인가 보다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내방 침대 밑, 그것도 냄새가 나던 위치를 생각하면 베개를 놓는 머리 밑 부분이 녀석의 화장실이었던 것이다. 밤새 고양이의 오줌이 증발하는 냄새를 맡으며 잔 것이다. 고양이는 계속해서 문을 긁고 있었지만 그 목적이라면 절대 들어오게 할 수 없었다. 애써 무시했는데 고양이는 한 시간 가까이 문밖에서 울어댔다. 발톱으로 문을 긁으며 우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무서웠다. 고양이 덩치가 컸으면 그때 잡아먹혔을지도 모른다. 우는 소리가 잦아들고 나서 씻기 위해 문밖으로 나갔는데, 내가 나오는 걸 보자 문 근처에 누워있던 고양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한 번 울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어딘가에서 강렬한 지린내가 나는 것을 보니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고양이한테는 미안했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배설물 냄새를 맡으며 자고 싶지는 않았다.






keyword
이전 09화루브르에서 만난 그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