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집에서 묵어도 될까요?

by 히다이드

여행의 방향이 바뀌었다고 해도 최대한 여유 있게 움직이자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다. 일단 한 도시에 도착하면 최소한 이틀 이상은 머무르며 그 도시에서 살아보려고 했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오래 있을 수 없는 경우에는 하룻밤만이라도 자고 다음 도시로 이동했다.


방문한 도시에서 숙박을 하는 게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하룻밤을 자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것까지 하면 내가 그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떠돌이가 아니라 잠시나마 그곳에서 사는 사람이 되는 거였고 더 천천히 내가 머무는 도시를 음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디에서 잠을 자느냐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이왕이면 그 나라와 도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에서 현지인과 잠깐이나마 진짜 관계를 맺고 싶었다.


현지인의 집에서 묵고 싶었다. 내가 경유하게 될 나라들에 연고지가 있는 건 아니지만 다행히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면 외국 현지인의 집에서 묵을 수 있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현지인과 며칠 동안 한 집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게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에 여행 중 묵어야 할 숙소의 90% 정도를 예약하고 출발했는데 대부분의 숙소를 현지인이 실제 살고 있는 집으로 예약했다.


방을 예약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방문할 도시에 등록된 현지인의 집들 중에서 이용자들의 평점이 높고, 가격도 저렴한 집들을 추려낸 후에 호스트가 찍어서 올린 집 사진들을 일일이 확인하며 가장 좋은 집을 골랐다. 그러고 나서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내 언제, 어떤 이유로 해당 도시를 방문하는지 얘기하고, 방을 써도 되는지 물어봐야 했다. 처음으로 호스트와 메시지를 주고받던 게 생각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가 내가 보낸 메시지에 답을 보내왔다. 안녕, 방을 예약해 줘서 고맙다, 어떤 교통편을 이용할 건지 그리고 정확히 몇 시쯤 도착할 건지 얘기해 달라고 했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외국인과 그렇게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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