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에서 만드는 콘텐츠에 참여하게 되었다. 연구자 썰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야 나 말고 어딘가 수두룩 빽빽 하지만, 수많은 연구자 중에 적절한 콘텐츠를 누가 제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유리하다. 수고비를 받고 돈을 버는 것도 기쁘긴 하지만, 의뢰를 받고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나라는 사람의 쓸모’에 대해 재확인하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하는 것은 여러모로 즐거운 일이다. 난 주로 개인적 만족을 위해서 썼다. 애초에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이 작업이 지속되면서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 학생들에게 직업에 대해 소개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 시작은 브런치에 쓸 글감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내 직업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에서부터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한 행동이 지금 돌이켜보면 굉장한 터닝포인트였다. 그게 없었다면 출간이란 쉽지 않은 경험을 해보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어떤 분야에서 상위 1%가 되는 것은 멋진 도전이고 목표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에 따르면 성공을 위해서 1등이 아닌 사람들이 가져야 할 전략으로 2개 이상의 부분에서 상위 25%가 되라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딜버트라는 만화를 그린 작가 스콧 애덤스의 사례가 소개된다. ‘나는 만화가인 탓에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그림을 잘 그린다. 하지만 피카소나 고흐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나는 코미디언들보다 웃기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보다는 유머 감각이 뛰어난 편이다’. 작가의 두 가지의 장점을 살린 딜버트 만화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MIX>라는 책은 더 직설적이다. ‘섞으면 1등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낯선 것들의 조합, 서로 다른 성격이 만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기회를 다양한 브랜드의 성공 신화를 통해 설득한다.
나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박사 학위가 있는 회사의 연구자로서 엄청난 커리어를 쌓지는 못했다. 조직에서 팀장도 아니고 임원도 아니다. 글을 쓰는 능력은 있지만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두세 가지 서로 다른 경력과 경험을 결합하여 ‘회사에서 일하는 연구자의 이야기’를 엮어냄으로써 삶에서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자기 가치를 발견해 내고 그걸 브랜드화하는 행위는 살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 준다. 그러므로 기왕 글쓰기로 주목받고 싶고, 조금이라도 눈에 띄고 싶다면 브런치가 되었든 블로그가 되었든 가급적 자기만의 색을 펼쳐 내기 위한 기획력도 고민했으면 한다. 대단한 성공이 아닐지라도 작고 확실한, 나를 찾는 시장을 발견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