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통해 운 좋게 책을 출간하여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던 나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 나름 그런 이벤트 자체가 갖는 즐거움과 뿌듯함, 자존감의 상승 같은 무형의 자산이 무엇보다 크다. 독자도 많이 생겼는데 알게 모르게 사내에도 내 글을 읽고 책을 구입해 준 동료들이 있다. 일 밖에 모르던 나란 사람의 정체성이 조금은 확장된 느낌이지 싶다. 이런 것이 어쩌면 소소한 행복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본주의의 노예. 의식적인 노력을 들여서 하는 행위인 만큼 그에 따른 보상이 있다면 더더더더더우기 좋지 않겠는가. 여기서 말하는 보상이란 수입(돈)이다. 돈을 벌고자 시작한 글쓰기는 아니었어도, 어떤 수입원이 발생한다면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오늘은 한 번 그동안 회사원이 아닌 '작가'로서 나의 부수입이 얼마나 있었는지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나처럼 무명작가가 책을 출간하면 수입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정보가 되길 바란다.
-인세
1) 선인세: 출판사와 계약할 때 계약금의 이름으로 미리 인세를 받는다. 미리 받는 인세라는 뜻으로 선인세라고 하며, 1백만 원을 받았다.
2) 인세: 1쇄를 찍고 판매가 시작되어 선인세를 초과하는 판매가 이뤄질 경우 추가 인세 정산이 된다. 나는 계약 당시 도서 정가의 10%를 인세로 하였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700권 정도가 팔리면 대략 선인세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다행히 이것보다 많이 팔리게 되어 현재 추가 인세로 대략 30만 원 넘게 통장에 들어왔다.
-강연비
회사를 다니다 보면 지인의 부탁으로 강연을 할 기회가 있다. 그러나 그건 자연인 '나'가 아니라 OO 회사를 다니는 사람으로 초청되는 경우이다. 책을 출간하니 '작가'로서, 그리고 연구원이라는 흔치 않은(?)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원한 경우가 생겼다. 수요가 있지만 적절한 공급이 없는 영역이랄까.
유명한 사람이라면 회당 강연비가 높겠지만 역시 이 시장에도 네임밸류가 중요한 법이다. 그럼에도 종합해 보니 강연 수입이 인세 수입보다 더 많았다. 대략 2백5십만 원 정도가 현재까지 총수입이다.
-원고료
책을 냈더니 원고를 써달라는 청탁이 있었다. 연구원은 많다. 작가도 많다. 그러나 글을 쓰는 연구원은 많지 않다. 블루오션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경쟁력이 생길 수 있는 분야이다. 직업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하고 있지만 때로 에세이도 쓰는데 브런치를 통해 월간 에세이 투고 요청을 받기도 했다. 그런 요청을 받으면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맞는구나 싶어 진다. 원고료 수입은 현재 총 40만 원 수준.
-커리어 컨설팅
두 가지 사례가 있다. 하나는 OZIC(오직)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오직이라는 말은 '오디오로 알려주는 직무 이야기'의 약자이다. 즉 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듣기라는 매체를 활용한 직무/커리어 소개 플랫폼이다. 출간 이후 연락을 받아 내가 일하는 분야에 대한 소개를 한 적이 있다. 여기는 따로 계약금 같은 것은 없고 일종의 러닝개런티 제도라서, 내 녹음파일이 많이 팔리면 그에 따라 수입이 늘게 되어있다. 화장품 회사의 바이오 연구직이라는 한정된 영역 때문인지, 아니면 화장품 업계 자체의 관심사가 떨어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기서의 수입은 매우 적다. 매월 정산해 주는데 받지 못한 달이 더 많은 듯. 총수입은 말하기 좀 쑥스러운 정도.
다른 하나는 커피챗이라는 플랫폼이다. 커피챗 플랫폼은 네트워크가 부족한 취준생들과 현직자를 엮어주어 줌 오디오로 질문과 답, 조언을 들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서는 딱 한 번 기회가 생겨서 컨설팅을 해준 적이 있다. 그 후기를 써서 공유한 적이 있는데 오히려 이 글이 더 인기가 있었다 (https://blog.naver.com/coffeechat/222412360224). 역시나 이 플랫폼에서도 나는 화장품 업이나 연구직이라는 한정된 관심사 때문인지 개점휴업한 지 오래.
초보 작가, 글을 전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이 책을 출간해서 얼마나 많은 수입이 생기겠는가. 그것이 중요한 것이기보다는 N잡 시대에 직장만 바라보고 살지 말고 어떻게 자신의 커리어를 관리하고 확장해 나갈 수 있는지 여기저기 찔러보는 시도가 필요한 것 같다.
오늘의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