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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Feb 26. 2023

마흔이라는 언어

언어(言語)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다. 아래는 그러한 예의 일부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타내고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체계.

사물, 행동, 생각, 그리고 상태를 나타내는 체계.

사람들 사이에 공유되는 의미들의 체계.

문법적으로 맞는 말의 집합.

언어 공동체 내에서 이해될 수 있는 말의 집합

(출처: 위키백과)


언어라는 말에 조심스레 나이를 조합해 본다. 그리고 그것을 '어떤 사람이 남긴 총체적 삶의 흔적'이라고 정의하려고 한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한계가 내가 사는 세상의 한계를 규정한다”라고 했다.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로 잘 알려진 강원국 작가는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휘로 표현할 수 있는 것까지가 아는 것이다. 표현하지 못하면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어휘력이 빈약하면 사고력이 빈곤 해질 수밖에 없다"


언어는 결국 표현의 수단이지만 그런 역할로만 한정할 수 없다.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전제조건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인지할 수 있으려면 언어의 힘을 빌려와야 한다
<공감필법>(유시민)


나에게 있어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체험하는 것이고, 거기에서 느끼는 감정 역시 처음으로 맛보는 감정인 것이다.... 거기에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과 함께 우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


철학적 사유를 차치하더라도 흔히 어른들이 ‘너도 나이 들어 봐라, 그래야 안다'라고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낼 수 있는 시기에 들었다. 그 표현이 참 싫었다. 나이 든 티를 내는 것이 유세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그런 나이에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마흔이 되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던 일은, 그야말로 절대적으로 모르기 때문에 표현해 내지 못했던 것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처음 경험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경험의 느낌이나 교훈에 대해서 잘 표현해 내는 방법은 어딘가 모르게 어설프다. 중간중간 기쁜 일, 슬픈 일, 화나는 일, 좌절하는 일 등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있다. 다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한다. 그러므로 나이 들어 봐야 아는..이라는 표현에 담긴 뜻은, 누구에게나 처음이라 어설펐음에 대한 자기반성적 고백일지 모른다. 적절한 어휘의 사용이 어려웠던 사람들이 제일 만만하게 가져다 쓸 수 있는 클리셰적 인용구일 수도 있다. 


유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말한, “내가 만들 수 없다면 내가 이해한 것이 아니다. What I cannot create, I do not understand”라는 표현은 과학적 서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경험은 사유를 낳고, 사유는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경험하고 이해한 것은 마음속에 양분이 되고, 마침내 글쓰기라는 형태로 싹을 틔운다. 나는 그렇게 글을 지어낸다. 



이전 20화 글쓰기에 진심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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