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성장 주사
어느덧 12월도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연말이 되니 작년처럼 한 해 동안 썼던 글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어른의 생각도 자랄 수 있을까?
적어도 내게는 ‘글을 써온 이유’와 ‘(다 큰 어른의) 생각이 자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전혀 연관성이 없었다. 그런데 2024년 브런치 회고를 위해 일 년 간 썼던 글들을 가만히 돌아보며 무관해 보이던 두 질문이 사실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썼던 글 중에 꽤 많은 내용은 조직 이동을 통한 직무의 변화, 그리고 변화에서 시작한 불안과 좌절, 그리고 그걸 극복해 내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여정의 확인이었다.
브런치와 같은 매체에 글을 올린다는 건 나를 드러내기로 결심한 결과이다. 불특정 한 독자들에게 나의 경험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건 꽤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독자들 일부에게는 적어도 공감을 일으키는 이야기 - 즉 개인적인 독백의 일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전제를 두고 주제에 맞는 질적인 완성도를 갖춰야 한다. 그런 결심 때문에 새로운 직무에 안착하고 싶은 욕망과 그로 인한 불안의 발현을 담은 글을 가급적이면 덜 쓰려고 했었다. 내 취약함을 밝히는 것은 걱정 없지만 읽는 사람에게까지 불편한 감정을 전가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맘 놓고 털어놓을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보니 여전히 많은 글이 그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념만 있는 것을 구체화하는 글쓰기는 쓸모가 있다. 그래야 마음속에 있는 불안이 실체를 가질 수 있으니까. 구체화된 녀석을 들여다보아야 고치든 이겨내든 피하든 할 것이니까.
시간이 지나 직무에 익숙해져서 일처리를 잘하게 된 것도 있지만, 그보다 기쁜 건 어려움을 만났을 때 좌절했지만 도망가지 않고 잘 버텨주었다는 것이었다. 조직 이동을 한 뒤 몇 개월 동안 제자리만 맴돈 것은 아니었다. 휴휴. 그런 버팀의 과정과 시간들이 어딘가 내 머리 한 편의 왜곡된 기억이 아니라 브런치에 남겨진 몇 편의 글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지난 일 년의 삶을 되돌아보니, 나 제법 괜찮아졌네 하는 자랑스러운 기분이 든다.
업무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고단한 몸과 마음을 다잡기 위해 부단히 썼던 행위가 나를 성장시킨 것인지 모르겠다. 여하튼 회사원으로서 일에서 얻는 생각을 발전시켜 자라게 만드는데 글쓰기가 조금이라도 자랄 수 있게 도와주는 성장의 기회인 건 맞다. 그렇기에 기쁘게도 글쓰기를 통해 고민을 정리하고 토로해 내는 과정을 거치며 ‘자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확실한 사실은 지난 과정의 복기가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았다면 마흔 끝자락에 겪은 소중한 경험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 또한 어려웠을 것은 분명하다.
이 글을 쓰려고 할 때 어쩐지 서현진 배우가 출연했던 유퀴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서현진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만든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그녀가 가장 좋아한다는 대사가 그것이었다.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되길 바라요
스스로 자기 자신을 애틋하게 여기고 잘되기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작은 개인의 서사에 그치긴 하지만, 자기 마음의 기록을 남겨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상당히 멋진 일이다. 다시 읽으면 살짝 얼굴이 붉어지는 글이 있긴 한데, 그런 솔직함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거니까 부끄러워하지는 않으련다. 2024년에도 있는 그대로를 숨기지 않고 글로 남겨 둔 나를 칭찬하며, 시상식 끝!
2023년 자체 시상식 글은 아래에..
https://brunch.co.kr/@naymore/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