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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Dec 28. 2023

2023년 브런치 자체 시상식

연말이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몸에 밴 습관 중 하나는 어떤 시기가 되면 - 주, 월, 3개월, 6개월, 1년 - 저절로 기간 성과를 결산한다는 점이다. 주로 발표나 보고의 이유로 중간중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얻고 결정했는지 점검하는 기회를 갖는다. 마침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 연중 블로그 결산의 글을 보았다. 앗, 그러고 보니 나도 브런치에 글을 쓴 지 오래인데 연말 정리를 한 적이 없다. 이번 기회에 올해 ‘브런치 스토리’ 작가로서 활동했던 내용들을 돌아보고자 한다.


스테디셀러 상 - 꾸준히 많이 읽힌 글.

“연구원에게 필요한 역량에 대하여”


매월 300~500건의 뷰를 보인 글이다. 이 글이 왜 이렇게 상위에 랭크되는지는 모르겠다. 유입 키워드를 보면 ‘연구원 역량’, ‘연구자가 되는 자질’ 등과 같이 연관된 말이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검색어에 최적화되어 노출되는 것일까? 그런데 어떤 경우는 키워드 검색 없이 직접 링크로 들어온 숫자도 되는 것으로 안다. 21년도에 쓴 글임에도 꾸준하게 읽히고 있고 22년 중반 이후부터 거의 매월 비슷한 정도의 뷰수가 누적되어 있어 신기하다. 따라서 누군가 이 글에 대해 소개를 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심증만 있다. 물증은 없다. 내 책 <나는 연구하는 회사원입니다>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검색어이자 글에 해당한다는 점이 좋다. 첫 책의 출간은 브런치 작가에서 출간 작가로 만들어 준 경험의 자원이고, 그래서 이 글이 계속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최고 뷰 상- 어쩌다 흥행

“20년 차 동기의 퇴사”


흔하디 흔한 퇴사 얘기다. 다만 내 것이 아니라 같이 동고동락했던 동기의 이야기였는데, 이 글은 Daum 사이트 일면에 잠시 노출되었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정말 조회수 올라가는 알림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수차례 일면 노출로 조회수가 급상승 한 경험이 있는데, 남들에게 읽히라고 쓴 글이 그럴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대부분 ‘대체 왜?’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이 글도 어쩌면 ‘20년’, ‘퇴사’라는 키워드 덕분에 선택받았던 것은 아닐는지. 다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올해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기도 했던 글이라서 그래도 공감 가는 포인트가 있긴 했었던가 싶다(일단 노출이 많이 되니 좋아요를 받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올라간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네이버와 달라요 상

“브런치 작가의 수입이 궁금하다면”


네이버 블로그를 정말 서브의 서브 개념으로 운영하고 있다. 운영이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울 정도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추후 출간 홍보 등에 좀 더 잘 될 것 같아서 블로그를 하는데, 의도와 마음이 그래서인지 잘 안 되는 편이다. 암튼 거기에도 똑같은 제목과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조회수 차이는 극명하다. 브런치와 달리 블로그에서 이 글이 가장 인기 있다. 여기서 다시 한번 네이버의 주된 검색은 ‘정보 찾기’에 머무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그래서 글로 돈을 벌 수는 있는가, 얼마나 벌어 들이는가와 같은 현실적인 부분이다. 그에 비하면 브런치는 그와 상관없이 ‘글 자체’에 더 집중되어 있어 보인다. 이런 구도가 깨지지 않고 쭉 갔으면 좋겠다.


내 맘에 쏙 상

“내려가는 방법을 배우는 중”

“나는 정말로 일을 통해 성장했는가?”

“다른 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행복해진다는 것”

“응원할게, 그 말에 담긴 섭섭함”


조회수나 좋아요와 무관하게, 올해 썼던 글들 중에 가장 솔직하게 내 마음을 정리한 글 같아서 뿌듯한 글들이다. 생활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도 했지만 돌고 돌아 다시 회사원의 이야기이다. 연구자로서의 위치보다는, 보다 더 회사원의 입장에 대한 글이다. 보통 회사원이 아니라 이제는 커리어의 정점, 반환점을 돌아 나가고 있는 - 그렇다고 스스로 느끼는 - 지점에서 겪는 상황과 심리를 정리하고 싶다. 누구나 영원이 올라가기만 할 수는 없다. 언젠가 내려오게 될 때 내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렇게 2023년의 브런치 활동을 정리해 보았다. 글을 쓰며 행복했고 덕분에 <요즘 마흔> 출간도 했다. 잘 팔리지 않아 속상한 마음이 들지만 그렇다고 낙심하고 절필할 일은 아니다. 꾸준히 글을 쓰고 마음을 정리하는 그 행위 자체에 조금 더 방점을 찍어 보기로 결심한다. 출간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으니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




올해 저의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진 출처: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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