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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Nov 08. 2021

연구원에게 필요한 역량에 대해

기업에서 일하는  연구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기본기는 무엇일까? 

연구원으로 일할 때 성과를 발휘하고 일잘러로 기여하기 위해 가져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 학생들을 위한 강의 자료를 만들다가 잡코리아에 소개된 내용을 확인한 적이 있다. 기업 연구개발에 현직으로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던 설문에서 1위는 바로 분석력이었다. 

출처: 잡코리아

분석력이 최우선이라고 한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기업의 연구원이든 학문으로 연구를 하는 사람이든 기본적으로 연구자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으로 검증을 한다. 예상했던 대로 실험이 진행되고 결과를 얻는다면 좋겠지만 처음부터 그러기는 쉽지 않다. 때로는 어떻게 하다 보니 ‘이게 되네?’와 같은 결과를 얻기도 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설계(가설)에 대한 검증 결과를 얻으면 왜 그런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틀리면 틀린 대로, 맞으면 맞은 대로 말 그대로 분석을 해야 한다. 분석이란 데이터를 해석하는 역량이다. 

특히 기업의 연구는 stretch goal이라고 부르는 버거운 목표를 설정하기 마련이다. 시도 자체가 굉장히 도전적이고 실패의 가능성 역시 높다. 그러므로 설계가 맞든 틀리든 나온 결과물을 해석하는 것, 원인과 개선안을 찾아내는 능력으로서의 분석력이 연구원으로서 필요한 능력이라는 결론을 내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오랜 기간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보니 본의 아니게 관찰을 하게 되었다. 배울만큼 배우고 온 사람들이니까 당연히 이 정도는 알겠지, 이만큼은 하겠지 싶다가도 의외로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면을 발견하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대학원에서 충분히 배우지 못했을 수도 있고, 회사 업무라는 조금 다른 영역의 일에 대한 트레이닝의 문제일 수 있다. 분석보다는 결과 획득 위주의 업무를 하는 경우라면 굳이 더 깊이 사고할 이유가 없어서라고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필요한 일만 따박따박 해 놓는 것은 장기적으로 자기 발전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면한 숙제(과업)는 해결할 수 있겠지만 연구원 개인의 성장 관점에서 아쉬움이 있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개인적으로는 검색 능력도 필요한 역량으로 한 줄 넣고 싶다. 세상엔 많은 정보가 다양하게 흩어져 있다. 이걸 잘 찾아서 하나의 구슬로 꿰는 것, 즉 검색+조합을 통한 하나의 새로운 가치 창출이 중요한 때다. 검색 능력은 구글링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을 텐데, 직접 해 보면 능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종의 센스 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무슨 말인고 하니, 어떤 검색어와 조합으로 검색할 것인가에 따라 건초 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아내는 경우가 있다. 검색 결과에서 적합한 정보를 잘 솎아 내는 것도 나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아무리 찾아도 저는 없던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분들은 정보를 찾아내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더 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주니어 때는 실무 중심의 일을 많이 하지만 연차가 높아질수록 실무에서 해결해야 할 분석이나 실행력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기획력 - 새로운 가치의 연구를 제안하고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얼마 전 상무님과 이야기하다가 ‘연차가 높은 사람은 스스로 연구를 제안해야 하는데’라는 말씀을 들었다. 

연차라는 것은 단지 회사의 짬이 많이 찾다는 데에만 의미가 있지 않다.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살아 남기 위해 어떤 처세를 해야 하는 것인지와 같은 정치적인 것 말고 순전히 연구직으로 따져도 그렇다. 교수님에 따라 석사 과정에서도 배울 수 있지만, 보통은 박사 학위 과정을 지나면서 혼자 연구 주제를 찾고 끝까지 해내는 능력을 함양한다. 그 과정이 압축적으로 4-5년에 걸쳐 이뤄지는데, 회사 생활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10여 년 정도 자기 분야의 연구를 꾸준히 수행하면 '서당개 삼 년이면.. ' 이란 속담이 괜한 말이 아님을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한 연구원은 박사 과정을 밟지 않았지만 10여 년 넘는 연구개발 경력을 통해 이미 박사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다.


공직에 계시다가 현재는 은퇴하신 어떤 분의 말씀이 인상 깊다. 연차가 낮을 때는 9:1로, 중간 연차엔 5:5, 높은 연차엔 1:9의 비율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비율일까? 여기서 앞의 숫자는 <내부>에 대한 관심과 일, 뒤의 숫자는 <외부>에 대한 관심과 일이다. 기획력이란 스스로 공부하고 깊이 사고하면서 얻어지기도 하지만 기업에서 필요한 일은 바깥에서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 훨씬 더 적합하다. 깊이 파는 연구력만큼 다른 사람의 연구 내용과 기술에 대한 안테나를 늘 뻗어 두는 것이 좋다. 융합이란게 별 것 아니다. 기존에 알던 것, 할 수 있던 일에 새로운 트렌드나 기술을 조금씩 얹어 보는 행위이다.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연구원의 자질은 상황과 경력에 따라 부단히 바뀌니 이에 맞게 스스로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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