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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s Bo Oct 21. 2022

에필로그 - 영어유치원, 꼭 보내야 할까?

영어유치원을 보내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한 달에 200만 원이 넘는 비용에도 너도 나도 아이들을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어떤 영어유치원들은 대기가 있다고 한다. 엄마들은 우리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지 않으면 내 아이가 앞으로 경쟁에서 뒤처질 것 같은 불안함을 느낀다. 엘리베이터에서 어린아이와 탄 젊은 엄마는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짧은 영어를 줄기차게 말하고 아이에게 왜 영어로 대답하지 않냐며 닦달했다. 


'우리 아이만큼은 영어를 잘했으면..' 하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은 안다. 우리 부모님도 영어를 못하시는데 우리에게는 어릴 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키셨고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결국엔 다 잘하게 됐다. 


나중에 아이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서는 어릴 때 영어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어릴 때는 확실히 언어 습득 능력이 빠르니깐, 다른 언어를 더 빨리 배운다. 


그렇지만, 아이의 영어공부의 시작이 꼭 영어유치원이어야 할까?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앞으로 한국에서 살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다면 일단 한글을 잘 배워야 한다. 한참 한글을 배워야 할 나이에 한글도 헷갈리는 아이를 붙잡고 영어를 무리해서 가르치는 것이 좋은 것일까? 요즘 아이들은 한글 어휘력이 많이 약하다고 한다. "성함"이라는 단어를 이해 못 해서, 멀뚱한 얼굴을 했다는 10대 아이의 얘기를 들었을 때 참 난감했다. 영어를 못 하는 것을 부끄러워할게 아니라, 한국어를 잘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본인의 모국어가 아닌가? 교육에 대해서 얘기할 때, 영어를 논하기 전에 먼저 아이들의 한국어 능력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영어는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배워도 충분하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면 더욱 무리해서 영어유치원을 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영어 유치원을 못 보내고, 안 보낸다고 해서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영어는 너무 어릴 때 배울 필요 없어."라는 소신이 있으면. 


미국 생활 중 알게 된 지인들 몇몇이 한국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막상 그들은 영어 유치원을 보내지 않는다. 그들도 나처럼 한국어를 먼저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영어는 굳이 너무 어린 나이에 배울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외국어 고등학교를 다닐 때 젊은 영어 선생님이 계셨다. 그분 부인도 영어 선생님이셨다. 두 분 다 명문대를 나오셨다. 막상 본인의 자녀들은 어릴 때 영어공부를 시키지 않는다고 하셨다. 


미국에 사는 2세 친구는 미국에서 변호사와 회계사 자격증이 있고, (영어로) 말을 진짜 잘한다. 그 친구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이 한국분이셔서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는 영어를 아예 몰랐다고 한다. 집에서 엄마와 한국말로만 대화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미국인들이랑 말싸움에도 절대 지지 않는다. 


영어유치원에 가면 어린 나이에 영어를 쉽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고 발음이 좋을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그것도 아이 나름인 것 같다. 어떤 아이는 더 뛰어나게 하는 반면, 어떤 아이들은 영어도 못하고 한국말도 못 한다. '그럴 거면 굳이 영어유치원을 보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영어유치원을 보내기 전에, 이것이 우리 아이에게 꼭 필요한가, 내가 경제적 여유가 충분히 되는가를 신중히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적어도 '남들이 다 보내니까'가 이유가 되지 않기를. 경제적 여유가 되지 않아서 영어유치원을 보내지 않는 것은 창피한 일이 절대 아니며 아이에게 다른 영어교육을 통해서도 충분히 영어실력을 향상할 수 있다. 왜 꼭 영어유치원이어야만 하는가. 


내가 아이라면 영어유치원 보낼 돈을 모아서 나중에 창업자금이나 유학자금으로 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성인이 돼서 부모님이 돈을 주시면서 네가 하고 싶은 것 뭐든, 외국 어학연수든, 여행이든, 창업이든, 하고 싶은 것 다 해봐! 이렇게 말씀하시면 얼마나 멋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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