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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차: 코딩의 시대가 가고, 질문의 시대가 왔다

by 꿈동아빠 구재학

회의실에서 일어난 변화


회의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회의실에서는 개발팀장이 모니터를 가리키며 복잡한 코드를 설명했다.

"이 API 엔드포인트를 호출하면 JSON 형식으로 데이터가 반환되고..."

기획자와 마케터는 고개만 끄덕였다. 알아들은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했다. 질문하고 싶지만 "전 코드를 몰라서..."라는 말만 맴돌았다.


최근 회의실 풍경은 다르다.

마케팅팀 김 대리가 노트북을 열고 ChatGPT에 질문한다.

"30대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의 SNS 마케팅 전략을, 예산 500만원 기준으로, 3개월 캠페인 플랜으로 제안해 줘."

30초 후, 구체적인 전략 문서가 펼쳐진다. 컴퓨터에게 명령하기 위해 개발자에게 부탁할 필요도, 코드를 이해할 필요도 없었다.


컴퓨터와 대화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야 했던 30년의 규칙이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우리의 언어로 기술을 지휘하는 시대다.



30년 만에 무너진 장벽 :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자연어로


2022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기술책임자 케빈 스콧은 개발자 행사 빌드2022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자연어를 프로그래밍 언어로 즉시 바꿀 수 있게 됐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컴퓨터 언어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그 의미가 명확해진다.


컴퓨터 언어의 역사는 인간 친화적으로 진화해 왔다. 1950년대 기계어(0과 1)에서, 1960-70년대 고급 언어(포트란, 코볼)로, 1990년대 이후 더 직관적인 언어(Python, Java)로 발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개월에서 수년의 학습이 필요했다.


그리고 2020년대, 드디어 자연어 시대가 열렸다. 한국어든 영어든,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언어 그대로 컴퓨터와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외국어를 배우지 않고 실시간 번역기로 소통하는 것과 같은 혁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프로그래밍 언어와 자연어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둘 다 '기계와의 회화'를 위한 언어다. 차이는 단지 누구의 편의에 맞춰 설계되었느냐일 뿐이다. 과거에는 기계의 편의에, 이제는 인간의 편의에 맞춰졌다.



문과생의 첫 번째 무기: "문해력 - 맥락을 읽는 힘"


AI 시대의 문해력은 단순한 읽기와 이해를 넘어,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고 복잡한 의미를 해석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비판적 문해력'으로 진화했다.


AI와의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맥락이다. 같은 질문이라도 어떤 맥락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보자.

나쁜 프롬프트 : "보고서 써줘"

이렇게 질문하면 AI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보고서 템플릿을 제공할 것이다. 누구에게, 무엇을 위해, 어떤 형식으로 작성해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프롬프트 : "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3페이지 분량의 업무 효율화 보고서를 작성해 줘. 독자는 경영진이고, 목적은 예산 승인이야. 현황 분석, 문제점, 해결 방안, 기대 효과 순서로 구성하고, 각 섹션마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포함해 줘."

이 프롬프트에는 대상(30대 직장인), 분량(3페이지), 독자(경영진), 목적(예산 승인), 구조(현황-문제-해결-효과), 요구사항(데이터 포함)이 모두 명시되어 있다. AI는 이 맥락을 바탕으로 훨씬 정교한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문해력이다. 코딩 능력이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구조화하며 명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이다.


2025년 초, 중국의 AI 기업 딥시크(DeepSeek)가 혁신적인 AI 모델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회사의 성공에 역사, 문학, 언어학을 전공한 문과 출신들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코드를 짜지 않았다. 대신 AI가 인간의 언어를 더 잘 이해하도록 맥락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구조화하며, 사용자 친화적으로 기술을 개선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인문학적 소양이 AI 개발의 핵심 자질로 주목받은 것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보고서는 명확히 지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만들거나 다루기보다는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일 터이기 때문에, 코딩 능력보다 디지털 문해력이 필요하다."



문과생의 두 번째 무기: "논리력 - 질문을 구조화하는 힘"


AI 시대는 '질문의 시대'다.

검색 시대에는 정답을 찾는 능력이 중요했지만, 생성형 AI 시대에는 질문이 차별점이다.


좋은 질문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명확성'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표현해야 한다.

"마케팅 전략 알려줘"는 모호하다. 어떤 제품의, 어떤 대상을 위한, 어떤 채널의 마케팅인지 명확하지 않다.


둘째, '구체성'이다.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담아야 한다.

대상, 목적, 제약조건, 기대 결과를 구체적으로 명시할수록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셋째, '논리성'이다. 질문이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구조를 가져야 한다.

하나의 큰 질문을 여러 개의 작은 질문으로 나누고, 순서를 정하며, 각 단계가 논리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실전 비교 :

나쁜 질문 : "마케팅 전략 알려줘"
좋은 질문 : "30대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의 SNS 마케팅 전략을 제안해 줘. 예산은 500만원이고, 3개월 캠페인으로 계획하고 있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주 채널로 사용할 예정이며, 핵심 메시지는 '지속가능성'이야. 주차별 실행 계획과 예상 KPI를 포함해서 정리해 줘."


두 번째 질문에는 대상(30대 여성), 카테고리(친환경 화장품), 채널(SNS, 특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예산(500만원), 기간(3개월), 핵심 메시지(지속가능성), 요구사항(주차별 계획, KPI)이 모두 담겨 있다. 이것이 논리적으로 구조화된 질문이다.


구글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가이드는 명확히 밝힌다.

"훌륭한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코딩 경험은 필요하지 않다. 창의성과 지속성이 여정에 큰 도움이 된다."

논리력은 문과생이 논술, 에세이, 보고서를 작성하며 훈련해 온 능력이다. 바로 그것이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 되었다.


서울대 AI연구원장 장병탁 교수는 2023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명확히 전망했다.

"AI 시대엔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가 사라진다.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대표적 사례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일반인이 AI를 쓰기 쉬워진다.


문과생 AI 전문가의 탄생


이 프로젝트는 4단계로 설계되어 있다. 각 단계를 거치며 AI 사용자에서 AI 지휘자로 성장하게 된다.


Part 1: 적응 단계 (1-4주)

AI와 친해지는 시간이다.
코딩과 질문의 차이를 이해하고(1주차), 검색과 생성의 차이를 체험하며(2주차), ChatGPT, Claude, Gemini 같은 주요 AI 도구들의 특성을 파악한다(3주차). 4주차에는 AI의 거짓말(Hallucination)을 다루는 법을 배운다. 이 과정을 거치면 AI는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내 편이 된다.


Part 2: 활용 단계 (5-8주)

AI를 실무에 적용하는 시간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본질이 커뮤니케이션임을 깨닫고(5주차), 페르소나와 맥락을 부여하는 법을 배우며(6주차), 멀티모달(이미지, 파일, 음성)로 확장한다(7주차). 8주차에는 나만의 AI 비서를 기획한다. AI는 단순 도구가 아니라 업무 파트너가 된다.


Part 3: 이해 단계 (9-12주)

기술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시간이다.

LLM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9주차), 학습과 Fine-tuning의 차이를 구분하며(10주차), RAG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11주차), API와 생태계의 작동 원리를 파악한다(12주차). 개발자가 쓰는 용어를 이해하고, 기술 미팅에서 핵심을 질문할 수 있게 된다.


Part 4: 통찰 단계 (13-16주)

미래를 예측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시간이다.

온디바이스 AI의 의미를 꿰뚫고(13주차), 로봇과 피지컬 AI의 미래를 내다보며(14주차), AI 인프라 전쟁의 본질을 파악하고(15주차), AGI 시대 문과생의 생존 전략을 수립한다(16주차). 기술 뉴스를 읽으면 맥락이 보이고, 미래를 예측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통찰력을 갖추게 된다.


16주 후, 당신은 AI 사용자가 아니라 AI 지휘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Week 1 Mission : "맥락을 바꾸면 결과도 바뀐다"


이제 이론을 넘어 실전으로 나아갈 시간입니다.

이번 주 미션은 "같은 질문, 다른 맥락으로 AI 답변 비교하기"입니다.


<Step 1. AI와 대화 준비하기>

ChatGPT 또는 Gemini에 접속합니다. 무료 버전을 제공하며,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1-2분 안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미 가입되어 있다면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Step 2. 첫 번째 질문>

아래를 복사해서 [ ] 안을 채워 입력하세요.

나는 [당신의 구체적인 상황]이고, [당신의 관심사]에 관심이 많아.
내가 이번 주에 AI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급한 업무 하나와, 그 업무를 위한 구체적인 AI 질문 예시를 알려줘.

예시:

나는 사춘기 남자 중학생을 둔 학부모이고, 자녀와의 원활한 대화에 관심이 많아.
내가 이번 주에 AI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급한 업무 하나와, 그 업무를 위한 구체적인 AI 질문 예시를 알려줘.


<Step 3. 두 번째 질문 - 맥락 바꾸기>

이제 [ ] 안의 내용을 '다르게 바꿔서' 다시 질문해 보세요.


바꿔볼 수 있는 구체적인 예시들:

1. 상황을 바꾸기:

"사춘기 남자 중학생을 둔 학부모" →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1인 창업자"

"사춘기 남자 중학생을 둔 학부모" →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사춘기 남자 중학생을 둔 학부모" →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3 담임교사"


2. 관심사를 바꾸기:

"자녀와의 원활한 대화" → "효율적인 시간 관리"

"자녀와의 원활한 대화" → "설득력 있는 제안서 작성"


3. 더 구체적으로 만들기:

"사춘기 남자 중학생을 둔 학부모" → "게임에 빠진 중2 아들을 둔 워킹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1인 창업자" → "인스타그램으로 핸드메이드 액세서리를 파는 30대 창업자"


<Step 4. 결과 비교하기>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의 답변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세요.

AI가 제안한 '급한 업무'가 어떻게 달라졌나요?

AI 질문 예시가 어떻게 달라졌나요?

어떤 맥락이 더 실용적인 답변을 만들어냈나요?


같은 질문이라도 '맥락을 바꾸니 완전히 다른 답변이 나온다'는 것을 확인하셨나요?

이것이 앞으로 16주 동안 배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핵심 원리입니다.




다음 주는 "검색(Search) 하지 말고 생성(Generate)하라"라는 주제로 이어집니다.

구글링과 프롬프팅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요? 정답을 찾는 사고에서 답을 만드는 사고로 전환하는 법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억대 연봉으로 모십니다'…AI업계, '이것' 잘하는 문과생 뽑는다는데", 서울경제

"[한경에세이] AI 시대, 문과 출신도 살길이 있다", 한국경제

"[아침을 열며] AI시대, 데이터 문해력에 달렸다", 한국일보

"AI 문해력,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열쇠!", 모두의연구소

"[전문가칼럼] 질문이 중요한 AI시대, 정답을 찾아내는 올바른 질문법", GS칼텍스

"AI 프롬프트 정의와 중요성 알아보기", Tigris Cloud Blog

"AI 시대 의사 인기 줄고, 문과생 일자리 늘어난다", 국민일보

서혁, 김연지, "포스트 AI 시대 학교 교육 환경의 변화와 확장된 문해력 교육", 국어교육학연구

"AI 시대, 문해력이 경쟁력이다", 필립(筆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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