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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Jul 26. 2022

다시 여행, 다시 파리 (2)

추적추적 여름비 내리는 파리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비행 시간이 2시간 넘게 늘어난 덕분에 다소 지루한? 비행이었지만, 2년 5개월만의 장거리 비행이라 그런지 잠은 잘 청하지 못했다. 보통 오후 2시 정도에 출발하던 비행기가 2시간 10분 앞당겨 출발한 덕분인지 한국 시간으로는 낮시간이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동안 일과 학업을 겸하며 주경야독하느라 엔터테인먼트의 세계와는 거리가 상당했던 터라 보상심리도 작용하여 영화에 집중했다. 집에서 혹은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와 다르게 작은 화면으로 보는 영화이지만, 묘하게 비행기에서 보는 영화는 집중도가 높다. 나만의 작은 공간이 하늘 위에 생기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행이라는 설레는 여정의 시작과 끝을 비행기 안에서 보내며 설레임과 아쉬움을 함께 하는 시간들을 더 빛나게 하는 의식 같은 행위라고 해야할까. 적어도 나한테는 그래왔다. 나름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들 혹은 갓 개봉한 영화들을 골라서 보는 재미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개인 모니터로 시청할 수 있는 영화들도 나름 예술 영화 등을 포함해서 영화의 스펙트럼도 나름 넓은 편이었는데,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그 편수가 좀 준 것은 사실이긴 했지만, 나름 뜻밖의 발견을 하는 영화들이 제법 있었다. Eiffel이라는 영화에 특히 관심이 갔는데 간만에 방문하는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을 설계한 Eiffel을 모티브로 한 영화라 더 관심이 간 듯 하다. 묘하게 타이밍이 절묘했던 영화 감상. 하늘 위에서 끓인 라면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무사히 파리에 도착. 

짐을 찾고 금세 공항을 빠져나가고자 하는 마음의 소용돌이. 급히 우버앱을 켜고 탑승 위치를 찾아보지만 도착한 2E터미널에서는 찾을 수 없었고 2F터미널로 이동해 그것도 Departure층으로 다시 이동해야 했다. 조금 번거로운 이동이었지만, '그래 공항을 빠져나가는 것도 늘 이랬었지' 하며 마음을 다독인다. 그래도 우리나라도 따지면 퇴근 시간인 파리의 저녁 시간인데 나름 금세 우버가 잡혔고, 기사도 친절한 편이었다. 호텔에 가까워 오니 비가 조금 내리기 시작했지만, 소나기처럼 지나가는 비라, 정작 호텔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그쳐있었다. 익숙한 풍경들이 눈앞에 다시 펼쳐지니 잠시 노곤했던 눈이 다시 활짝 열린다. 비록 비가 추적추적 오는 파리의 첫날이었지만, 파리라는 최애 장소에 다시 떨구어진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아주 고급 호텔이 아니면 파리의 호텔방은 대체로 작은 편이다. 있을 건 나름 다 있지만 모랄까 옴짝달짝 하기 어렵다고 느낄만큼 작은 공간의 압박감이 상당하다. 최근에 새로 지은 호텔이 아닌 이상, 여느 파리의 건물들이 그러하듯 비교적 연식이 있는 건물들이라, 호텔 건물도 그렇고 방도 리노베이션을 했다고 해도 그 연식을 쉽게 숨기기는 어렵다. 그래도 이번 호텔에는 나름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테라스가 있어,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바깥 공기도 들이고 테라스에 앉아 지친 다리를 쭉 뻗고 게으름의 미학을 잠시 누릴 수 있었다. 파리에 도착한 덕분에 밤이 어둑어둑 내리는 시간대가 갑자기 9시 넘은 시간으로 미뤄진 덕분에 호텔에 도착해서도 저녁의 느낌이라기 보다는 늦은 오후의 느낌이 더 강했기 때문이리라. 담배를 피지는 않지만, 테라스가 딸린 방이라 재떨이가 놓여져 있었는데, 박물관에서나 봐야할 것 같은 물건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뷰만으로 따지면 여기가 파리인지 뮌헨인지 부다페스트인지 알 수 없는 건물, residence, 동네 작은 공원뷰이긴 했지만, 그래도 일주일 가까이 지낼 1 week home이 된 터라 정을 붙이기로 마음먹었다. 세상사 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그 다음날 아침 9시, Musée de l'Orangerie를 방문해야 했었기 때문에 일찍 잠을 청하기로 했다. 이번 파리 여행은 HEC Paris 졸업식이라는 반드시 달성해야만 하는 목적과 함께 Giverny 마을 산책과 더불어 모네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첫번째 theme과 Reims를 방문해 최애주인 샴페인의 세계에 흠뻑 취하는 2번째 theme을 함께 하도록 미리 설계?되어 있었다. 파리를 숱하게 방문했었어도, Musée de l'Orangerie는 미처 가보지 못했고, Giverny도 가 본적이 없어, 출장이긴 하지만, 본업이 아닌 학업의 종료라는 나름 신선한 출장의 묘미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재료를 더한 것. 


간만의 장거리 여행에 심신이 노곤하지만, 한껏 목적 의식에 부풀어 잠이 든다. 9시 넘어 내리는 파리의 여름비를 테라스 창으로 감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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