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앙티브 Antibes Aug 09. 2022

포스트 코로나 졸업식

더욱 더 성대했던 졸업식

1년 반 동안의 MBA 과정은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점철되었지만, 그러나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흥미진진했고 또 그만큼 실망을 안겨준 부분도 많았다.

우선 온라인 MBA였기 때문에 때마침? 불어닥친 코로나 열풍으로 온라인 과정의 장점이 100% 이상으로 부각되었고, 또 그 특수성으로 인해 더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재택근무 시간이 늘어나면서 출퇴근 시간을 아껴 공부에 할애할 수 있었고, HEC Paris의 MBA 과정이었던만큼 국적이 다양한 학생들이 많아 함께 토론하는 시간들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서 온라인 과정의 장점이 100% 이상 발휘된 점들이 그러했다. 물론 온라인인 만큼 시차를 극복하며 시간 조율하는 것이 나름 수고스러운 일이긴 하였으나, 코로나 기간 동안 출장 대신 줌 미팅이 보편화되고 적응이 된 만큼, 크게 단점으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HEC Paris의 MBA 과정 중 내가 선택한 과정은 1년가까이는 기본과정들을 수강하고, 6개월 정도는 팀을 꾸려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형태로 구성된 짜임새있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여 팀을 구성하는 과정, 팀원들과의 케미와 협력 이런 부분들이 중요했는데, 각자 팀을 꾸리고 싶은 팀장?은 아이디어를 피치(Pitch)하고 팀원들을 모집하고 또 팀장을 자청하지 않는 팀원들은 여러 팀의 아이디어를 살펴보면서 각 팀에 들어가는 과정도 신선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만 미팅을 하니, 아무래도 non-verbal communication이 많이 축소된 형태여서 인간적인 케미나 직관?적인 느낌이 많이 배제되어 다소 dry한 형태의 만남과 미팅들이었지만, 오히려 아이디어와 핵심에 집중할 수 있었다. 


팀을 구성하고 나서는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미팅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6개월 가까이 회사 사람들보다 더 자주 만나는 기이한 시간들이었다. 한 달에 한 번 과제 중간 결과물들을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고, 또 결과물 제출 후에 받아보는 점수에 기쁘기도 실망하기도 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열심히 참여하지 않는 팀원들을 몹시 미워도 해보고, 어쩔 수 없이 몇몇 동기부여가 된 사람들과만 협업을 하게 되는 또 다른 기이한 형태의 협업도 중간중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하여 스타트업을 실제로 운영하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감정 기복과, 팀원들과의 갈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귀중한 시간들이었다. 물론 그 중간에는 참으로 답답하여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의 나날들을 보내기도 하였으나, 지나고 보니 좀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면 어땠을까, 답답해만 하지 말고 따로 시간을 내어 별도 미팅을 더 자주 해 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더 채찍질을 했어야만 했나 하는 후회 아닌 후회가 들기도 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3개월 가까이 MOOC 형태의 다양한 플랫폼에서 여러 강좌와 강의를 들어본 경험은 있었으나 학위 과정을 1년 6개월 넘게 진행한 것은 독특한 경험이었다. 온라인으로 학위를 받는다는 것, 그리고 온라인으로 학위 과정을 진행한다는 것이 다소 생소하고, 실제 그 경험은 어떨까 반신반의하며 시작했었는데,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이 우선 매우 인상적이었고, 온라인 강의 컨텐츠를 수강하는 시간에 제한이 있고, 과제를 제출하는 것도 동일하고 각 강의마다 쪽지 시험같은 온라인 시험을 볼 뿐만 아니라, 온라인 감독의 감독 하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켜 놓고 실제 시험을 보는) 기말고사 형태의 시험을 별도로 봐야 했기 때문에 강의를 듣는 시간만 내가 정할 수 있을 뿐, 커리큘럼과 학위를 받기 위해 고되게 치뤄야 하는 프로세스는 형태만 달라졌을 뿐 동일했기 때문에, 온라인이기 때문에 더 수월하고 퀄리티가 떨어지는 면은 찾기 어려웠다. 하여, 어떻게 그 과정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얼마나 그 과정에 충실히 참여하느냐에 따라 그 성과에 큰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알게 된 과정이었다. 온라인이라고 해서 수업의 수준이 떨어지거나, 참여도가 떨어지는 점도 없었고, 수업도 온디맨드 형태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교수님과 함께 토론하는 등의 형태의 시간들도 매 강좌마다 2-3번 있었기 때문에 교수님을 멀리서나마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제법 많았다. 프랑스 정부에서 인가한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가 인정하는 학점도 그대로 부여 받았고, 하여 이후 다른 석박사 과정을 수행한다면 이수 학점으로 증빙도 가능한 학위여서 나름 뿌듯하기도 했고, 교육의 미래라고 까지 치세우기는 그렇지만,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진지하게 고민하여 보다 개인화되고 성취도가 높은 교육을 하는 것에 대한 보다 더 진취적이고 진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2021년 6월 드디어 졸업을 하였으나...약속된 HEC Paris 캠퍼스에서의 졸업식은 코로나로 인해 물거품이 되어 온라인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었는데, 1년이 지난 시점에 드디어 20, 21, 22학년도 졸업생들이 다 같이 모여 실로 성대한 포스트 코로나 졸업식을 캠퍼스에서 가지게 됐다. 



온라인으로만 만나던 동기들을 실제로 만나는 기쁨은 생각보다 두 배 세 배로 증폭됐다. 

졸업식 전날, 파리 시내 한 호텔에서 가진 전야제와 졸업식 당일 캠퍼스에서 졸업 가운과 모자를 쓰고 만나는 동기들은 마치 연예인을 만나는 듯한 (TV에서만 보던 연예인을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묘한 반가움이 교차하며 그들과 끊임 없이 나눴던 대화들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파리 시내 한 호텔에서 열렸던 졸업식 전야제


졸업식 피날레에 함께 뛰면서 합창하던 Les lacs du Connemara, 이후 피로연과 파리 시내에서 옹기종기 따로 저녁 식사를 하던 순간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먼 길 구지 졸업식에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아무리 온라인 과정이라고 해도 역시 사람과 사람과의 연결은 오프라인만한 것이 없고, 실제 캠퍼스를 방문하는 물리적인 공간과의 접촉과 온라인으로만 만나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감동?은 여운에 여운을 더하는 듯 하다.

 





이전 03화 튈르리 정원의 나른한 오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