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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Aug 19. 2024

해먹을 결심

(본 글에 포함된 내용은 창작된 소설의 일부분입니다. 따라서,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 등을 포함한 이 소설의 모든 요소는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허구적 창작물임을 밝힙니다.)


AB그룹 본사 회의실.

회의실은 마치 지옥의 입구와 같았다. 차디찬 공기가 살을 에이는 듯 했고, 모두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테이블 끝에 앉은 엄모순 회장은 돼지같이 불어난 얼굴로, 마치 죽음 앞에 선 사람처럼 피로와 절망이 뒤섞인 눈빛을 띠고 있었다. 한때 '철의 경영자'라 불리던 그도 이제는 그 강철 같은 카리스마는커녕, 추악한 욕망만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껍데기에 불과했다.

엄모순의 옆자리에 앉은 엄민용 부회장은 손에 든 합병 제안서를 떨리는 손으로 부여잡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지옥에 떨어질 것을 알고 있는 죄인처럼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기막힌 광경이 그 방에서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그 긴장된 침묵을 깨고, 문이 덜컥 열리며 엄민규 부회장이 허겁지겁 들어왔다. 늦게 도착한 것도 모자라, 아무런 긴장감도 없이 빈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얼굴에는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멍청함이 가득했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방 안의 공기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


엄모순 회장: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압니까? AB배터리의 적자는 그룹을 통째로 무너뜨릴 수 있는 폭탄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미 전날 밤, 컨설팅 펌들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그다. 몰아부칠 일만 남았다)

엄민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눈은 이미 테이블 위의 과일 바구니에 가 있었다. 그 어리석은 표정을 보고 있자니 방 안에 있던 모두가 그를 향해 혐오감을 숨기지 못했다.

엄민규 부회장: "형님,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난번 골프장에서 만난 분들도 형님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의 무책임한 말에 임원들은 저마다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조차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모두가 그의 입이 다시는 열리지 않기를 바랬다.

재무 담당 임원: "회장님, 현재 우리 그룹의 재정 상태는 이미 한계에 달했습니다. 더 큰 투자를 강행하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은 자명하고, 그 여파로 그룹의 재정 안정성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입니다."

엄민용 부회장: "회장님, 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 같습니다. 이번 인수 합병은 지나치게 위험합니다.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우리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엄모순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그의 시선은 방 안을 천천히 훑었다. 모든 임원이 그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모순 회장: "나는 지금 이 순간, 그룹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AB화학과 자회사 AB배터리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계열사들과의 합병을 추진할 겁니다 (라고 말하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 지분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라고 읽는다)."

회의실은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임원들은 그의 말에 기가 막혔지만, 아무도 그의 결정을 막을 용기가 없었다.

전략기획실 임원: "회장님, 이러한 무리한 합병은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비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최근 법정에서 결정된 2조 원 이상의 재산분할이 그룹의 재무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엄모순은 그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그의 눈빛은 '하나마나한 소리 할 거면 나가라'는 듯했다.

엄모순 회장: "상관없어요! 이건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닙니다. 나는 이 기회를 통해 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일 거에요 (내 지분을 더 강화할 것이다')!! “ZZ사, CC사 컨설팅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회의실은 다시 한 번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임원들은 엄모순의 무모한 계획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의 결정을 막을 힘이 없었다. 엄모순은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는 실망감을 숨기지 않고 차갑게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엄모순 회장: "지금이 절호의 기회입니다. AB화학과 AB배터리, 그리고 다른 계열사들을 통합하여 거대한 통합 에너지 기업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이에요(내 지분을 더 강화할 방법이기도 하다)!!

엄민규는 형의 말을 듣고,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엄모순이 무슨 결정을 내리든 무조건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의 무지가 형의 분노만 더 키울 뿐이었다.

전략기획실 임원: "안 그래도 오늘 오후에 모 호텔에서 회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엄모순 회장: "알겠소. 나도 참석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조정하세요. 기억하세요, 모든 것은 나의 계획대로 진행될 겁니다. 그룹을 살리기 위해, (그리고 나의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어떤 희생도 감수할 겁니다."




같은 날 저녁, 서울 한 고급 호텔 스위트룸.

엄모순 회장이 언급했던 컨설팅 펌들과의 비밀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스위트룸의 창가에 선 엄모순은 어둠 속에 빛나는 서울의 야경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았다. 순간 오민형의 실루엣이 창가에 그려지며 그녀와의 절정을 떠올리는 엄모순. 순간 그의 등 뒤로 땀이 흐른다.

그의 뒤에는 ZZ사와 CC사의 최고 컨설턴트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AB그룹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그들의 진짜 의도는 속이 뻔히 보였다.


ZZ사 컨설턴트: "회장님, 현재 AB화학과 자회사 AB배터리의 적자 상황은 재앙입니다.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는 그룹 전체에 치명적인 부담을 줄 것입니다."

엄모순 회장: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뭐라는 거지?"

CC사 컨설턴트: "가장 유력한 방법은 AB화학과 AB가스의 합병입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통합 에너지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회장님의 지분율을 상승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룹 내 지배권을 더욱 공고히 하실 수 있습니다."

엄모순은 창가에서 돌아서서 컨설턴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탐욕의 불길이 일렁였다.

엄모순 회장: "내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재무 개선이 아닙니다. 나는 이 기회를 통해 나의 지배권을 더 강화하고 싶습니다. 이번 합병으로 내 지분율을 상승시키고, 그룹의 핵심을 내 손아귀에 완전히 쥐는 것이 목표에요."

ZZ사 컨설턴트: "그렇다면, AB상사와 같은 중간지주사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잡한 지배구조를 구축해 외부에서 회장님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룹 내에서 더욱 강력한 통제권을 확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CC사 컨설턴트: "또한, 최근 재판 결과로 인한 재산분할로 자금 압박이 예상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부 투자 유치와 자산 매각이 필요합니다. 이는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회장님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엄모순은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모순 회장: "좋소. 이 전략을 신속하게 실행하세요. 나는 이 과정을 통해 AB그룹을 더 강하게 만들고, 나의 지배력을 더 강화할 겁니다. 필요한 자금은 구조조정과 합병을 통해 마련할 수 있도록 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세요. 이 모든 것은 나의 계획대로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컨설턴트들은 고개를 숙였다. 아니 돈에 고개를 숙인 그들. 그들은 회장의 숨겨진 욕망에 따라 겉으로는 AB배터리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지만 결국 이 틈을 타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꼼수들을 마련하는데 여념이 없다. 한국 재벌들의 탐욕을 이용해 막대한 돈을 빨아들이는 데 능한 그들, 이번에도 그들은 결코 기회를 놓치지 않을 터였다. 이혼 소송에 패소함에 따라 거액의 지분을 나눠야 하는 만큼 더욱 더 중요해진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엄모순 회장 비서와 전략실에 접근하여 거액의 프로젝트를 수주한 그들. 하이에나 처럼 위기에 빠졌던 여러 그룹들의 전략실에 접근해 벌써 수백억을 챙겨온 그들이다. 이번에도 귀신같이 돈 냄새를 맡은  그들. 어짜피 한국 재벌 회장들은 아무 능력도 없고, 그룹내에서 날고기는 전략실에서 묘책을 마련해와도 등 뒤에서 비수를 꽂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쌓여 있어 그룹 내 전략을 신뢰를 하지 않는 회장들의 처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들이다. 내부 전략실 임원들도 마찬가지. 그런 회장의 사정을 다 알 뿐더러, 어쩌피 수 주동안 날밤 새서 전략을 짜도, 보고 때는 스맛폰만 쳐다보는 엄모순 회장의 뻘짓을 수차례 경험한 그룹의 전략실과 전략실장. 외국 컨설팅 펌이라면 자다가도 번쩍 눈을 뜨는 회장단의 모순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어짜피 공생관계인 그룹의 전략실과 외국 컨설팅펌들이다. 또 교묘하게 2개 컨설팅펌을 경쟁시켜 더 좋은 묘수를 꾀는 그들이다. 얍삽함이 극에 다른 그들. 해서 전략실이다. 이렇게 또 수백억의 눈먼돈이 물쓰듯이 사라진다.




엄모순의 비밀 아지트, 서울 한복판 고급 빌라.

서울 한복판에 있는 고급 빌라에서 엄모순은 오민형과 대놓고 만났다. 숨길 필요도 없었다. 그들의 관계는 이미 탈선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엄모순은 오민형의 아파트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를 거칠게 끌어안았다. 그들은 말없이 서로의 몸을 탐닉하며, 서로를 욕망의 도구로만 생각했다. 그들의 관계는 이미 타락의 심연에 빠져 있었다.

엄모순: "민형, 너는 내가 필요로 하는 전부야. 네가 없다면 난 이 모든 걸 견딜 수 없어."

오민형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엄모순을 바라봤다.

오민형: "그럼 난 오빠가 그룹 지분을 확실히 더 차지할 때까지 기다려야겠네. 하지만 잊지 마, 내가 원하는 건 단순한 애정이 아니야. 당신의 힘과 권력, 그것만이 나를 끌어당기는 유일한 이유니까."

엄모순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는 오민형에게 단순한 육체적 욕망을 넘어서, 그녀의 냉혹한 야망과 철저한 이기심에 끌리고 있었다. 오히려 그녀의 차가운 현실감각이 그에게 더 짜릿한 자극이 되었다.

엄모순: "네가 원하는 것은 나도 잘 알아. 그리고 그걸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민형, 이 모든 게 다 끝나면 넌 내 옆에 있을 거야. 우리가 함께라면 이 세상에서 못할 일이 없을 거야."

오민형: "하지만 난 오빠가 손혜민과 완전히 결별하고 나서야 그 말을 믿을 수 있어. 아직도 그녀에게 정신적으로 붙잡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워."

엄모순은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내저었다.

엄모순: "그녀와의 관계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 이혼 소송이 마무리되면 모든 게 끝날 거야. 하지만 그 전에 이 그룹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해. 손혜민에게 뺏긴 지분도 다시 찾아와야 하고."

오민형: "그렇다면 더 서둘러야겠네. 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엄모순: "너와 나는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아. 내가 모든 것을 손에 넣고 나면, 그 후에야 비로소 너와 진정으로 함께할 수 있어.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이 세상을 우리의 발 아래 둘 거야."

엄모순은 더욱 거칠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의 손길은 더 이상 부드럽지 않았고, 오민형은 그의 품에서 서서히 녹아내렸다. 그들의 사랑은 타락한 본능의 발로였고, 서로를 집어삼킬 듯한 강렬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쾌락 속에서도, 엄모순의 머릿속에는 온통 끊임없이 지배와 권력에 대한 욕망이 맴돌았다. 그의 모든 행동은 결국 이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오민형도 이를 잘 알면서도, 금지된 사랑에 몸을 맡기며 그와 함께 어둠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그들의 관계는 더 이상 순수한 사랑이 아닌, 타락과 탐욕으로 얼룩진 위험한 동맹이었다. 엄모순은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어떤 비열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았고, 오민형은 그런 그를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이끌며, 모든 것을 손에 넣으려 했다.






다음 날, 서울 고급 로펌의 회의실.

엄모순은 로펌 회의실에 앉아 두 명의 변호사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전투를 앞둔 장군처럼 결연한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 회의실은 무거운 분위기로 가득 찼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만이 들리는 듯했다.

A 변호사: "회장님, 상고 이유서를 1000쪽 분량으로 준비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비자금 문제에 대한 반박을 중심으로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엄모순: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이번 재판에서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손혜민이 요구하는 2조 원의 재산분할은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에요! 나는 그 돈을 지키기 위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B 변호사: "맞습니다. 2심 재판부가 지분 가치를 잘못 기재한 점도 큰 오류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대법원에서 강력히 문제 삼을 계획입니다."

엄모순: "좋아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심리 도중 손혜민이 까발린 어음과 메모의 진위 여부도 철저히 검토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불리한 증거를 더 내놓기 전에 우리가 먼저 대응해야 해요!"

김탁기 비서가 조용히 끼어들며 회장에게 말한다.

김탁기 비서: "회장님, 최근 손혜민 측에서도 대법원 출신 변호사와 전 국회의원들을 추가로 선임했습니다. 손혜민의 대리인으로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엄모순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엄모순: "변호인단은 그들과 맞설 방법을 강력히 마련해야 해 주세요. 그들은 절대로 나를 이길 수 없어요! 내 목표는 이 싸움에서 이기는 것뿐만 아니라, 손혜민에게 빼앗긴 AB그룹 지분을 다시 되찾아오는 겁니다. 내 면을 세워달란 말입니다!"

A 변호사: "알겠습니다, 회장님.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법에서의 승리를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습니다."

엄모순은 잠시 침묵하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엄모순: "좋아요, 이번 상고는 우리의 마지막 승부수입니다. 내가 모든 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에 반드시 승리해야만 해요. 모든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세요. 나는 패배를 용납치 않을 겁니다."

그러나 그 순간, 전략기획실에서 전달된 비밀 메모가 엄모순의 손에 들어왔다.

"오민형, 손혜민과 내통 중."

엄모순은 메모를 읽고 난 뒤 분노에 찬 눈빛을 숨길 수 없었다. 그의 머리 속에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지만, 못내 주먹을 꽉 쥐고 겨우 화를 짓누른다.

회의실은 다시 깊은 침묵에 빠졌다. 엄모순은 결연한 결심으로 의자를 밀고 일어섰다. 그는 이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해 자신의 권력을 지키고, 그룹의 통제권을 굳건히 할 것을 다짐했다.






그날 밤, 손혜민의 저택, 거실.

손혜민은 우아한 척하며 저택의 거실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차분한 미소가 걸려있지만, 그 속에는 깊은 분노가 숨어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자녀들, 엄현아, 엄현지, 엄우준이 서 있었다. 가족 내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손혜민: "현아, 현지, 우준아. 너희도 알다시피, 이혼 소송이 이제 막바지에 이르고 있어. 하지만 내가 이 싸움을 끝내기 전까지는 너희에게도 힘든 시간이 될 거야."

엄현아: "엄마, 아빠가 이번에 대법에 상고 이유서를 제출했다고 들었어요. 그 사람이 또 뭘 꾸미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손혜민: "물론이지. 그 사람은 결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가 어떤 수를 쓰든 나는 그걸 막아낼 거야. 너희는 내가 하는 대로 따라 주길 바란다."

엄우준은 불편한 듯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엄우준: "엄마, 하지만 아버지도 우리 가족이에요. 우리 모두가 싸우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가 이렇게 대립하는 게 정말 맞는 걸까요?"

엄현지가 그의 말을 끊었다.

엄현지: "우준, 넌 아직 그 사람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니? 그는 우리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야.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싸우고 있을 뿐이라고."

손혜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손혜민: "맞아, 현지야. 그 사람은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야. 오직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일 뿐이지. 나는 그가 가진 모든 걸 되찾아올 거야.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너희를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야."

엄우준은 고개를 떨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 모든 싸움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을 말할 용기가 없었다.

엄현아: "엄마, 난 언제나 엄마 편이에요. 아빠가 어떤 수를 쓰든 엄마가 이길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해요.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서." (그 재수 없는 내연녀와 내연녀 자식들에게 단 0.1%의 지분도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손혜민은 자녀들이 자신의 편에 서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동시에 아들의 반발이 못내 서운하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는 그들의 관계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서운한 건 서운한 것.

손혜민: "고맙구나, 현아야. 너희들이 있어서 나는 이 싸움에서 절대 질 수 없어. 엄모순이 나를 무너뜨리려 한다면, 그 대가가 무엇이든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 우리는 끝까지 싸워야 해."

거실의 공기는 차가운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가족 사이에 생긴 균열은 이제 완전히 세상에 노출되었고, 그들은 서로를 향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 싸움의 끝에는 승자가 있을지, 아니면 모두가 파멸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순간 손혜민은 며칠 전 서울 도심 외곽의 한 카페에서 오민형과의 비밀 회동을 떠올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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