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터전을 마련하는 것은 한국이나 프랑스나 어렵기는 마찬가지
프랑스에서도 살 집을 구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는 전세라는 제도가 있어 어느 정도 목돈만 있으면 (물론 아파트 가격이 엄청 높아지고, 최근 전세난에 좋은 전세 물건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는 하나) 몇 년 살다가 다시 그 돈을 받고 나오면 되지만, 프랑스는 월세의 비중이 50%를 넘기 때문에 (최근 통계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자가 비중보다 월세를 내고 사는 경우가 더 많다고 들었다) 부동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거의 월급의 1/3에 육박하는 경우도 태반이라고 할 수 있다.
월세를 location이라고 하는데 월세를 구할 때 집주인과 직거래하는 드문 경우를 빼고는, agence immobilier라는 부동산(공인중개사)을 거치게 되며, 한달 월세에 해당하는 비용을 부동산에 내야 하므로 그 거래 비용도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3개월치 월세에 해당하는 비용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예비비로 주인한테 내는 경우가 많고 (퇴거 시 집을 아무 이상없이 사용했다는 것을 확인받고 돌려받는다) 세들어 살 집에 대한 보험도 의무적으로 들어서 그 보험 증서를 주인에게 제출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세를 들어 살게 되면, 세들어 사는 사람들에 대한 법적인 보호도 잘 되어 있는 편이라고 한다.
가구가 갖추어져 있는 집의 경우 석달 전에 집주인에게 통보하면 계약 기간에 상관없이 집을 비울 수 있고, 가구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경우에는 한달 전에만 집주인에게 통보하면 집을 비울 수 있다.
집을 보러 다니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agence에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내서 예약을 하고, 그 예약된 날짜에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집을 보러 가게 된다. 물론 전화 통화시나 메일을 보낼 때 위치, 집의 구조나 크기, 예산 등을 알려 주고 그에 적당한 물건이 있거나 혹은 발견되면 방문 예약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간 여유를 두어야 한다.
나는 회사에서 외국인을 채용한 경우여서 relocation service를 받을 수 있어서 부동산 업체와 내가 직접 연락하지 않고 relocation service 업체에서 나온 사람과 만나 미리 예약되어 있는 집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말그대로 거주지가 달라지는 경우 (대게는 거주 국가를 바꾸는 경우를 지칭) 낯선 타국에서 집을 구하거나 이와 관련된 절차가 어려울 수 있어, 고용주가 해당 직원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benefit이다.
프랑스의 집은 거실을 하나의 별도의 독립된 공간으로 인식하여 방 하나로 간주하는데, 프랑스에는 이렇게 벽으로 독립되어 있는 공간을 하나의 pièce라고 부르며, 이런 개념을 사용하는 데, 3 pièce라고 하면 방이 2개 그리고 거실 1개가 있는 집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처럼, 침실만을 방으로 지칭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 하여 pièce앞에 있는 숫자에서 1을 뺀 숫자가 방 개수라고 할 수 있다) . 그리고 프랑스에서 본인이 소유한 집을 세를 줄 때는, 주인이 사용하던 혹은 새 가구를 설치한 후에 세를 주는 경우도 많은 데 이런 집을 meublé라고 하며 가구가 비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보다는 월세가 비싸다고 할 수 있다.
여러 집을 둘러 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구조의 상이함, 아파트의 노후도가 제각각이라 결정이 쉽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집을 구할 때 대부분은 부동산 중개를 통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직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www.pap.fr 같은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인데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직거래를 하는 경우도 제법 늘었다고 한다.
우연찮게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서 매물을 하나 보고 직접 방문도 해 보았다.
아래 사진들은 부동산 중개사무소 및 PAP 등을 통해 방문했던 다양한 집들의 내부 사진이다.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매물마다 구조와 인테리어가 천차만별이라, 우선 다양한 매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본인의 상황과 가족 구성 등을 감안해서 결정할 것을 추천한다. 급하게 결정하면, 나중에 다시 이사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우선 매물들을 찬찬히 보면서 프랑스 남부 집들의 구조나 느낌을 학습한 후 본인의 상황을 거기에 접목하는 방식을 감히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