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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훈의 중국평론 Jul 04. 2022

공자 왈, “야! 내가 말한 대동은 이게 아니야.”


“여기서, 나는 당과 인민을 대표하여 우리의 소강사회 실현을 엄숙히 선포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은 제2의 목표를 향해 당당하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 Google


2021년 7월 1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이전 백 년 목표의 완수를 선포하며 대동사회 건설의 시작을 알렸다.


대동사회(大同社会).


판타스틱한 세계관을 대표하는 이 단어는 엄청난 그림을 숨기고 있다.


어느 정도냐고? 그대가 무엇을 상상하던 무조건 그 이상일 테니 잘 한번 따라와 보시길.


중국 공산당의 아버지 마오쩌둥은 처음의 훌륭했던 건국 취지를 ‘무식해서 용감했던’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으로 깡그리 말아먹었다.


일제강점기보다 별반 나아진 것이 없는 나라 꼴을 수습한 것은 그 후에 등장한 덩샤오핑이다.


일단 굶어 죽는 인민들부터 살려야 했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삼단계 발전 계획(三步走)이다.


“지금 우리가 몹시 춥고 배고프니 우선 내가 등 따습고 배부른 세상(온포사회•温饱社会)을 만들겠다. 내 후대는 인민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한 문명국가(소강사회•小康社会)를 만들어라. 그렇다면 중국은 분명 사회주의 유토피아(대동사회•大同社会)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이 아름다운 계획의 원작자가 덩샤오핑이 아니라는 사실.


원작자는 공자이다.


공자는 중국인 맞다. 넣어둬, 넣어둬. © Baidu


빠그라질 대로 빠그라진 세상, 춘추전국시대를 살던 공자는 당시의 상황과 정반대인 이상향을 이야기하며 소강과 대동사회를 그려냈다.


그리고 배우신 분인 덩샤오핑이 정말 멋지게 그의 이념을 차용했던 것이다.


“오늘날 대도가 사라지고 천하는 각 집안의 것이 되었다... 중략 ... 제도를 세우고 땅을 구분하고 용감하고 똑똑한 자를 존중하며 자신이 세운 공로는 자신의 것으로 인정받는다. 이를 소강이라 하니라.”


소강사회는 한마디로 ‘개인의 권리와 사유재산이 허락되는 질서 있는 사회’라고나 할까.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시대에 이르러 중국이 이미 그러한 세상으로 진입했다고 선포한 것이다.


그리 본다면 얼마 전까지의 중국은 분명 그러했던 것이 맞다.


근데 ‘공부론(共同富裕论)’과 함께 ‘대동사회’가 거론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교육 불균형과 육아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며 일단 사교육을 폐지하고 숙제를 금지시킨다.


각종 경연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경쟁을 부추기는 모든 콘텐츠를 규제하기 시작한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등 각종 유명인을 탈세와 부도덕한 사생활로 잡아넣는다.


추앙받던 빅테크 창업자들은 줄줄이 소환되어 말 그대로 탈탈 털리고 ‘기부’와 ‘은퇴’로 마무리 당한다.


“소수의 번영은 옳지 않으며 질 높은 발전 속에서 공동부유를 촉진해야 한다.”


“2035년에는 경제력에서 미국을 추월하고, 2050년에는 군사력으로도 미국을 넘어서서 세계 1위 국가가 되겠다.”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쳐 나아간다는 의미의 ‘대동단결’ 속 이 대동이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포퓰리즘의 구린내가 진하게 풍긴다.


그렇다면 공자의 대동은 어떠했을까?


“천하는 모든 사람의 것이다.

 믿음과 화목이 있으며 자신의 부모만을 부양하지 않고,

 자신의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는다.

 노인은 주어진 곳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성인은 일할 곳이 주어지며

 아이들은 자랄 곳이 마련되어 있다.

 과부, 홀아비, 고아, 장애인과 병자는

 모두가 함께 부양하며

 재물을 버리지도 쌓아놓지도 않는다.

 권력은 강력하지만 스스로를 위해 행하여지지 않는다.

 도둑이 사라지고 세상이 안전하니

 문을 닫지 않고 사는 그 세상을

 대동(大同)이라 이른다.”


사회주의 유토피아는 기원전 공자의 머릿속에서 이미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저기 어디에도 지금의 국가적 강권, 강압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성숙한 국민의 민주와 주권이 느껴질 뿐이다.


근데 이처럼 엄청난 세계관을 가진 대동을 시진핑 주석은 전체주의 패도국 건설을 위한 인민의 평준화와 희생으로 퉁친 것이다.


이유야 뻔하다.


주체가 되어야 할 인민이 미숙하고 환경이 되어야 할 사회가 미완하기 때문이다.


띨띨함과 허접함이 스스로 성장하여 성숙해지길 기다리면 될 일이지만 권능을 지녔다 믿는 지배자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세상의 모든 악당들이 그러하듯 ‘나만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대동 말고도 공자는 아주 많은 말들을 남겼다.


그중 다른 하나가 ‘자국(疵國)’이다.


子曰,刑肅而俗敝、則民弗歸也、是謂疵國。


“형벌이 엄준하고 풍속이 피폐해지면 백성들은 돌아갈 곳을 잃게 된다.

 이를 일러 병든 나라(疵國)라 한다.” - 禮記 중


의법치국을 앞세워 초강력 슈퍼파워 전체주의를 진행 중인 이분께 누가 좀 전화해서 알려드려야 하지 않을까?


의법치국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링크로.

그리고 중국의 전체주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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