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초(Gancho)와 볼레오(Boleo)
요즘 다시 탱고가 재밌어졌다.
‘엥, 그럼 탱고가 재미없었던 때도 있었단 말이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계속되면 권태기가 오는 법. 이전에도 쓴 적 있는, 세대가 다른 사람들과의 어색했던 순간도 탱고에 식게 만드는 요소였고.
최근 다시 불타오른 이유 중 하나는 2030 탱고 모임 같다. 여기저기서 태동하고 있는데, 30대 후반으로서 그중 일부에 가까스로(...) 껴들 수 있었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탱고 잘 추고 성격도 서글서글한 선남선녀들이 많아, 어울리다 보니 탱고의 즐거움이 되살아났다. 당연한 얘기지만 뭘 하든 함께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또 다른 이유는 내 스스로의 몸에 대한 장악력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하체부실이었던 나... 그래도 이제 평균 정도는 되는 것 같다! 특히 발목과 허벅지 근육이 붙은 걸 느낀다. (스테파 이후 듣는 발레 수업도 한몫했겠지만)하체를 많이 쓰는 탱고 덕이 클 것이다. 탱고 n년차... 특정 움직임을 반복하며 근육 기억이 강화된 것 또한 협응력을 향상시켰을 테다.
그러다 보니 탱고 영상을 보는 것에도 다시 재미가 붙었다. 좋아하는 탱고 취향도 다시 확인하게 됐고.
역시 나는 간초와 볼레오를 좋아한다.
간초와 볼레오가 무엇이냐?
간초(Gancho): 스페인어로 '갈고리'라는 뜻. 탱고에서는 상대의 다리를 갈고리처럼 감아 찰싹하고 거는 동작을 뜻한다.
볼레오(Boleo): '던지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에서 유래. 다리를 공중에서 채찍처럼 휘두르며 에너지를 표현하는 동작.
허벅지의 힘을 모아 다리를 접고, 발끝이 땅을 차올리듯 종아리를 튕겨 올리면 내 다리가 상대의 허벅지를 스치며 탁, 하고 감기는 순간이 온다. 그 짧은 찰나의 마찰과 반동, 탄력적인 움직임에서 오는 타격감이 묘하게 짜릿하다. 마치 펀칭 기계를 정확히 가격했을 때 손끝에 남는 충격과도 비슷한데... 이게 묘하게 중독적이랄까? 나를 위한 건강한 방식의 폭력성 해소라고나 할까?
문제는 밀롱가에서 이 동작의 리드를 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 특히 간초는 거의 산삼만큼 귀한 수준이다.
리더가 허락한 폭력.
간. 초. 조. 아
내게 더 많은 간초를 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