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잔잔

구름과 별은 불편한 사이다. 의도하고 별을 두 번째 소재로 선정한 것은 아니었으나 골라보니 상극이었다. 별을 보려면 구름이 없는 날 하늘을 봐야 한다는 사실을 올해 알게 되었다. 고로 천문대에 놀러 가는 날은 구름이 한 점 끼지 않은 맑은 날이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구름이 낀 날에는 별들이 가려져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일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꼭 천문대에 가는 날에는 하늘을 보고 가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별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나는 태어나고 자라기를 수도권에서 지냈지만, 부모님의 고향은 땅의 끝에서 바다와 맞닿아 있는 여수였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초입까지는 방학만 되면 친가에 내려가 휴대폰 하나 없이 시골 살이를 했다. 그렇다고 물이 많은 곳에서 하늘을 더 많이 봤을 리는 없지만. 바닷가부터 맨발로 걸어오며 올려다보면 그 무섭고 삭막하던 밤하늘 속에 둥둥 떠있던 별들을 기억한다. 나이가 먹을수록 점차 흐려지는 서울의 별을 보며 일상 속에서 자꾸 그 시골의 별을 떠올리게 됐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환한 별을 그곳에 두고 왔는데. 그런 생각을 낮의 태양을 위로 두고 했다.


원래 자연은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나만 말을 걸 뿐이다. 아주 힘든 날에는 소원을 하나 올려 보내기도 하고, 기쁜 날에는 함성을 질러 보낸다. 심심할 때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일상이었다. 고개를 숙이기 싫어서. 바닥보다는 천장이 재밌으니까.


그렇다면 별은 듣고 있을까. 내 이야기를. 구름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듣고 있을 것 같지는 않던데. 별은 그 자리에서 잘 듣고 있을 것 같았다. 구름은 불규칙적으로 나타나는데 별은 아니니까.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보고 들었겠지.


내 이야기는 어느 정도 흥미로운지 평점이 궁금해졌다. 너에 비해서 아주 짧은 시간인데 말이야. 너의 시선을 단 1초라도 끌만한 이야기였을까. 내 삶은 남들에 비해 높이 변화가 심했는데. 그렇게라도 내 지나간 시간을 알아주는 이 하나 있었으면 하는 그릇된 마음이 크다. 그러니까 나는 자연을 이용하는 거지. 아무도 쉽게 내 삶을 미워할 수 없게. 동시에 쉽게 사랑하지도 못하게. 오직 너만 말해주라고. 그렇게 자연의 멱살을 붙들고 묻는 거다. 나는 아직 두려우니까. 정말로 누군가의 시야와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순식간에 으스러질 어떤 것을 알고 있으니까.


별은 나에게 유예 시간을 준다. 내가 숨을 틔울 시간. 무엇을 간절하게 바랄 시간. 그리고 그걸 끝내 이룰 시간. 그 모든 것이 끝난 후에야 완전히 잊을 시간을.


더 이상 너에게 말을 걸고 싶지 않은데.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아.


살면서 힘든 순간은 너무 많고 그걸 이야기할 상대는 하나도 없을 때. 그 누구의 언어도 듣고 싶지 않고 어떤 온도의 눈빛도 받고 싶지 않을 때.


그럴 때면 하염없이 고개를 들어 빛나는 너를 찾아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리겠지. 아직 나는 이 정도의 아이니까.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너를 영원히 빛난다고 생각할 테니까. 너를 완벽하게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내 멋대로 굴 거니까.


별을, 좋아한다.

내 멋대로, 좋아한다.


이건 좋아함의 감정이 아니야.

응석부리기에 더 가까운 행동이야.


여전히 밤하늘에는 별들이 잔뜩 매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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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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