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통하는 서평

#4. 파리대왕 - 윌리엄 골딩

by 모색


1. 한줄 서평


"파리떼를 쫓아내기엔 너무나도 얇은 소라껍데기"



2. 작품 소개 및 배경


『파리대왕』은 1954년 영국 작가 윌리엄 골딩이 발표한 소설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불안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회의에서 탄생했습니다. 핵전쟁의 여파로 피난 중이던 영국 소년들이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고립되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어른 없는 세계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사회를 만들고, 그 사회가 점차 붕괴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 본성의 어둠과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출간 이후 “인간의 악”과 “문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대표적인 우의소설로 자리 잡았으며, 198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골딩의 대표작입니다.

3. 줄거리 요약


핵전쟁을 피해 비행기에 탑승했던 영국 소년들은 무인도에 불시착합니다. 성인 없이 남겨진 소년들은 족장을 선출하고, 규칙과 질서를 세워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애씁니다. 그러나 식량과 직결된 사냥과 힘에 집착하게 되며 별도의 무리가 생겨나고, 소년들은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섬에 존재하는 미지의 ‘짐승’에 대한 집단적 환상에 휘말립니다. 결국 규칙은 무너지고, 잔혹한 폭력과 광기가 섬을 뒤덮습니다. 마지막까지 질서를 지키려고 한 소년들이 차례로 희생되고, 족장마저 사냥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마지막 순간 어른(해군)이 등장해 소년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저지른 야만과 파괴를 깨닫고 오열합니다.

4. 명대사


- “우린 어른이 하는 대로 다 했어. 근데 왜 실패했지?”
- “짐승을 죽여라! 목을 따라! 피를 흘려라! 그놈을 죽여라!”
- “넌 그것을 알고 있었지. 내가 너희들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아주 가깝고 가까운 일부분이라는 것을 말이야.”

5. 작품 해설


『파리대왕』은 인간 본성의 어둠과 그 어둠을 억누르는 문명의 힘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보여줍니다. 소년들의 사회는 문명과 야만, 이성과 본능, 선과 악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허물어지는지를 극적으로 증명합니다. 파리대왕(멧돼지 머리)은 인간 내면의 원초적인 악을 상징하며, 소년들이 두려워한 ‘짐승’은 결국 그들 자신임을 드러냅니다. 소년들이 어른들이 했던 것처럼 구축하려했던 소라껍데기의 질서, 피기의 이성, 사이먼의 순수함은 모두 원초적이고 즉각적인 야만의 광기에 휩쓸려 사라집니다.
이 소설은 “악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두려움에 있다”는 골딩의 통찰을, 아이들의 타락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킵니다.

P.s.
『파리대왕』을 덮고 나면, 문명이라는 얇은 껍질 아래 숨어 있는 본성의 그림자를 마주하게 됩니다. 생존을 위해 우리의 유전자로부터 각인되어온 미지라는 두려움, 즉 우리 안의 파리대왕을 어떻게 마주하고, 어떻게 길들일 것인가—이 질문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순수한 소년들의 치열한 생존기와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통렬한 사회풍자까지.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보고 싶으시다면 오늘 파리대왕을 읽어보시는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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