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는 한국인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다
여행을 많이 다녀본건 아니지만, 해외에서 빨리 걷고 빨리 해치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 이었다
나 역시 한국인 이다
나 스스로 여유롭고 느긋한 편 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결국 나 역시 한국인이다
베트남 일상
강이 보이는 맥주집 바 테이블에 앉아 멍하니 도로와 강을 쳐다본다
빨리 달리는 사람이 없다
한국에선 와 저러다 부딪히면 어떡하지 쳐다보기만 해도 소름 돋을 정도로 빨리 달린다
한국과 베트남의 도로상황이나 그런게 달라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아니다
사람이 다르다
베트남에선 어딜 가든 여럿이 모여 술판 벌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난 동남아 사람들은 흥이 많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베트남도 역시 그런것 같다
이날의 맥주집은 호치민 7군, 한인촌이라고도 불리는 푸미흥의 비어크래프트 라는 곳
갈때마다 그다지 붐비지 않고, 오픈형이라 날씨가 좋을때는 기분이 참 좋다
밤에도 좋고
수제맥주 여러 종류를 파는 곳인데 가격도 저렴하다
이 날은 태국에 살고 있는 친구와 만난 날 이었는데, 태국은 이런곳이 별로 없단다
수제맥주 가게는 대부분 규모가 작고 가격이 비싸다고 했다
집에서 10분이면 이런곳에 올 수 있으니, 축복받고 있구나 잠시 생각해본다
다음 날,
친구를 만나러 가는 중에 발견한 탐 나는 집 이었다
저기 집 앞 테이블에서 좋은 사람들을 초대해 바베큐 하며 수다떠는 상상을 해봤다
비싸겠지
나 스스로를 여유롭고 느긋한 편 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베트남에 거주하며 느낀 나는 결국 빨리 빨리 한국인이다
문득 정신차려 둘러보면 제일 빨리 걷고 있고, 제일 빨리 달리고 있다
빨리 빨리 가 나쁜건 절대로 아니지만
느리게 느리게 사는 베트남 사람들, 그들의 온유한 표정이 돌아서도 길게 남을때면, 느림을 동경하게 된다
아직은 많이 모자라지만, 문득 문득 '느리게 더 느리게' 마음속으로 되뇌인다
적어도 오늘보다 내일은, 조금 더 온유한 표정을 갖게 되길 바라면서
누군가 내 표정을 보고 잠시나마 느려질 수 있다면
흠, 꽤나기분이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