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탈피과정 관찰기
나무 주위의 흙에 동전만한 크기의 동그란 구멍들을 수상쩍게 본 적이 있는가? 주위에 구멍이 여럿 있는 나무에는 매미 허물들이 나뭇가지며 잎이며 곳곳에 매달려있다. 혹시 땅 속에 있던 매미 애벌레가 나온 구멍일까? 허물을 벗고 에메랄드빛 날개를 펼치는 매미의 탈피과정을 직접 보고 싶었다. 밤에 무작정 나가 집 앞 화단 길의 나무를 하나하나 샅샅이 살폈다. 제 몸을 감싸던 허물에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 허물에 발을 고정한 채로 가만히 있는 매미를 발견했다. 까만 밤 중 눈에 띄게 신비로운 빛깔의 날개를 가진 것으로 보아 갓 펼친 날개를 말리는 중인 것 같다. 열다섯 그루가량의 나무들을 살폈을까. 화단길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나무를 기어오르는 매미 애벌레를 발견했다. 곧 허물과 분리되는 몸체가 나오리라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여태껏 봐온 빈 허물은 반투명한 황토색이고 조금이라도 세게 누르면 와삭- 소리를 내며 쪼개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내 앞의 매미 애벌레는 발을 디디는 나무와 비슷한 몸 색을 지닌 데다가 옹골찬 몸에 흙이 묻어 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나무로부터 두 발자국 정도의 반경의 흙에 역시나 수상쩍은 구멍이 하나 있다. 그의 몸에 날개는 보이지 않고, 여섯 다리를 천천히 움직여 부지런히 내 허리 높이를 지나치고 내 눈높이에서 멈춘다. 여기서 자리를 잡으려는 걸까.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애벌레를 보며 곧 탈피를 하려나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 지 십여분이 지났다. 아무런 기미도 보이지 않아 매미가 탈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검색해 보니 총 2-6시간은 걸린단다. 이미 늦은 밤이니 오늘 보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가진 채로 그다음 나무를 살폈다. 허물에서 머리를 포함해 전체 몸의 절반쯤이 나온 매미를 발견했다. 분명 매미에게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고 있는 동안 허물에 걸쳐있는 몸이 거꾸로 매달린 채로 그네 타듯 아주 느리게 움직인 것 외에 역동적인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새 배의 분절이 하나둘 더 나와 있다. 날개라기엔 매우 작은, 매미 머리의 반의 반만 한 캐슈넛 모양의 무언가가 몸의 양쪽에 둘씩 달려있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그것이 커져 매미의 배를 지나 꽁지에 이르며 날개의 형상을 갖춘다. 날개를 펼치려는 힘과 이를 막는 힘이 엇비슷하게 작용하는 것처럼 긴장이 있는 채로 아래로 옆으로 넓어진다. 마치 쪼그라들어 있던 비치볼에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으면 주름이 서서히 펼쳐지며 부풀어 오르듯이 말이다. 자동차 레고가 로봇으로 변신하듯 안으로 굽혀놓았던 날개를 바깥으로 펼쳐 짠-하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꽁지를 훌쩍 넘어 자란 날개는 팽팽하게 펼쳐져 더욱 투명해지고, 그 위에는 거미줄처럼 나 있는 물길에 물이 흐르듯 물빛 그물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벌써 자정이 다 되어가서 발걸음을 돌렸는데, 한 시간 전에 내 눈높이에 자리를 잡은 매미 애벌레의 외형이 달라져 있다. 애벌레의 편평하던 가슴의 등판이 솟아있다. 이렇게 몸이 부풀어 오르다가 허물이 쩍- 갈라지는 걸까 궁금하여 자세히 살폈다. 그런데 이미 허물에는 머리에서 가슴에 이르는 금이 세로로 나 있고, 그 틈으로 솟아 오른 가슴의 등판이 틈새를 제법 벌려 놓았다. 요가할 때 하늘을 향해 등을 둥그렇게 말아 올리는 고양이 자세를 취함으로써 희멀건한 가슴의 등판이 눈보다 앞서 공기를 만난 것이다. 물살이의 아가미가 열렸다 닫히는 것처럼 가슴 위치에 있는 두 개의 등판 사이의 틈이 미미하게 벌어졌다 좁혀지기를 반복한다. 내가 갈비뼈 사이사이로 숨을 들이마시어 흉곽을 한껏 부풀렸다가 그 숨을 끝까지 내뱉는 움직임과 비슷하게 느껴져 매미의 숨을 지켜보는 것만 같다. 희멀겋던 가슴 등판에 옥색, 붉은색 등으로 차오르는 빛깔이 안에서 등판을 두드리는 것처럼 불규칙적으로 작은 떨림이 있다. 처마에 빗방울이 투두둑 떨어질 때의 진동이 떠오르면서도 그 규모는 피로할 때 느끼는 눈 아래의 떨림과 같이 자그마하다. 굽힌 채로 나무에 고정된 다리 허물에서 나오는 가느다란 다리는 굽힐 줄 모르는 듯 어정쩡하게 뻗어 있다. 제 몸의 움직임을 어색하게 익혀가는 것처럼 다리를 슬그머니 굽혀보고 허공을 헤매듯 사방으로 움직여 본다. 매미가 허물을 벗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는 ‘어느새’이다. 아주 느리고 작은 움직임이라서 멈추어 있는 듯 보이지만, 어느새 공기 중으로 나와 있고, 커져 있고, 색을 입고 있다. 계단을 밟듯이 단계가 구분되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언덕을 오르듯 연속적인 과정이다. 한참 응시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미세하게 떨리면서 제 안에 품고 있던 잠재력을 서서히 펼친다. 생명력이 느껴진다. 내게 매미의 생명력은 우렁찬 소리와 활기찬 날갯짓보다도 진동하며 변화하는 힘으로 기억될 것 같다.
25.07.26. 여름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