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하고 서투르게
제법 개구리의 모습을 갖춘 올챙이가 도랑의 얕은 물에서 헤엄치고 있다. 이 친구를 '올챙구리'라고 부르겠다. 올챙구리는 나의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 한 연갈색 몸통과 몸통 길이만큼 뻗은 얇고 반투명한 꼬리가 있다. 올챙구리는 뒷다리가 났지만, 아직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 몸통에서 꼬리가 시작하는 즈음에 양옆으로 나온 뒷다리는 무릎을 바깥쪽으로, 발목을 안쪽으로 굽히고 있다. 알파벳 S가 마주 보는 듯한 형상의 양쪽 뒷다리는 가만히 제 쓰임을 기다릴 뿐이다. 대신에 꼬리를 좌우로 빠르게 움직여 튕기듯 앞으로 나아간다. 진동하는 올챙구리의 몸 주위로 생긴 작은 원의 파장이 순식간에 넓게 퍼져 나간다.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올챙구리에겐 앞다리도 있다. 뒷다리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앞다리 또한 가만히 물살에 맡겨진다. 뒷다리가 쑥, 앞다리가 쑥, 팔짝팔짝 개구리 됐네. 우리에게 익숙하게 떠오르는 이 동요에는 꼬리가 짧아지는 과정이 없다. 오늘 올챙구리를 만남으로써 알게 되었다. 올챙이는 뒷다리가 쑥, 앞다리가 쑥 나오고 나서도 여전히 꼬리로 꼬물꼬물 헤엄친다. 어느 시점에 네 다리를 쓰는 법을 익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리가 생긴다고 해서 바로 다리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닌가 보다. 저에게 익숙하던 방식으로 꼬리의 움직임을 동력 삼을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생소하게 다리를 움직여보기 시작하는 걸까.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기도할 테다. 기어 다니던 사람 아기가 여러 번 몸을 일으키려는 시도 끝에 걸음마를 시작하는 것처럼 비인간동물들도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있을 것이다. 도랑에서 올챙구리의 몸통 만한 연두 빛깔의 청개구리들을 여럿 만났다. 우리가 으레 개구리 하면 떠올리는, 힘차게 점프하는 모습은 매우 드물게 보였고, 대개 한 자리에 우두커니 있었다. 그러다가 한 번 뛰어 작은 들풀의 잎으로,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또 한 번 뛰어 도랑 벽으로 옮겨갔다. 천천히 서투르게 적응하는 중인 걸까. 물에서 뭍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장소를 옮겨야 한다. 꼬리가 아닌 다리로, 움직이는 방법을 새롭게 익히고 있나 보다.
25.06.20. 전남 영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