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맹꽁이

목숨을 건 얼음땡

by 안하림

누구일까? 방금 전에 분명히 네 발로 움직이는 걸 봤는데, 지금은 꼼짝 않고 가만히 있다. 내 엄지손가락만 한 길이에 둥그런 몸을 가진 비인간동물이다. 밤이라 어둑한 데다가 처음 보는 모습의 생명체라서 양서류인지 포유류인지조차 헷갈린다. 시궁쥐가 아닌 야생의 작은 쥐인가? 새끼 두꺼비이거나 맹꽁이일까? 개구리라기엔 몸이 날렵하지 않다. 그 위로 몇 차례 사람의 그림자가 지나는 동안 그 누군가는 미동도 없어서 마치 무생물처럼 보인다. 가까이 지나가는 이들이 없는 틈에 그는 네 다리를 쭉 뻗어 전력을 다해 움직인다. 얼음 상태로부터 몸으로 '땡!'을 외치는 듯한 움직임이다. 그리고 사람과 함께 걷는 개가 가까워지자 다시 얼음. 나는 쪼그려 앉아 그를 바라본 채로 조심스레 가까이 가서 유심히 관찰한다. 그는 꼬리가 없고 다리를 몸 아래쪽이 아닌 몸 바깥쪽, 아래쪽으로 대각선 형태로 뻗는다. 양서류다. 촉촉해 보이는 등에 우툴두툴 돌기가 있고, 까만 눈이 초롱하다. 두꺼비는 주먹만 한 몸집에 다리도 그에 맞게 두꺼워 전체적으로 네모난 느낌이 났는데, 그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 친구는 물이 빵빵하게 들어찬 물풍선처럼 둥그런 몸이 바닥에 닿을 듯하면서도 얇은 네 다리에 달린 발로 바닥을 힘껏 디디며 앞으로 나아간다. 맹꽁이를 처음 만난 것이다. 몇 주 전부터 이 공원에서 들리는 '맹-' 소리에 반가워하고는 했는데, 오늘은 또 다른 감각으로 맹꽁이의 존재를 인지한다. 둔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재빠른 움직임에 감탄하며 미소 짓다가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스팔트 위를 지나는 짧은 몇 분 사이에 맹꽁이는 생존의 위협을 수차례 느낄 것이니 말이다. 맹꽁이는 목숨을 건 얼음땡을 반복하며 차도만큼 폭이 넓은 인도를 무사히 건너 풀밭에 다다른다.


"맹꽁아." 어렸을 적에 엄마는 종종 나와 언니를 이렇게 부르고는 했다. 왜 그렇게 부르는지는 몰라도 우리가 우스꽝스러운 짓을 할 때면 엄마가 웃으면서 부르는 말이었기에 같이 웃고 넘겼던 것 같다. 콧잔등의 양쪽을 손가락으로 누른 채로 맹꽁이 소리를 흉내 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라 지금 해보았더니 울음소리의 생생함이 배가 된다. 울음소리에서 비롯된 이름이 맹꽁이로 굳어졌지만, 사실 이름을 모른 채로 울음소리를 들으면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할 것 같다. 나에게는 목구멍이 조이는 느낌으로 길게 늘여 소리를 내는 '왱-'과 짧게 끊어 소리를 내는 '옹'으로 들린다. 빠른 박자로 '객-객-' 우는 개구리 소리 사이에 띄엄띄엄 '왱-' 하고 우는 맹꽁이 소리를 들으면 왠지 맹꽁이는 성격도 느긋할 것 같았다. 개구리 울음의 한 음절이 네 번 반복될 때쯤 맹꽁이 울음의 한 음절이 들리는 식이다. 내 입술을 닫았다 열면서 내는 편평한 소리가 아니라 혀 뒤의 목에서 내는 소리처럼 울림이 있다. 그리고 어느 날에는 '맹-꽁' 소리를 들었다. 맹꽁이 한 마리가 두 음절의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한 맹꽁이가 '맹-'하고 울고 다른 맹꽁이가 그 사이에 '꽁'하고 우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와 언니는 맹이와 꽁이였던 것인가. '맹하다', '꽁하다'라는 형용사와 '꽁꽁'이라는 부사를 떠올리게 해서 그런지 맹꽁이 이름에는 어떤 익살스러움이 묻어 있는 것 같다. 내가 만난 맹꽁이가 위협을 감지할 때마다 몸을 웅크려 꽁꽁 언 듯 가만히 있음으로써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은 멍청함을 뜻하는 '맹함'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25.07.24. 부영공원에서 맹꽁이와의 만남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