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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Aug 31. 2021

7. 세계의 기본 법칙은 무엇일까?

변화의 불_헤라클레이토스



[위험한 비판의 검]


동하는 하나의 외침을 미처 듣지 못했어요. 탈레스의 물 아이템을 이용해서 빠르게 숲으로 들어갔어요. 어서 빨리 미토스의 정령들과 싸우고 싶었어요. 하나의 팔을 레고 모양이 아닌 사람의 팔로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비판의 검을 마음껏 휘둘러 적을 멋지게 무찌르고 레벨업을 하고 싶은 생각에 가슴이 설렜어요.


숲 한가운데로 들어갔을 때,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어요. 동하는 할아버지를 향해 외쳤어요. "할아버지 피하세요. 이제 엄청난 전투가 시작될 거예요. 그냥 앉아 계시면 다칠 수 있어요!" 할아버지는 동하의 말을 미처 못 들은 듯,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장작불을 바라만 보고 있었지요. 그리고 걱정하던 일이 일어났어요. 깊은 어둠의 숲에서 미토스의 정령들이 불을 쏘며 몰려나오기 시작했어요.


동하는 할 수없이 할아버지의 반대 방향으로 정령들을 유인하기로 했어요. 비판의 검을 움켜쥐고 동하가 소리쳤어요. "유령이나 정령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미신에 불과해." 그러자 비판의 검이 푸른빛으로 빛나면서 글귀가 떠올랐어요. 동하는 검을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리며 그 글귀를 큰 소리로 읽었어요.


생각의 힘인 로고스와 진리를 찾는 비판의 검이여! 나에게 힘을!


번개가 내리치듯 강력한 힘이 비판의 검을 둘러쌌어요. 동하는 그 힘에 온 몸이 휘청거릴 지경이었어요. 간신히 두 손으로 비판의 검을 움켜쥐고 큰 원을 그리듯 비판의 검을 휘둘렀어요. "쿠르릉!" 바닥에 있는 잔디와 풀들이 모조리 뽑혀나갔어요. 미토스의 정령들은 엄청난 힘에 마치 깃발이 나부끼듯 나무에 부딪혔다가 나뭇잎처럼 우수수 떨어져 내렸어요.


'와! 이거 엄청난 무기잖아?' 검의 위력을 확인한 동하는 정령을 향해 소리쳤어요. "내 친구 하나의 팔을 원래대로 고쳐줘! 그렇지 않으면 너희 모두 혼쭐을 내줄 거야!" 갑자기 정령들은 불을 쏘지 않았어요. 대신 뭔가 슬픈 몸짓으로 한 군데 모이기 시작했어요. "무슨 꿍꿍이냐! 힘을 합쳐 나를 공격하려는 모양인데 끝을 내주지. 하하하!" 동하가 비판의 검을 다시 높이 들고 휘두르려는 그때, 하나가 나타나서는 동하의 앞을 가로막았어요. "안돼! 동하야!" 동하는 검을 멈추고 싶었지만 비판의 검에 쏠린 힘에 휩쓸려 절반 정도 휘두르고 말았어요. 하나는 비판의 검에서 나온 강력한 에너지 파장에 맞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어요.

  


[헤라클레이토스]


"하나야!" 동하가 달려갔어요. 하나는 정신을 잃고 기절한 듯했어요. 순간 주위가 어둑해졌어요. 고개를 들어보니 미토스의 정령들이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어요. 게다가 비판의 검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손이 닿지 않았죠. '아... 끝인가?' 동하는 갑자기 엄마와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엄마 아빠 말씀 더 잘 듣는 건데... 죄송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어요.


"비판의 검을 지닌 어린 철학자로구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조금 전까지 모닥불을 보던 할아버지였어요. 이상한 건 그 할아버지가 불붙은 장작을 슬슬 휘젓기 시작하자 미토스의 정령들이 숲 속으로 물러나 스르르 사라졌단 점이에요. 동하는 할아버지에게 친구를 살려달라고 말했어요. 할아버지는 하나를 들어 올려 모닥불 곁에 눕히고는 말했어요.


"잠깐 놀라서 정신을 잃은 것뿐이야. 네 친구는 괜찮을 거다. 친구가 너를 동하라고 부르던데 맞지? 내 이름은 헤라클레이토스란다. 다만 너는 아직 비판의 검을 다루는 원리를 깨닫지 못한 것 같구나." 동하가 말했어요. "저는 주근깨 카드를 얻는 시험도 통과했고, 비판의 검을 다루기 위한 시험도 통과했는데 아직 부족한가요?" 할아버지는 그 시험에서 배운 것을 말해보라고 했어요.


모든 주장에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래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요. 하지만 누군가의 주장과 근거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고 깊게 생각해서 잘못된 점을 비판해야 해요. 그래서 저는 신이나 유령을 믿는 미토스가 잘못되었고, 생각의 힘을 믿는 로고스가 맞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모닥불을 지켜봤어요. 동하도 할아버지 곁에서 모닥불을 지켜봤어요. 불꽃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말씀을 시작했어요.



[세계의 기본 법칙 : 변화]


헤라클레이토스 : 너는 미토스가 잘못되었고 로고스가 옳은 것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이렇게 물어보자. 만약 이 세상이 생겨날 때부터 영원히 추운 겨울만 있다면 우리가 여름을 알 수 있었을까?

동하 : 글쎄요. 매일매일 추운 겨울 날씨만 있다면 여름이란 말이나 뜻이 없었을 것 같아요. 여름이 없으니 겨울 같은 이름도 굳이 있을 필요가 없을 테고요.

헤라클레이토스 : 맞아. 추운 겨울과 반대되는 더운 여름이 있기 때문에 봄도 생겨나고, 가을도 있는 것이란다. 그렇게 반대되는 것들이 있어야 변화를 느낄 수 있고 계절이란게 생겨나지.

동하 : 할아버지 말씀은 겨울과 여름, 영웅과 악당처럼, 미토스가 있기 때문에 그에 반대되는 로고스가 있을 수 있단 말씀 같아요.

헤라클레이토스 : 그렇지. 사실 나는 로고스란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철학자란다. 그래서 미토스를 미워할 거라 오해하지만 난 미토스의 정령들을 미워하지 않아. 조금 전 미토스의 정령들이 순순히 물러난 것도 그 때문이지.

동하 : 저 불을 뿜는 미토스의 정령들이 나쁘지 않다는 말씀인가요?

헤라클레이토스 : 나쁘지 않다는 것은 아냐. 다만 이 세상은 서로 반대되는 것들이 계속 싸움과 충돌을 하고 있어. 그러면서 조화롭게 세상이 유지되고 있지. 만약 그런 싸움과 충돌이 없다면 세상은 아무런 변화도 일어날 수 없을 테고, 그러면 세상은 아무런 움직임과 변화가 없는 그림처럼 보일 게다.

동하 : 할아버지 말씀은, 반대되는 것들이 싸우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가 새로운 것들을 만들고 없애기도 하면서 세상이 조화롭게 유지된다는 것이군요. 맞죠?

헤라클레이토스 : 그래. 저 모닥불에 일렁이는 불꽃처럼 말이다. 불은 나무를 재로 변화시키지. 하지만 나무에 있던 습기는 하늘로 올라가 비가 되어 내리고, 재는 땅에 스며들어 비료가 되어 다시 나무를 키워내겠지. 결국 이 세계의 기본 법칙은 반대되는 것들의 싸움을 통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변화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단다. 그래서 나는 세계의 기본 법칙이 바로 끝없이 변화하는 불과 같다고 표현했지.

동하 : 우리의 생각도요?

헤라클레이토스 : 그래. 참된 진리를 찾는 생각의 과정도 마찬가지야. 넌 주근깨와 비판을 통해 로고스가 옳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과시하듯이 비판의 검을 미토스의 정령을 향해 마구 휘둘렀지. 그런데 미토스가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바닷물은 인간이 마시면 죽겠지만 물고기에겐 꼭 필요한 것처럼 미토스에게도 세상에 필요한 무언가가 있을 수 있지.

동하 : 미토스에게 좋은 게 있을까요?...

헤라클레이토스 : 그건 나도 모르지. 허허허. 하지만 그런 너의 생각이 더 나은 진리의 힘을 줄게다.


[더 나은 진리]


동하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깊이 생각해봤어요. 주장과 근거에 대한 비판을 통해 진리로 가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미토스의 좋은 점은 없을지 생각해 보라니 당황스러웠어요.


그때, '끙'하는 신음소리가 들렸어요. 고개를 돌려보니 하나가 깨어나고 있었어요. 동하는 하나를 덥석 안고 물을 조금씩 입에 흘려줬어요. 미안한 마음과 안도감에 자꾸만 눈물이 흘러서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하나 동하의 얼굴을 보며 힘겹게 입을 열어 말했어요.


동하야... 사실... 나는... 미토스의 딸이야...



[헤라클레이토스의 가르침]


1. 헤라클레이토스 : 만물은 유전한다. 한번 발을 담근 강에는 다시 들어갈 수 없다... 와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으며, 세상을 다스리는 법칙을 뜻하는 로고스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입니다.

2. 불 : 헤라클레이토스는 세계의 근원 물질(아르케)이 불이라고 주장했어요. 불은 모든 물체의 성질을 변화시키면서 자신도 변화하고 소멸하는 성질이 있어, 변화-생성-소멸로 이뤄진 세계의 질서를 잘 표현할 수 있었답니다.

3. 변화의 철학자 :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해요. 한강도 물이 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에, 어제의 한강과 오늘의 한강은 물이 완전히 다르죠. 전혀 다른 물이 흐르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강을 한강이라고 불러요. 즉 세상의 모든 것은 그대로인 것 같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흐르며 변화한답니다. 그래서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유전한다(모든 것은 흐르며 변화한다)고 주장했습니다.

4. 변증법 : 변증은 물음과 대답을 계속하면서 모순되는 점을 찾으며 옳은 것을 찾는 대화법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이 변증을 잘 썼지요. 헤라클레이토스의 경우, 선과 악, 여름과 겨울, 빛과 어둠처럼 반대되는 것들의 싸움으로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했어요. 헤라클레이토스의 이러한 생각은 서로 반대되는 생각들을 합쳐 더 나은 진리, 조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변증법이란 위대한 진리 추구의 방법으로 발전하게 된답니다. 특히 헤겔의 변증법에 큰 영향을 주었답니다. 


[엄마 아빠를 위한 팁]


헤라클레이토스의 위대한 점은 대립되는 것들을 나쁘게만 바라보지 않고 도리어 그러한 싸움과 투쟁이 세상의 기본적인 원리라고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악이 없으면 선이 존재할 수 없고, 추운 시련이 없으면 행복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지요. 게다가 이런 대립되는 개념들의 충돌은 반드시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 우리 엄마 아빠들이 겪는 시련도 변화를 위한 계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아이에게도 변화란 늘 어느 정도의 불편한 마음과 갈등이 있을 때 찾아오는 선물이라는 걸 이해시킬 수 있겠지요.


헤라클레이토스는 변증법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 철학자이기도 합니다. 변증법은 어떤 의견(정)에 대한 비판(반)을 통해 더 나은 진리(합)로 나아가는 철학적 생각의 방법입니다. 따라서 누군가를 비판할 때는 나쁜 점뿐 아니라 상대의 의견 중 받아들여 발전시킬 부분들이 없는지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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