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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Aug 31. 2024

직장인 슬럼프 탈출법

의 동반자 슬럼프


일을 하다보면 슬럼프가 찾아온다. 그 주기가 헬리 혜성만큼 드물다 해도 매일 출근해서 일을 하니, 가끔 떨어지는 별똥별도 피할 방법이 없다. 의 동반자 슬럼프. 과연 탈출할 방법이 있을까?


슬럼프의 원인파악이 필요하다.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담스럽거나 과중한 업무

둘째, 직장 내 인간관계

셋째, 번 아웃이다.


대개 직장인들은 가지 사이클을 도돌이표처럼 돌아하며 슬럼프를 겪는다. 서클 오브 슬럼프랄까? 예를 들면 이런 상황이다.


시간도 예산도 부족해서 다들 눈치만 보던 일을 팀장이 덥석 가져와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나 뭐래나.
그런데 후배가 나한테 슬그머니 와서는 자기는 시간낭비하는 일은 못하겠단 식으로 말하더라고. 그래서 나 말고 팀장에게 직접 말하라고 했더니 욕먹긴 싫은지 말은 안 하고, 회의 때마다 싫은 티 내면서 틱틱거려.
이번 달엔 부모님 병원 모시고 다니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아... 지친다.
 


image by copilot

이 같은 업무-인간관계-번아웃의 무한 사이클이라니 눈물겨운 일이다. 그런데 직장인이라면 대체로 비슷하게 산다는 게 위로라면 위로랄까. 어쨌거나 아리스토텔레스 말대로 인생은 이야기이고, 이야기는 문제와 해결로 되어있다니 당면한 슬럼프란 문제 역시 잘 풀어내야 한다.


슬럼프 탈출 준비단계 : 잘 자기


내 경우엔 친한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곤 한다. 친구는 대학병원 교수로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혜안을 갖고 있어서 잡다한 나의 고민상담을 해왔던 터였다. 내 말에 친구는 되묻는다.


"너 어제 충분히 잤냐?"


응? 델리깃하고 컴플리케이티드 한 마이 시추에이션을 듣고 겨우 '잘 잤냐'라고 묻는다고?


응. 잠이 부족하면 쉽게 우울해져. 일단 잠을 푹 잘 수 있도록 해봐.
그리고 몸을 움직여


친구 말을 잘 듣는 나는 곰곰이 따져봤다. 슬럼프는 확실히 잠이 부족해 몸이 극도로 피로한 때 증폭됨을 알았다. 잠을 잘 잔 다음날은 그럭저럭 견딜 만 하단 사실도 발견했다.

사람은 몸과 마음으로 이뤄져 있다. 당연히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다. 핀란드의 경우 춥고 긴 겨울과 여름 백야 등으로 인한 수면교란이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 분당 서울대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한국인의 수면과 우울증 관련성을 조사한 결과, 5시간 미만 수면 시 우울증 발병률이 최대 3.7배 이상 높아짐을 밝혀내기도 했다.


피곤하면 만사가 귀찮다. 하물며 귀찮은 일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따라서 슬럼프를 벗어나려면 일단 자신의 몸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돌봐줘야 한다. 햇빛을 쬐고 잠을 잘 재워서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는 신체 상태를 만들어주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슬럼프 탈출 : 자신만의 주문 만들기


몸 상태도 좋고 잠도 푹 잤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고승이 명상을 해서 깨달음의 삼매에 들었다 깨어난다 해도 집안 청소는 해야 하는 법이다.


슬럼프 상태에서 세상일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부정적이고 어두워 보인다. 그런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두려움이다. 슬럼프에 빠지면 두려움의 감정에 쉽게 삼켜진다. 사실 나만의 주문이란 세상살이의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정신적 다짐이다.  


미국의 전설적 앵커이자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이었던 월터 크롱카이트는 대학시절 은사가 알려준 '겁먹지 마라'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종군기자로 전선을 누볐다고 한다. '겁먹지 마!'라는 주문은 단순하지만 두려움을 애써 외면하는 대신 겁을 먹었음을 인정하고 극복하겠단 다짐이라 효과를 발휘한다.


그는 CBS 뉴스를 마칠 때 "That's the way it is!"란 말을 주문처럼 읊조리곤 했는데 복잡하고 무거운 뉴스 말미에, '세상사란 게 그런 거죠.'란 말은 탁한 공기를 환기시켜준다. 따지고 보면 세상 일이란 게 지금은 엉망 같고 당장 세상이 끝날 것 같아도 지나 보면 다 그런 거다. 이 주문은 시청자가 분노와 스트레스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우디 알렌은 염세주의자도 나만의 주문을 갖고 있음을 영화에서 보여줬다. 애니홀의 주인공은 인생은 호러블과 미저러블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고 읊조린다. 호러블은 치명적인 것이니 우린 미저러블한 인생에 그나마 감사해야 한다고 말이다. 지독하게 음울한 세계관이긴 하지만 고된 삶을 살아가는 은유로 효과가 있다.


자신의 주문 만들기를 하다 보면 나의 세계관과 인생관을 확립하게 된다. 세상이 호러블과 미저러블한 것뿐일 수도 있고, 복잡다단한 뉴스로 점철된 세계일 수 있다. 문제는 미저러블한 것에 감사하든, 세상사 그런 거지라고 넘기든 그 세계관에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나만의 방법론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단 것이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보면, 아우슈비츠 수용소란 극악의 환경은 똑같았지만 그 조건을 마주한 태도가 수용자들의 삶과 죽음을 갈랐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건 삶의 조건이 아니다. 삶의 조건을 대하는 태도다. 나만의 주문은 세상을 보는 나만의 은유인 동시에 그 은유를 이겨낼 방법론이 되어준다.


슬럼프 탈출 : 희망봉을 지나는 기술 습득하기  


아프리카 최남단 인근에는 희망봉이 있다. 원래 이름은 파도가 심해서 폭풍의 곶으로 불렀지만, 금과 향료를 얻을 수 있는 동방항로 개척을 기뻐한 포르투갈 왕, 주앙 2세가 희망봉으로 고쳐 부르기 시작했다. 덕분에 과거 폭풍으로 난파될 공포에 떨던 선원들은 곧 동방에서 얻을 부와 명예를 꿈꾸며 용기를 내 폭풍의 곶을 항해할 수 있었다.


희망봉은 선원들의 꿈을 상기시키는 힘이 있다. 미래에 희망이 있다면 당장의 폭풍과 힘든 항해도 쉽게 견딜 수 있다. 마치 하와이로 가는 10시간 넘는 좁은 이코노미 좌석은 몹시 괴롭지만 10시간만 참으면 아름다운 와이키키 해변이 기다리고 있다면 비행 중 고통도 즐길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3년 혹은 5년 뒤, 내가 원하는 새로운 직업, 이루고 싶은 꿈의 장소를 갖고 있어야 한다.


희망이 있는 사람은 당장의 괴로움 따위 문제 되지 않는다. 폭풍이 뱃전을 때리고 돛이 찢어질 듯 펄럭이는 건 내가 희망봉을 지나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불편한 인간 관계도 부담스러운 업무도 기한이 정해져 있는  항해라 생각하면 감내할만한 일이 된다.



설사 꿈이 늦춰지더라도 문제는 없다. 덕분에 희망봉을 덜 괴롭게 지날 수 있었고, 유예된 희망은 그대로 남아 항해의 목적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도리어 꿈이 덜컥 이뤄져 동방 무역에 성공한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그럴 때에는 다시 또 다른 꿈을 꿔야 한다.


인생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으로 이뤄져 있다. 그 여정은 돛에 올라 망원경을 펼치고 먼 섬을 조망하는 데서 시작되고 끝난다.  


슬럼프를 인정하고 쉬자

 

최근 꽤 오랜 기간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힘을 내려고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무기력감에 빠져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잠은 잘 자냐고 묻던 친구는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 평소 '지금이 평화롭고 만족스럽다면 그건 네가 5년 전 최선을 다해 살았기 때문이야. 지금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지.'라고 격려를 하곤 했던 친구였다.


내 말을 다 들은 친구는 뜻밖의 말을 건넸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잖아. 쉬어도 돼.  

그래도 발 구르기를 멈추면 가라앉을 텐데...


의욕은 영원히 샘솟는 우물이 아니야. 걱정하지 말고 쉬어.


잠을 충분히 자고 나만의 주문을 외우고 희망봉을 항해한다. 하지만 열심이던 선원도 밤하늘 북극성을 바라보다 문득 체력과 정신이 고갈되었음을 느낀다. 의욕은 정신적 무장과 다짐만으로 무한히 퍼낼 수 있는 화수분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엔진오일 스틱을 꽂아 점검하듯 의욕의 정량을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  


당신은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다. 힘이 부치고 지칠 땐, 펼친 돛을 방치해 잠깐 이리저리 휩쓸릴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번 아웃이 오고 널어놓은 걸레처럼 지친 건 나약함 때문만은 아니다. 의욕의 고갈, 쉼도 항해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열심히 살았으니 쉬어야 쉬자. 좋아하는 책도 읽고 꽃꽂이도 해보자. 마음을 푹 놓아보자.


다만 채워 나갈 항해 일지는 눈앞에 펼쳐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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